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데이비슨의 로드 글라이드와 스트리트 글라이드는 배거 장르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배거의 진화는 감성에서 이성으로, 클래식에서 현대적으로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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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현용(이하 양) 요즘은 할리데이비슨 투어링 패밀리, 그중에서도 배거 장르가 좀 더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시기인 것 같아요. 킹 오브 배거스라는 레이스를 통해서 스포티한 부분이 더 부각이 되면서 기존의 배거 하면 떠오르는 투어러, 편안한 이미지 혹은 커스텀 배거의 화려한 이미지 이외에도 색깔이 다양해졌어요. 더 매력적인 장르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윤연수(이하 윤) 저는 20대 중반이라서 배거는 먼 미래에나 고려해볼만한 장르였어요. 하지만, 저 역시 킹 오브 배거스를 보면서 배거를 색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었죠. 미국의 머슬카가 엄청난 출력을 내면서 터프한 움직임을 보여주는 것과 비슷해요. 배거로 레이스라니, 거대한 몸집을 좌우로 뒤집으며 빠르게 달리는 걸 보면 짜릿짜릿해요.
양 이번 테스트에서 우리가 두 대의 배거를 타고 ‘뭘 할까’하고 와인딩 로드를 찾아갔고 바이크의 성능, 특히 핸들링에 대해 집중해서 달렸어요. 결국은 우리가 느끼는 이미지가 달라졌기 때문에 이 바이크를 테스트하는 마음가짐 자체도 달라진 것 같아요. 만약에 킹 오브 배거스를 보지 않았다면 이번 시승기 역시도 그냥 장거리 투어로 끝났을 거예요.
윤 아메리칸 투어링 바이크는 멀리 여행을 가고, 둘이 함께 달리거나, 풍경이 멋진 곳에서 바이크를 타는 게 전부일 것 같았는데 말이죠. 이런 이미지 변화가 젊은 라이더에게도 ‘멋지다!’는 인식을 만드는 것 같습니다. 여기에 한층 더 젊어진 디자인도 한몫하고 있어요. 기존의 분위기는 유지하면서도 현대적이고 세련되었달까요?
양 어떠한 변화든 모두에게 좋은 인상을 주기라는 건 어려운 일이잖아요. 그런데 새로운 로드 글라이드와 스트리트 글라이드는 기존 할리데이비슨에 관심 없던 사람을 자극하는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윤 반면 골수팬들 중에는 “너무 현대적으로 변했다.”라고 하는 사람들은 있겠죠. 하지만 그럼에도 이 움직임이 알맞은 방향으로 간다고 생각이 들어요. 새로운 고객층을 불러 오려면요. 그리고 그 브랜드에 대한 인식이나 인상을 꾸준히 미래적으로 나아갈 수 있는 브랜드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양 두 모델 모두 2023 CVO 모델을 통해 먼저 디자인을 접했잖아요. 당시에는 기존 모델과 너무 많이 달라졌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런데 일반 로드, 스트리트 글라이드는 오히려 과하지 않은 느낌이에요. 실루엣이나 분위기는 꽤 잘 유지하면서 새로운 느낌을 준다는 것. 참 대단한 일이죠.
윤 특히나 스트리트 글라이드는 배트윙 카울에 LED 라인이 추가된 것 빼고는 크게 다르지 않아요. 그럼에도 신형 모델이라는 건 단번에 눈치 챌 수 있을 만큼 현대적이죠.
양 기본적인 엔진이나 하체는 원래 형태를 유지한 상태로 페어링 역시도 실루엣을 잘 살려놨고, 라디에이터는 오일쿨러 자리에 크기만 살짝 키워서 장착했어요. 간직해야 할 유산과 미래를 향한 발전 사이에 많은 고민과 노력이 느껴지죠.
윤 새로운 밀워키에이트 117 엔진은 정말 좋았어요. 주행 모드에 따라서 스로틀 반응이 아주 극적으로 바뀌어요. 특히 초반 반응을 아주 날카롭게 바꿔서 이게 380kg가 맞나 싶더라고요.
양 지금까지 사용되던 밀워키에이트 117과는 달라요. 스로틀 바디가 55mm에서 58mm로 변경되고 인테이크 라인을 통째로 수정했죠. 흡기 박스 자체를 키워서 흡기 효율을 높이고 공유랭 방식이 아닌 수랭 방식을 적용했어요. V-트윈 엔진의 약점인 뒤쪽 엔진 헤드를 더욱 효과적으로 식혀줄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에요. 그리고 또 대단한 건, 울트라 모델에 비해 라디에이터를 숨길 공간이 없는데 오일쿨러 자리 아래에 넣어서 콤팩트한 수랭 시스템을 완성했어요.
윤 그리고 ‘할리데이비슨에 무슨 주행 모드가 필요해’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런데 직접 타보고 그 생각이 쏙 들어갔죠. 모드에 따라서 정말 다른 캐릭터로 변한다는 것. 엔진이 이렇게 커지고 강력해졌는데 파워 조절이 불가하다면 꽤 피곤했을 거예요.
양 맞아요. 물론, 기존의 할리데이비슨 라이더들이 유난히 변화 발전에 조금 더 보수적이라서 더 반감이 들 수 있어요. 하지만, 로드 글라이드와 스트리트 글라이드는 좋은 방향으로 변화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스포스터 S나 나잇스터를 타면서는 ‘이것도 좋네. 그래, 이제는 공랭의 시대가 아니니까 어쩔 수 없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분명 좋아진 방향으로 갔다 하더라도 뭔가 아쉬움 같은 게 존재했죠.
윤 맞아요. 신 모델이 구 모델을 완전히 대체하고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느낌이 있었죠. 물론 수많은 장점과 앞으로가 기대가 되는 부분도 있었지만요. 그런데 로드 글라이드와 스트리트 글라이드는 기존의 투어링 모델을 대체하면서도 새롭다는 게 중요한 포인트에요.
양 2013년도에 할리데이비슨이 110주년을 기념해 ‘러시 모어’라는 프로젝트를 발표한 적 있어요. 고객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고객이 원하는 바를 개선하겠다는 내용의 프로젝트였어요. 그래서 당시 할리데이비슨 투어링 라인업에 큰 변화가 있었는데요. 개인적으로는 이번의 변화가 오히려 더 큰 변화인 것 같아요.
시승기로 이어집니다.
글/사진 모터바이크 편집부
취재협조 할리데이비슨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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