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래프팅 명소] '롤러코스터 물살' 정신 없이 헤쳐나가니 무더위가 싹~

여름 수상 레포츠의 꽃이라 불리는 래프팅 계절이 다가왔다. /파워레포츠

지루한 물의 계절이 이어지고 있다. 길어야 열흘 정도면 이 지긋지긋한 장마도 끝날 터. 본격적인 무더위와 함께 '피서철'이 시작된다.

피서철이 되면 취향에 따라 '바다 파'와 '산 파'가 나뉜다. 해수욕장을 찾아 온갖 바다 레포츠를 즐기려는 이들도 많다. 반면 바닷물의 끈적임과 모래가 싫은 사람은 깊은 산 속 계곡으로 떠나는 피서를 선호하기도 한다. 어디를 가든 '개취'(개인 취향)이지만 함께 피서를 가야 할 가족이거나 지인이 서로 의견이 갈리면 곤란하다. 이럴 때 절충으로 '물이 있는 강' 정도면 합의를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 최근 국립공원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공원 내 계곡에서 발 담그고 노는 걸 허용하지 않는다. '산 파'의 입지가 많이 좁아졌다.

강에서의 가장 대중적인 레포츠는 뭐래도 래프팅이다. 2인승 카야크부터 11인승 카누까지 많은 인원이 함께할 수도 있고 양팔 힘과 노에 의존해 물살을 헤쳐 나가다 보면 무더위쯤이야. '에라 물렀거라'하며 짜릿함과 시원함을 만끽할 수 있다.

하지만 도내에서 이런 래프팅을 즐길 곳은 많지 않다. 산청군에서 관련 업체 18곳이 성업 중이지만 함양군에는 1곳만 있다. 합천 황강에도 1곳이 있었지만, 올해부터 3년간 강 정비 공사로 래프팅 허가가 나지 않는다. 황강 래프팅을 할 수 없어 아쉽게 됐다.

대체로 바위 사이 협곡을 타고 내려오는 함양 엄천강 래프팅이 가장 익사이팅했고, 황강 래프팅은 고요한 호수에서 뱃놀이하듯 강물 속에 담긴 하늘과 주변 경치를 즐길 수 있는 특징이 있었다. 산청 경호강 래프팅은 그 둘을 배합해 적절한 스릴을 느낄 수 있고 래프팅 도중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급류를 타고 있는 산청 경호강 래프팅 참가자들. /정성인 기자

◇래프팅에 진심인 산청군 = 경남 도내에서 래프팅이 가장 먼저 시작된 산청군 경호강 래프팅은 이미 입소문을 타 성업 중이다. 그래서인지 산청군도 래프팅 등 수상 레저 활성화에 진심이다. 지난 3일 부군수 주재로 래프팅 활성화 간담회를 했고 18~19일 이틀간 담당자 2명이 강원도로 출장을 가 그곳의 수상 레저 상황을 배우고 온다. 전국적으로 유명한 동강은 물론 한탄강과 내림천 등의 운영 현황을 보고 산청에 적용할 부분은 없는지 짚어보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군이 적극적일 수밖에 없는 것은 지난해 약 4만 5000명이 경호강에서 래프팅을 즐기고 간 것으로 추산되기 때문이다. 1인당 3만 원으로 계산해도 13억 원이 넘는 수익이 발생했다. 더구나 이들이 지역에서 숙박하고 식사한 비용을 따진다면 여름 한철 장사치고는 이보다 더한 효자상품도 없을 정도다.

현재 산청군에서는 18개 업체가 래프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대부분 산청읍에 마련된 산청경호강래프팅타운에서 시작해 멀리는 신안면 원지까지 강물을 타고 내려가는 코스다.

처음 시작하면 밋밋한 물살에 실망할 수도 있지만 이내 내리교 아래 보를 타고 넘으면 급한 물살을 만나게 된다. 보트에 함께 탄 사람들과 호흡을 맞춰 급류를 헤쳐나오면 다시 평화로운 물길을 만난다. 1~2㎞를 물살에 보트를 맡기고 유유히 주변 경치를 감상하는 여유도 가질 수 있다. 이쯤에서 본격적인 물놀이가 시작된다. 탑승자들이 물에 들어가 수영을 즐기기도 하고, 보트를 뒤집어엎어 미끄럼을 타기도 한다.

그렇게 한참 물놀이를 즐기다가 다시 보트에 몸을 싣고 하류로 향한다. 드디어 종착점이 가까워져 올 때쯤. 성심원에 조금 못미쳐 경호강 래프팅 코스 중 최고의 급류 지점을 만난다. 이곳은 위험해 보트 한 척씩 급류를 탄다.

모든 래프팅이 그렇듯 수량에 따라 경험치는 천차만별이다. 대체로 비 온 뒤 하루 이틀 정도 사이가 경호강에서 래프팅을 즐기기에 최고로 좋다.

함양 엄천강 래프팅 모습. /파워레포츠

◇거친 물살 짜릿한 함양 엄천강 = 한때 함양군 마천면 용유담 아래쪽에서 성업하던 래프팅 업체는 10여 곳에 이르렀다. 하지만 엄천강에 소수력발전소가 건설되고부터 수량 변동이 커 대부분 폐업하고 이제 1곳만 남았다.

엄천강 래프팅 특징은 바위틈 협곡의 거친 물살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용유담 아래쪽에서 시작해 휴천면 지리산리조트까지 4㎞ 협곡을 보트에 몸을 싣고 노에 의지해 거친 물살을 가르고 내려오다 보면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의 짜릿함에 빠져들게 된다. 특히 호우주의보가 내리면 어디서든 래프팅을 할 수 없지만, 엄천강은 지리산 계곡에 가까이 있다 보니 호우주의보가 해제될 때쯤이면 많은 물이 하류로 빠져나가고 금방 래프팅에 나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엄천강에서 래프팅 업체를 운영하는 최상두 파워레포츠 대표는 "엄천강은 강 최상류이다 보니 비만 오면 온갖 오염물이 다 쓸려가 수질이 깨끗하다는 장점이 있다"라며 "단지 수량 변화가 커 상류 소수력발전소에서 적절한 수량 유지를 해준다면 더 많은 사람이 익사이팅한 래프팅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3년간 못 하게 된 황강 래프팅 = 합천 황강에서 래프팅한다는 것을 모르는 이가 많다. 하지만 합천군 봉산면에서 이병철 씨가 모아레벤트라는 업체를 차려 '황강 카누·카야크 나루길'을 개척하고 래프팅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지난해 기준 3000여 명이 이곳에서 래프팅을 즐겼다. 하지만 합천군에서는 운영 업체나 실태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지역 관광 효자상품이 될 수도 있는 것을 놓치고 있다.

합천호 하류보 아래에서 시작되는 코스는 급류가 없는 잔잔한 호수 같은 강을 타고 흘러간다. 그렇다고 호수는 아니어서 굳이 탑승자들이 노를 젓지 않더라도 평화롭게 흘러 내려갈 수 있다.

노약자들도 즐길 수 있는 황강 래프팅은 아쉽게도 올해부터 3년간 금지된다. 황강 정비를 위해 래프팅이 허가되지 않기 때문이다.

산청 경호강이나 황강이나 대부분 업체는 래프팅만 운영하지는 않는다. 사륜오토바이(ATB)와 서바이벌 게임장도 함께 운영한다.

이 대표는 "사실 여름에 ATB나 서바이벌 게임을 하려고 찾아오지는 않는다. 래프팅하러 왔다가 이것저것 해보는 것인데 올해는 정말 타격이 클 것 같다"라고 걱정했다.

/정성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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