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데이비슨 로드 VS 스트리트: 배거의 진화

할리데이비슨의 로드 글라이드와 스트리트 글라이드는 배거 장르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배거의 진화는 감성에서 이성으로, 클래식에서 현대적으로 향하고 있다.

양현용(이하 양) 요즘은 할리데이비슨 투어링 패밀리, 그중에서도 배거 장르가 좀 더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시기인 것 같아요. 킹 오브 배거스라는 레이스를 통해서 스포티한 부분이 더 부각이 되면서 기존의 배거 하면 떠오르는 투어러, 편안한 이미지 혹은 커스텀 배거의 화려한 이미지 이외에도 색깔이 다양해졌어요. 더 매력적인 장르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윤연수(이하 윤) 저는 20대 중반이라서 배거는 먼 미래에나 고려해볼만한 장르였어요. 하지만, 저 역시 킹 오브 배거스를 보면서 배거를 색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었죠. 미국의 머슬카가 엄청난 출력을 내면서 터프한 움직임을 보여주는 것과 비슷해요. 배거로 레이스라니, 거대한 몸집을 좌우로 뒤집으며 빠르게 달리는 걸 보면 짜릿짜릿해요.

이번 테스트에서 우리가 두 대의 배거를 타고 ‘뭘 할까’하고 와인딩 로드를 찾아갔고 바이크의 성능, 특히 핸들링에 대해 집중해서 달렸어요. 결국은 우리가 느끼는 이미지가 달라졌기 때문에 이 바이크를 테스트하는 마음가짐 자체도 달라진 것 같아요. 만약에 킹 오브 배거스를 보지 않았다면 이번 시승기 역시도 그냥 장거리 투어로 끝났을 거예요.

아메리칸 투어링 바이크는 멀리 여행을 가고, 둘이 함께 달리거나, 풍경이 멋진 곳에서 바이크를 타는 게 전부일 것 같았는데 말이죠. 이런 이미지 변화가 젊은 라이더에게도 ‘멋지다!’는 인식을 만드는 것 같습니다. 여기에 한층 더 젊어진 디자인도 한몫하고 있어요. 기존의 분위기는 유지하면서도 현대적이고 세련되었달까요?

어떠한 변화든 모두에게 좋은 인상을 주기라는 건 어려운 일이잖아요. 그런데 새로운 로드 글라이드와 스트리트 글라이드는 기존 할리데이비슨에 관심 없던 사람을 자극하는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반면 골수팬들 중에는 “너무 현대적으로 변했다.”라고 하는 사람들은 있겠죠. 하지만 그럼에도 이 움직임이 알맞은 방향으로 간다고 생각이 들어요. 새로운 고객층을 불러 오려면요. 그리고 그 브랜드에 대한 인식이나 인상을 꾸준히 미래적으로 나아갈 수 있는 브랜드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두 모델 모두 2023 CVO 모델을 통해 먼저 디자인을 접했잖아요. 당시에는 기존 모델과 너무 많이 달라졌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런데 일반 로드, 스트리트 글라이드는 오히려 과하지 않은 느낌이에요. 실루엣이나 분위기는 꽤 잘 유지하면서 새로운 느낌을 준다는 것. 참 대단한 일이죠.

특히나 스트리트 글라이드는 배트윙 카울에 LED 라인이 추가된 것 빼고는 크게 다르지 않아요. 그럼에도 신형 모델이라는 건 단번에 눈치 챌 수 있을 만큼 현대적이죠.

기본적인 엔진이나 하체는 원래 형태를 유지한 상태로 페어링 역시도 실루엣을 잘 살려놨고, 라디에이터는 오일쿨러 자리에 크기만 살짝 키워서 장착했어요. 간직해야 할 유산과 미래를 향한 발전 사이에 많은 고민과 노력이 느껴지죠.

새로운 밀워키에이트 117 엔진은 정말 좋았어요. 주행 모드에 따라서 스로틀 반응이 아주 극적으로 바뀌어요. 특히 초반 반응을 아주 날카롭게 바꿔서 이게 380kg가 맞나 싶더라고요.

지금까지 사용되던 밀워키에이트 117과는 달라요. 스로틀 바디가 55mm에서 58mm로 변경되고 인테이크 라인을 통째로 수정했죠. 흡기 박스 자체를 키워서 흡기 효율을 높이고 공유랭 방식이 아닌 수랭 방식을 적용했어요. V-트윈 엔진의 약점인 뒤쪽 엔진 헤드를 더욱 효과적으로 식혀줄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에요. 그리고 또 대단한 건, 울트라 모델에 비해 라디에이터를 숨길 공간이 없는데 오일쿨러 자리 아래에 넣어서 콤팩트한 수랭 시스템을 완성했어요.

그리고 ‘할리데이비슨에 무슨 주행 모드가 필요해’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런데 직접 타보고 그 생각이 쏙 들어갔죠. 모드에 따라서 정말 다른 캐릭터로 변한다는 것. 엔진이 이렇게 커지고 강력해졌는데 파워 조절이 불가하다면 꽤 피곤했을 거예요.

맞아요. 물론, 기존의 할리데이비슨 라이더들이 유난히 변화 발전에 조금 더 보수적이라서 더 반감이 들 수 있어요. 하지만, 로드 글라이드와 스트리트 글라이드는 좋은 방향으로 변화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스포스터 S나 나잇스터를 타면서는 ‘이것도 좋네. 그래, 이제는 공랭의 시대가 아니니까 어쩔 수 없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분명 좋아진 방향으로 갔다 하더라도 뭔가 아쉬움 같은 게 존재했죠.

맞아요. 신 모델이 구 모델을 완전히 대체하고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느낌이 있었죠. 물론 수많은 장점과 앞으로가 기대가 되는 부분도 있었지만요. 그런데 로드 글라이드와 스트리트 글라이드는 기존의 투어링 모델을 대체하면서도 새롭다는 게 중요한 포인트에요.

2013년도에 할리데이비슨이 110주년을 기념해 ‘러시 모어’라는 프로젝트를 발표한 적 있어요. 고객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고객이 원하는 바를 개선하겠다는 내용의 프로젝트였어요. 그래서 당시 할리데이비슨 투어링 라인업에 큰 변화가 있었는데요. 개인적으로는 이번의 변화가 오히려 더 큰 변화인 것 같아요.


시승기로 이어집니다.

글/사진 모터바이크 편집부
취재협조 할리데이비슨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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