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남편은 저녁을 먹고 나면 베란다로 나갑니다. 한참을 그렇게 서 있다가 들어옵니다.처음에는 바람을 쐬는 줄 알았습니다. 어느 날 조용히 뒤에 다가갔다가 본 모습에 저는 발걸음을 멈췄습니다.

매일 저녁 베란다에 선 남편
남편이 베란다에 나가기 시작한 것은 한 달쯤 전부터였습니다. 저녁 설거지가 끝날 무렵이면 어김없이 창문을 열고 나갔습니다. 삼십 분이 넘도록 들어오지 않는 날도 있었습니다. 무슨 걱정이 있느냐고 물어도 그냥 웃기만 했습니다. 그날은 조용히 뒤따라 나가 보기로 했습니다.

뒤에서 본 광경
남편은 휴대폰을 귀에 대고 작은 소리로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먼 하늘을 바라보며 가끔 웃기도 했습니다. 가만히 들어 보니 상대는 시골에 혼자 계신 시어머니였습니다. 매일 같은 시간에 전화를 걸어 하루 있었던 일을 들려 드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저녁만 되면 집이 너무 조용하다는 어머니 말씀에 시작한 일이라고 했습니다.

남편이 말하지 않은 이유
통화가 끝나고 남편이 저를 보고 조금 놀랐습니다. 왜 말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제가 신경 쓸까 봐 그랬다고 했습니다. 저도 모르는 사이 남편은 혼자 어머니를 챙기고 있었습니다. 그날 이후로는 저도 가끔 옆에서 인사를 건넵니다. 베란다의 저녁 시간이 이제는 둘이 함께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배우자가 혼자 감당하는 몫은 생각보다 클 수 있습니다. 말하지 않는 데는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 숨어 있기도 합니다.오늘은 배우자가 자주 머무는 자리에 한 번 함께 서 보시면 어떨까요. 몰랐던 하루의 한 부분이 보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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