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그룹 경영권 향방, 다시 국민연금·주주에 달렸다 (종합)

허지윤 기자 2024. 9. 27.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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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8일 한미사이언스 임시 주총 개최
이사회 확대·감액배당 안건 올라
“3자 연합 이사회 진입이 핵심”
그래픽=손민균

한미약품그룹 창업자 일가의 모녀와 개인 최대주주 3자 연합과 장·차남 간 경영권 분쟁이 다시 주주 손에 결정될 전망이다.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는 27일 오전 서울 송파구 한미약품그룹 본사에서 임시 이사회를 열고 임시 주주총회 일정과 안건을 확정했다. 이날 오후 한미사이언스는 오는 11월 28일 오전 10시 서울 송파구 서울시교통회관 1층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겠다고 공시했다.

11월에 열릴 한미사이언스 임시 주총은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임시 주총 안건은 3건이다. 3자 연합은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정원을 최대 10명에서 12명으로 확대하는 정관 변경에 관한 안건과,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 창업자 일가 장녀인 임주현 한미약품그룹 부회장의 이사 선임 안건을 제안했다. 현재 이사는 9명이다. 두 안건이 통과되면 11명이 된다. 한미사이언스 측이 주주 친화 정책의 일환으로 제안한 세 번째 감액 배당 안건은 장·차남 측에서 나왔다.

앞서 모녀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은 개인 최대 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 주식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대주주 3자 연합을 구성해 지분 48.13%를 보유한 최대 주주 집단이 됐지만, 아직 그룹 경영권을 탈환하지 못한 상황이다. 현재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를 차남 임종훈 대표이사가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주주총회 경영권 분쟁 1라운드 표 대결에서 신동국 회장이 손을 들어줘 형제가 경영권 승기를 잡았다. 장·차남은 각각 지주사와 핵심 사업회사인 한미약품 대표를 맡아 경영한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임종윤 이사가 지난 2일 열린 한미약품 이사회에서 대표가 되지 못했고, 신 회장이 다시 모녀와 손을 잡으면서 판세가 뒤집혔다.

대주주 3자 연합은 한미사이언스와 한미약품이 전문경영인 체제로 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실현하려면 임종훈 대표가 쥐고 있는 한미사이언스 경영권을 내려놔야 하는데 현재로선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3자 연합이 신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이 지주사 이사회에 진입하고, 정관을 변경하고자 임시 주총이라는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이사 선임은 주총 출석 의결권의 과반 찬성으로 의결되지만, 정관변경은 출석 의결권 3분의 2(66.7%) 찬성이 필요하다. 현재 한미사이언스 지분 구조는 3자 연합 48.13%, 형제 측 지분은 29.07%다. 양측 모두 찬성표가 필요한 셈. 이에 따라 지분 5.53%를 보유한 국민연금공단과 소액주주들의 표심이 승패를 가를 전망이다.

앞서 국민연금은 지난 3월 한미사이언스 주총에서 형제가 추천한 이사 선임 안건에 모두 반대했다. 한미약품 주총에서도 형제 측 이사 후보 중 임종훈 대표를 제외하고는 모두 반대했다.

소액주주의 선택도 주목된다. 지난 3월 주총에서 소액주주는 형제 측을 지지했으나 최근에는 장녀 임주현 부회장을 지지하는 쪽으로 여론이 기울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세 남매 중 소액 주주 측의 면담 요청에 가장 먼저 응한 건 임주현 부회장이었다. 이에 지난 7월 임주현 부회장이 소액주주들과 만나 대화했고, 뒤이어 임종훈 대표가 소액주주들과 면담했다.

만약 주총에서 정관변경과 이사 선임 안건이 모두 가결된다면, 현재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와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 등 형제 측이 5대 4로 우위에 있는 이사회 구도가 5대 6으로 3자 연합으로 기울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관 변경 안건이 부결되고 이사 후보 가운데 1명만 선임된다면, 이사회 구도가 5대 5가 되고, 이사회는 교착 상태에 빠지고 경영권 갈등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다.

이날 이사회에서 회사 측이 제안한 감액배당 안건도 주총에서 최종 통과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감액배당은 회사의 자본준비금을 감액해 받는 배당으로 일반적인 배당과 달리 법인주주는 이익금에 산입하지 않고 개인주주는 배당소득에 포함하지 않아 15.4%의 배당소득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쉽게 말해 비과세로 배당금을 주주에게 지급하는 격이다.

이에 시장에선 형제 측이 소액주주 마음 돌리기를 위한 방안으로 감액배당 카드를 꺼냈다는 해석도 나온다. 상속세를 다 해결하지 못한 형제를 위한 의사 결정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감액배당은 배당으로 인한 세금 부담이 큰 오너가 기업이 주로 활용하고 있다.

한편, 앞서 3자 연합이 법원에 제기한 주총 소집 허가 신청은 내달 2일 심문 기일이 예정돼 있다. 이날 임시 주총 개최 일정이 정해졌기 때문에 법원의 판단이 미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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