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최초 여성 대통령 나오나…자서전에 없는 그녀의 민낯 [구은서의 책X책]
<카멀라 해리스, 차이를 넘어 가능성으로>
댄 모레인 지음
양진성 옮김
김영사
428쪽 / 2만2000원
거울 속 내 얼굴은 절반의 진실이다. 거울에 비치는 모습은 실제 모습을 좌우 반전해 보여주기 때문이다. 자서전도 그렇다. 한 인물의 일생을 담고 있긴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진짜 얼굴은 타인이 그를 바라본 평전까지 살펴봐야 온전히 알 수 있다.
최근 출간된 <카멀라 해리스, 차이를 넘어 가능성으로>는 미국 최초의 여성 부통령이자 최초의 흑인 부통령인 카멀라 해리스에 대한 평전이다. 오는 27일 윤석열 대통령과의 오찬이 예정돼있는, 유력 차기 미국 대통령으로 꼽히는 바로 그녀의 이야기다.
인도 출신 어머니와 자메이카 출신 아버지를 둔 해리스는 미국 첫 흑인 여성 캘리포니아주 검찰총장 등 ‘최초’의 역사를 써왔다. 몇 년 뒤엔 미국 최초 흑인 여성 대통령이라는 역사까지 쓸 지도 모른다.
해리스에 대해 궁금하더라도 굳이 이 책을 택해야 하나 싶을 수 있다. 앞서 2021년 <카멀라 해리스 자서전>이 국내 출간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서전과 달리 이 책은 베테랑 기자가 바라본 해리스를 담았다. 저자 댄 모레인은 해리스의 고향이자 정치적 기반인 캘리포니아주에서 40년 이상 정치 분야를 취재해온 기자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새크라멘토 비 등을 거쳤다. 1994년 해리스를 처음 취재한 이래 2010년 검찰총장 선거, 상원의원 시절, 2020년 부통령 지명까지 해리스의 정치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순간을 기사로 담아왔다.
자서전 원서는 2019년, 평전 원서는 2021년에 쓰였단 것도 결정적 차이다. 그 사이에 그녀는 부통령 자리에 올랐다. 평전은 자서전의 내용을 적절히 인용하며 좀더 풍부한 관점을 제공한다. 책 막판 ‘감사의 글’에서 저자는 “해리스와 그녀의 가족은 그럴 만한 사정 때문에 이 책에 관련된 자료 조사를 위한 인터뷰를 허가하거나 도움을 주지 않았다”며 “나는 그들이 말하는 사건에 대해 직접 알고 있는 수십 명의 정보원에게 의존했다”고 설명했다.
평전은 해리스 본인이라면 쓰지 않았을 순간을 들춰낸다. 예컨대 2020년 민주당 대선 후보간 1차 토론회 장면 같은 것 말이다.
해리스는 이 자리에서 당시 경쟁자였던 조 바이든 대통령을 인종차별주의자로 몰아간다. 바이든이 과거 버싱(busing·백인과 유색인종 학생이 섞이도록 통학 버스를 이용해 학군 간 이동을 강제하던 정책)을 반대했다며 버스를 타고 통학하던 자신의 유년 시절을 언급한다. “그 아이가 바로 나다.” 해리스 선거 캠프는 이 문구가 찍힌 티셔츠를 30달러 안팎에 판매하기도 했다. 이런 장면을 통해 독자는 해리스가 진보 리더 바이든의 동료인 동시에 경쟁자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적절한 비판과 거리 두기 역시 자서전은 성취할 수 없는 미덕이다. 평전은 과거 해리스가 연인이었던 윌리 브라운 캘리포니아주 국회의장과의 친분을 이용해 부당한 특혜를 누렸다는 사실을 빼놓지 않고 서술한다. 자서전에는 브라운의 이름조차 나오지 않는다.
도입부만 봐도 평전과 자서전의 차이가 두드러진다. 자서전은 2016년 11월 8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일에 흑인 조카가 두려움에 떨자 해리스가 그를 위로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평전은 해리스의 부모의 배경, 즉 이민자 2세로서의 해리스의 정체성을 짚으며 책을 연다.
책에 붙은 안병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의 해제는 원서와 한국판 사이 시차를 메우며 깊이 있는 이해를 돕는다.
안 교수는 해리스의 삶에서 최대 고난을 “단연코 부통령 직위를 수행하는 현재”라며 불법이민자 추방정책, NBC 인터뷰에서의 말실수 등 그의 최근 실책들을 짚는다. 그럼에도 왜 해리스에 주목해야 할까. “대선 경쟁 이면에서 우리가 아는 미국이 아닌 새로운 미국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심층적으로 이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이해하기 위한 키워드가 과거에는 힐러리 클린턴이었다면 오늘날에는 카멀라 해리스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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