임대차별+혐오 깨부순 박효주 작은 용기 (아파트는 아름다워)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입력 2022. 7. 3.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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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닷컴]
차별과 혐오에 향한 작은 용기는 특별했다.

1일 방송된 tvN 드라마 프로젝트 오프닝(O’PENing)의 다섯 번째 작품 ‘아파트는 아름다워’(극본 이이영, 연출 조은솔)는 아름다운 아파트에서 만난 아름답지 못한 이웃들에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맞선 서희재(박효주 분)의 용기와, 차별의 장벽을 깨부수는 따스한 이야기를 담았다.

전셋값을 올려주지 못할까봐 걱정을 하던 희재 부부는 임대에 당첨돼 프리미엄 아파트 ‘더 쉐누’에 입주했다. 분양과 임대 혼합동이 존재해 잘 어우러져 사는 것처럼 보이는 ‘더 쉐누’. 이사온 희재에게 사회학 교수 문세연(서영희 분)이 먼저 다가왔다. 한때 촉망받는 미술 작가였던 희재는 갤러리 자문을 하는 세연의 도움으로 유망작가 기획전에 참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세연의 진짜 얼굴은 따로 있었다. 그는 소셜믹스 정책을 지지하면서 뒤에서는 임대 주민을 차별했다. 임대 주민들은 아파트 수영장에 출입할 수 없었고, 택배 물건을 받으려면 멀리까지 나가야 했다.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서도 차별이 존재했다. 세연의 딸 김아정(김지유 분)은 임대에 사는 아이를 따돌렸다.

세연은 수영장 출입을 거부당한 희재에게 자신의 회원 카드를 주면서 호의를 베풀었다. 세연의 친절이 계속됐고, 희재는 세연의 소셜믹스 논문을 도왔다. 하지만 세연은 희재를 이용해 자신의 명성을 높이고 있었다. 그는 방송에서 희재가 임대 거주라는 것을 숨기려고 했지만, 자신이 설득해 소셜믹스를 이뤘다고 거짓말을 했다. 때마침 차별에 힘들어하던 임대 주민 최은주(황선화 분)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세연을 고발하는 글을 올렸다. 세연이 임대 주민을 논문의 도구로 활용하는 것도 모자라, 임대 주민들이 오가지 못하게 철문까지 설치하며 차별을 주도했다는 폭로였다.

아파트는 발칵 뒤집혔다. 늦은 밤 분양과 임대 주민들이 부딪혔다. 희재는 세연의 위선에 분노했지만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진 못했다. 차별이 많은 것 같냐는 세연의 질문에 희재는 주저하다가, 결국 진짜 하고 싶은 말을 삼킨 채 차별이 없다고 답했다. 희재가 미술 작가라고 관심을 보였던 주민들은 냉랭해졌다. 그런 가운데 희재는 은주의 고통을 알게 됐다. 아정은 ‘임대충’ 벌레 그림으로 은주의 아들 박준희(고동하 분)를 놀렸다. 세연은 아정의 그림이 세태 풍자라고 당당하게 굴었다. 벌레가 아닌 메뚜기나 사마귀와 같은 곤충이라는 세연의 뻔뻔한 대응은 분노를 유발했다. 세연과 맞섰다가 상처를 입었던 은주는 희재에게 세연과 부딪히지 말라고 조언했다.

희재는 자책했다. “나 왜 차별이 없다고 말을 했을까? 나 사실 임대인 것을 숨기고 싶었나봐. 여기 산다고 말하면 받는 눈빛들도 실은 놓치기 싫었는지도 몰라”면서 부끄러워했다. 세연과의 우정이 가짜면 전시하는 것도, 작가로 대우받는 것도, 괜찮은 이웃으로 환영받는 것도, 가짜가 될까봐 걱정했다는 것. 남편 하영석(권혁 분)은 그중에 진짜 서희재가 아닌 것은 없다고 위로했지만, 희재는 더 큰 일을 겪기 전에 떠나야겠다고 이사를 준비했다.

도망치려 했던 희재에게 변화가 찾아왔다. 아정은 희재의 딸 하승윤(김규나 분)에게 아파트 수영장을 쓰지 못한다고 놀렸다. 희재는 시무룩해진 승윤이에게 열흘 동안 숨바꼭질을 하면 엄마가 만든 수영장을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사 갈 때까지 승윤이가 상처받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승윤이는 붉은 망토를 쓰고 열심히 숨어다녔지만, 결국 아정과 마주쳤다. 설상가상 아정은 ‘임대충’ 그림으로 딸 승윤을 놀렸다. 그림을 보고 분노한 희재는 세연의 집에 찾아가려고 했지만, 승윤이가 말렸다. 아정이와 싸우면 다른 애들하고도 못 놀 수도 있다는 딸의 말은 희재 가슴을 미어지게 했다.

늦은 밤 발생한 화재 사고는 희재를 더욱 화나게 만들었다. 비상계단으로 대피한 희재와 주민들은 세연의 주도 하에 설치된 철문 때문에 대피로가 막혀 위기에 빠졌다. 화재는 다행히 진압됐지만, 세연은 뻔뻔했다. 세연은 희재를 향해 강남에서 버텨보려고 애를 숨어다니게 한 사람이라고 조롱했다. 승윤이는 “더 꽁꽁 잘 숨었어야 했는데 미안해 엄마”라고 울먹였다. 희재는 눈물을 겨우 참고 숨기 놀이하자고 한 것은 엄마의 잘못이라고, 이제는 안 숨어도 된다고 말했다. 이는 스스로에게 하는 다짐이기도 했다. 이어 희재는 “이 문 실수로 잠긴 게 아니야. 벌레 같은 사람이 그랬어”라고 세연의 잘못을 짚으며, 굳게 닫힌 철문을 걷어찼다.

이후 세연은 비상계단 만행이 인터넷에 퍼지며 망신을 당했고, 희재는 더 이상 숨지도 피하지도 않았다. 세연의 도움을 받았던 전시와 해외 연수 기회를 포기했고, 아정이가 그린 ‘임대충’ 그림을 활용해 작품을 만들어 아파트 로비에 전시했다. 다양한 곤충들이 한데 모여 사는 아름다운 숲을 그린 그림, 차별과 혐오에 맞서는 희재의 목소리였다. 희재는 지치지 말고 잘 살아보자고 은주를 위로했다. 여전히 색상이 다른 카드를 통해 임대와 분양의 차별이 남아있는 현실은 씁쓸했다. 그래도 조금씩 달라질 것이라는 희망이 피어나고 있었다. 화재 이후 세연의 당부 때문에 아파트 단지 내에서 망토를 쓰고 숨어다니던 아정을 감싼 건 승윤이었다. 아정이에게 같이 놀자고 손을 내민 승윤. 임대와 분양 차별을 없애는 소셜믹스는 아이들이 먼저 하고 있었다. 작은 용기가 불러온 변화는 공감을 더해 뭉클함을 자아냈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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