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합자산관리(이하 유암코)의 회사채 발행에 목표치 대비 열두 배가 넘는 3조원대의 뭉칫돈이 몰렸다. 더욱이 2000억원대 중반 수준인 자금 조달 계획만으로 올해 첫 조(兆) 단위 빅딜이었던 포스코와 맞먹는 주문을 이끌어 내면서 더욱 눈에 띄는 흥행이 됐다.
다만 국내 최대 부실채권(NPL) 투자사인 유암코에 이처럼 많은 돈이 몰렸다는 점에서, 역대급 고금리의 충격이 얼마나 깊은지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란 평가도 나온다.
0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유암코는 이번 달 총 5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에 성공했다. 신용등급 AA에 만기 구조는 2년물과 3년물, 5년물로 나눠 진행됐다. 최종적으로 2년물은 700억원, 3년물은 3700억원, 5년물은 600억원으로 확정 발행됐다. 한국투자증권과 SK증권,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부국증권이 대표 주관을 맡았다.
최초 희망 모집액은 2500억원이었지만, 수요예측에서 이를 훨씬 웃도는 3조600억원의 주문이 확인되면서 한도를 채워 발행됐다. 2년물에 7100억원, 3년물에 1조8000억원, 5년물에 5500억원의 주문이 나왔다. 이에 따른 경쟁률은 2년물이 17.75대 1에 달했고, 3년물과 5년물은 각각 11.25대 1과 11.00대 1을 기록했다.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기준 수익률보다 저렴한 금리로 회사채를 찍는 언더발행에 성공했다. 민간채권평가사가 평가한 민평금리에 ±30베이시스포인트(bp·1bp=0.01%포인트)를 가산한 기준 수익률을 제시했는데 민평금리 대비 2년물은 -7bp, 3·5년물은 각각 -8bp 조건으로 발행됐다.
유암코의 이번 회사채 수요예측에 몰린 주문 금액은 올해 들어 그전까지 이뤄진 거래들 가운데 포스코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지난달 14일이 청약일이었던 포스코는 당초 희망 모집액 5000억원에 대한 수요예측에서 3조4650억원의 주문이 나왔고, 총 1조원의 한도를 채워 회사채를 발행했다.
유암코 채권에 투자가 몰린 배경에는 호실적 관측이 깔려 있다. 유암코의 지난해 말 기준 투자금융자산은 5조7970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24.7%나 늘었다. 지난해 들어 3분기까지의 당기순이익은 124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0.1% 급증했다.
이런 측면들을 종합해 보면 시장은 앞으로도 여신 리스크가 확산할 것이라는데 베팅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유암코는 국내 NPL 투자 점유율 1위 업체로, 최근 은행권의 부실 대출 매각 규모가 빠르게 확대되며 자산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이 매각한 NPL은 총 4조6843억원으로 전년 대비 44.1% 증가했다. NPL 매각은 은행 입장에서 회수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판단된 대출을 처리하는 방식 중 하나다. 채권 원가에 못 미치는 돈을 받고 자산유동화 전문회사 등에 이를 넘긴 것이다. 은행 등 금융사는 보통 고정이하여신이란 이름으로 NPL을 분류해 둔다. 고정이하여신은 금융사가 내준 여신에서 통상 석 달 넘게 연체된 여신을 가리킨다.
대출 부실이 꿈틀대고 있는 배경에는 예상보다 길게 이어진 고금리 여파가 자리하고 있다. 높은 금리로 인해 이자 부담이 가중되면서 대출을 끌어 쓴 차주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가는 얘기다.
한국은행은 2022년 4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사상 처음으로 일곱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중 7월과 10월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이었다. 이에 따른 당시 한은 기준금리는 연 3.50%로, 2008년 11월의 4.00% 이후 최고치를 1년 반 넘게 유지해 왔다. 한은이 지난해 8월과 10월에 연속으로 인하를 단행했지만, 기준금리는 여전히 3.0%를 유지 중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리가 본격적인 인하 국면으로 접어 들었지만, 그 속도와 폭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이는 만큼 리스크의 정상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NPL 시장의 성장세 전망은 여전히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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