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 도심 쓰레기봉투 ‘습격’…주민·환경미화원 골머리
“단순 장난 아닌 먹이 찾기 행동”
시, 지역별 피해 상황 ‘예의주시’

3일 오전 창원시 성산구 중앙동 용지초등학교 후문 맞은편 주택가. 찢긴 종량제 봉투에서 흘러나온 쓰레기가 이른 아침부터 거리에 나뒹군다. 사람이 벌인 일이 아니다. 까마귀 소행이다. 5년 차 환경미화원 황원준(40) 씨가 쓰레기 수거 도중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여기저기서 까마귀들이 쓰레기봉투를 뜯고 있어요. 뜯긴 종량제 봉투를 보면 한숨부터 나옵니다. 처리에 손이 많이 가니까 번거롭기도 하고…."
황 씨가 찾은 이 학교 후문 주변에는 일대 주민들이 배출한 쓰레기종량제 봉투가 일정 간격을 두고 1~2개씩 놓여있었다. 일부는 까마귀에 기습당한 듯 구멍이 뚫린 상태였다. 쏟아져 나온 휴지 조각, 마스크, 음식점 음료 용기 등 생활 쓰레기가 바람에 날려 도로 위에 흩어졌다. 까치 한 마리까지 지저귀며 이미 뜯긴 쓰레기더미를 부리로 또다시 쪼아댔다. 그 봉투 중간 지점에는 검은 봉지에 담긴 음식물 쓰레기도 있었지만, 그 안까지 부리가 닿지 않아 밖으로 찌꺼기가 쏟아지지는 않았다.


황 씨 설명처럼 최근 주택가를 중심으로 까마귀가 쓰레기봉투를 헤집는 일이 자주 목격되고 있다. 찢어진 봉투에서 쏟아진 생활 쓰레기가 골목길에 널브러져 있다는 민원도 창원시에 들어가고 있다. 시는 최근 1년 사이 △진해구 20건 △성산구 10건 △마산회원구 2건 △의창구·마산합포구 1건 순으로 민원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성산구에 사는 한 80대 주민은 "까마귀가 떼로 몰려와서 쓰레기봉투를 뜯는 모습을 동네에서 자주 봤다"며 "위협해도 도망도 잘 안친다"고 말했다. 이어 "쓰레기가 온통 도로에 날려 지저분해지면 당연히 보기 안 좋다"면서 "우리집 앞 쓰레기봉투가 그리되면 흩어진 쓰레기들까지 내가 다 치우기도 한다"고 말했다.

조류 행동 전문가는 쓰레기봉투 훼손이 '먹이 탐색'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분석한다. 최유성 국립생물자원관 국가조류연구팀 연구사는 "사계절 텃새인 큰부리까마귀(몸길이 55~60㎝)들이 종량제 봉투를 뜯는 사례가 여러 지역에서 보고되고 있다"며 "종량제 봉투 속에 색깔이 있는 물체를 보고 먹이로 인식해 찢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해서 먹이가 있으면 먹고, 없으면 확인만 하고 떠나는 식"이라고 말했다. 이어 "까마귀는 사체를 먹는다고 알려졌지만, 곡물이나 음식물 쓰레기까지 폭넓게 먹는 잡식성"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아울러 특정 지역 출현이 잦다면, 그것은 해당 까마귀들이 과거 좋은 기억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 연구사는 "까마귀는 지능이 높다고 알려진 종중 하나"라면서 "까마귀들은 얻을 수 있는 자원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움직인다. 봉투를 찢어서 먹이가 있다는 걸 안 개체가 있으면 소통해서 다른 개체에 전파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행정 당국은 쓰레기봉투 훼손 현상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를 막을 방안도 모색 중이다. 시는 구청별로 휴대용 레이저건을 이달 말까지 배부해 빛에 약한 까마귀들이 모이지 않도록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창원시 환경정책과 관계자는 "도심 속 야생동물과 마찰을 줄이면서 주민 불편을 해소할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김해, 부산, 울산 등 인근 지역에서도 유사 사례가 잦아 피해 현황을 파악하고 대응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효과가 검증된 조류 퇴치기를 확보해 구청별로 배부할 계획이며, 레이저건은 빛만 발사되는 방식으로 인체나 조류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도 차원에서 진행 중인 야생동물 보호 관련 용역 결과에 따라 까마귀 보호와 관리 대책도 함께 마련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최석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