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 뜯으려다 인내심 뜯기는 악마의 포장…근데 그거 뭐지? [그거사전]
[그거사전 - 23] 뜯다가 짜증 폭발하는 플라스틱 포장 ‘그거’
![다양한 블리스터 포장. 칼 포장을 뜯기 위한 칼 포장을 뜯기 위한 칼 포장을 뜯기 위한 칼(무한반복)이 필요하다. [사진 출처=visipak.com]](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07/25/mk/20240725183017377caoh.png)
‘겟도바시’라는 정체불명의 단어는 예상대로 일본어다. ‘걷어차다’ ‘일축하다’라는 의미의 게토바시(蹴飛ばし)가 발음 대로 정착한 것인데, 이는 진공 성형 공정 때 기계의 페달을 발로 밟아서 작동시키는 모습에서 나온 명칭이란 설이 유력하다.
![진공 성형 공정. [사진 출처=케이에이치테크 홈페이지]](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07/25/mk/20240725183018775noeo.png)
![열받게 만드는 포장임에도 불구하고 멋있긴 하다. [사진 출처=Formech 홈페이지]](https://t1.daumcdn.net/news/202407/25/mk/20240725183021900xowh.gif)
플라스틱 시트의 재질은 다양하게 쓸 수 있지만 포장재 용도로는 주로 PP(폴리프로필렌)·PET(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 등이 많이 쓰이는 데 문제는 이 재료들의 강도가 무척 높다는 점이다. 거기에 더해 플라스틱 포장재끼리 맞붙이고 고열로 녹여서 밀봉하는 열접착(히트 실링) 포장 방식을 쓸 경우 손아귀 힘만으로 뜯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설령 어떻게든 뜯어낸다고 해도, 날카롭게 뜯긴 부분에 다치기 일쑤다. 가위나 칼을 이용해 뜯다가 다치거나 내부의 제품이 손상되는 경우도 왕왕 발생한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세상에서 없어져야 할 ‘악마의 포장’이라는 세간의 비난이 과하지 않다.
![블리스터 포장 대참사. 하필이면 선이 종이 사이에 가려져 있어 포장을 뜯다가 마우스 선까지 잘라버렸다. 포장 디자이너의 순수한 악의 마저 느껴진다. [사진 출처=인터넷 커뮤니티]](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07/25/mk/20240725183023897dlyc.png)
블리스터 포장 때문에 태어난 표현도 있다. 바로 포장 분노(wrap rage)다. 포장, 그중에서도 블리스터 포장을 열 수 없어서 분노와 좌절이 극도로 치솟는 상황을 뜻한다. 2003년 영국에 있는 일간지인 데일리 텔레그래프에서 처음으로 사용한 이 용어는 언어학 교수와 작가 등으로 구성된 미국방언학회(ADS)에서 2007년 가장 유용한 단어로 선정하기도 했다. 2017년 제프 베조스 아마존 창업자 겸 이사회 의장(당시 CEO)은 한 대담에서 ‘포장 분노’를 언급하며 구매자의 상품평 중 포장에 대한 불만이 상당했으며 “(이는) 어떠한 혁신적 시도보다 앞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강조한 바 있다. 블리스터 포장의 불편함에 대해 공감해준 건 고마운데, 아마존의 ‘자칭 친환경’ 종이 포장이 얼마나 허술한지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마냥 기쁘지는 않다.
![택배 상자(였던 것). 아마존은 그 어떤 값비싼 물건도 부실한 골판지 상자와 대충 구겨 놓은 종이 완충재로 대충 포장해서 보내는 쿨한 구석이 있다. 카메라 렌즈도, 한정판 블루레이도 가차 없다. 하지만 북미 지역 대표 배송 업체인 UP*·페덱*에 비하면 양반이라는 게 업계의 정설이다. [사진 출처=인터넷 커뮤니티]](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07/25/mk/20240725183025393zpzi.png)
무엇보다 블리스터 포장이 없으면 약(藥)도 없다. 엄격한 조건이 따라붙는 의료·제약용 멸균 플라스틱을 블리스터 포장 재료로 쓸 수 있어 의약품·의료기기 포장에 쓰이기 때문이다. 자동화된 제조 공정을 통해 불순물과 오염 물질이 공급망에 유입될 가능성이 작고, 개별 밀봉 방식인 덕에 습도와 온도로부터 의약품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다. 대용량 병 포장을 주로 사용하던 북미 지역에서도 블리스터 포장이 대세로 자리잡고 있는 이유다.
![지금 당장 구급함을 열어 보자. 블리스터 포장 방식이 아닌 약을 찾기 힘들다. [사진 출처=Roberto Sorin, unsplash]](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07/25/mk/20240725183027727qxtq.jpg)
블리스터 포장 중에는 클램셸(clamshell·조개 껍데기) 방식도 있다. 중앙에 경첩(힌지) 부분을 중심으로 접어서 뚜껑이 달린 포장 용기로 사용하는 방법이다. 접착 방식이 아니라, 겹쳐서 결합하는 방식이 많아 쉽게 여닫을 수 있고, 포장 분노를 일으키지도 않는다. 투명한 플라스틱 클램셸 포장은 딸기나 블루베리 따위의 무른 과일이 손상되지 않게 포장하는 용도로 많이 쓰이는데, 딸기류를 판매·유통하는 미국 기업 드리스콜스가 1990년대 처음으로 도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클램셸 방식의 블리스터 포장은 무른 과일을 안전하게 보관, 운송, 진열하면서 동시에 소비자로 하여금 제품의 상태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돕는다. [사진 출처=Driscoll’s]](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07/25/mk/20240725183029081hbfc.png)
- 다음 편 예고 : 새 양말 사면 달린 금속집게 ‘그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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