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펜"이라던 트럼프, 이재명 대통령 만년필 어디서 왔나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직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심을 끈 것은 이재명 대통령이 사용한 만년필이었다. 방명록에 서명하던 순간 트럼프 대통령은 펜을 가리키며 “좋은 펜(nice pen)”이라고 감탄했고, 이 대통령은 즉석에서 만년필을 선물했다. 긴장된 회담 분위기는 잠시 부드러워졌다.
25일(현지시각)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진행된 방명록 서명식에서 이 대통령은 갈색빛의 두툼한 만년필로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지켜보다 “두께가 아름답다(beautiful)”, “당신 나라에서 만든 것이냐”고 묻고, “내가 가져가도 되느냐”며 웃음을 보였다. 이 대통령이 “한국산”이라고 답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펜을 직접 들어 올리며 거듭 관심을 드러냈다.
봉황과 태극 문양이 새겨진 수제 만년필
이재명 대통령이 사용한 만년필은 갈색빛 원목 몸체에 상단 봉황과 태극 문양이 황동으로 새겨진 수제 작품이었다. 케이스에는 ‘청와대’ 문구가 각인돼 있었으며, 약 두 달간의 제작 과정을 거쳤다. 제작은 서울 문래동의 수제 만년필 공방 ‘제나일’에서 진행됐다.
제작 과정은 원목에 드릴로 구멍을 낸 뒤, 목공용 끌로 형태를 하나하나 손으로 깎아내는 방식이다. 이후 사포질로 표면을 다듬고 천연 오일로 마감한다. 외관 장식에 사용된 황동은 직접 가공해 태극과 봉황 무늬를 새겼다.

겉모습은 수제 만년필이지만 내부에는 모나미 수성 네임펜 심이 들어 있다. 방명록 같은 종이는 표면이 번들거려 잉크가 번지거나 미끄러지는 경우가 많아, 이를 보완하기 위해 네임펜 심을 삽입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펜을 쥐어보고 “괜찮으시면 내가 쓰겠다. 두께가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볼펜은 싫다”며 만년필 선호를 언급했다. 이 대통령이 “영광이다”라며 건네자, 트럼프 대통령은 “실제로 사용하지는 않겠지만 선물로 소중히 간직하겠다”고 답했다. 두 정상은 펜을 매개로 웃음을 나누며 회담 전 긴장을 누그러뜨렸다.
회담장의 분위기를 바꾼 펜
서명식에서 오간 짧은 대화는 단순한 소품을 넘어서는 의미로 기록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펜을 건네며 “대통령님께서 하시는 다소 어려운 사인에 유용할 것”이라고 말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좋다”, “아름답다”라는 말을 반복했다. 만년필과 케이스를 들어 올려 주변에 보여주기도 했다.
이 같은 장면은 과거에도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9월 뉴욕에서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정 서명식 후 자신이 사용한 펜을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선물한 바 있다. 이번에는 상황이 반대로, 한국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에게 펜을 건네는 장면이 연출됐다.

만년필 화제, 증시에도 반영
정상회담 현장에서 나온 짧은 대화였지만, 파장은 국내 증시로 이어졌다. 26일 오전 서울 증시에서 문구 업체 모나미 주가는 장 초반 강세를 보였다. 오전 9시47분 기준 모나미는 전 거래일보다 278원(14.03%) 오른 2260원에 거래됐다. 장중 한때 2435원까지 오르며 매수세가 몰렸고, 오전 10시15분에도 2200원대를 유지했다.
이 대통령이 사용한 펜은 제나일 공방 제작품으로 모나미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내부에 모나미 네임펜 심이 사용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투자자들이 모나미를 연상한 것으로 보인다. ‘필기구=모나미’라는 인식 속에 단기 급등세가 나타났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번 백악관 만년필 대화는 외교 무대의 긴장을 누그러뜨린 장면으로 기록됐다. 동시에 작은 소품 하나가 시장의 관심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줬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이은 칭찬과 즉석 선물은 한국 수제 만년필 제작 기술과 문구 브랜드가 국제적 관심을 받는 계기로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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