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정'과의 첫 만남. 안치홍(36·키움)이 자비 없는 안타 행진을 펼쳤습니다. 3타수 2안타 3볼넷 2득점. 2루타만 2개. 5출루 경기. 한화 팬들은 박수를 쳤지만, 안치홍은 헬멧을 벗고 인사하는 관례를 스킵해버렸습니다. 팬들이 분노했습니다. 게다가 잘하기까지 했습니다.
안치홍은 28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한화와의 개막전에 2번 타자 겸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했습니다.

첫 타석부터 제대로 한 방을 날렸습니다. 한화 선발투수 윌켈 에르난데스의 직구를 받아쳐 좌측 담장에 직격하는 2루타를 날렸습니다. 조금 더 타구가 높게 날아갔다면 홈런이 됐을 수 있는 타구. 후속타가 이어지지 않으면서 득점에는 실패했습니다.

3회초 땅볼로 돌아선 안치홍은 5회에 2사 2·3루에서 볼넷을 골라내며 만루 찬스를 만들었습니다. 이후 브룩스의 안타와 상대 실책이 겹치면서 득점까지 성공했습니다. 키움은 1-3에서 4-3으로 단숨에 역전했습니다.
안치홍은 7회초 다시 장타를 보여줬습니다. 1사 1루에서 한화 투수 윤산흠의 직구가 스트라이크존 아래 낮게 떨어졌지만, 이를 걷어올려 중견수 왼쪽 뒤로 향한 2루타를 만들어냈습니다. 키움은 후속 브룩스의 안타로 한 점을 더했습니다.

8회 볼넷을 하나 더한 안치홍은 7-7로 맞선 연장 11회 선두타자로 나와 볼넷을 얻어냈습니다. 이후 브룩스와 어준서의 볼넷에 이어 박찬혁의 2타점 적시타가 나오면서 리드를 가져오는 득점에 성공했습니다. 최종 성적 3타수 2안타 3볼넷 2득점. 2루타 2개. 삼진 0개.

2009년 KIA에 데뷔한 안치홍은 롯데를 거쳐 2024년부터 한화 유니폼을 입었습니다. 2023시즌을 마치고 FA 자격을 얻어 한화와 4+2년 총액 72억원에 계약했습니다.

첫 해는 순조로웠습니다. 128경기에 출전해 타율 0.300 13홈런을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시즌 초반부터 부상이 이어지며 출발이 좋지 않았고, 결국 1군과 2군을 오가며 66경기 타율 0.172 2홈런으로 시즌을 마쳤습니다. 체중 관리 문제로 워크에식까지 지적받았습니다.
내야는 채은성-하주석-심우준-노시환이 꽉 잡았고, 지명타자로는 손아섭까지 왔습니다. KT에서 강백호까지 영입했습니다. 안치홍을 위한 자리는 없었습니다.

한화는 지난해 11월 2차 드래프트에서 35인 보호선수 명단에 안치홍을 포함시키지 않았습니다. 키움이 4억원의 보상금을 지급하는 1라운드에서 안치홍의 이름을 불렀습니다. FA 기간 2년이 남은 가운데 전격 이적이 성사됐습니다.

그런데 이적 후 갑자기 홀쭉해진 모습으로 그가 나타났습니다. 여기서도 부활하지 못하면 정말 은퇴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한 것 같습니다. 시범경기에서부터 가벼워진 몸놀림으로 맹타를 휘둘렀습니다. 10경기에서 타율 0.341 2홈런 OPS 0.961.
설종진 키움 감독은 28일 경기를 앞두고 "시범경기에서도 상당히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크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여기까지는 그럴 수 있다 치더라도, 대전으로 돌아온 안치홍의 태도가 팬들을 분노하게 했습니다.

보통 새로 이적한 선수들은 타석에 들어가기 전 헬멧을 벗고 팬들에게 인사를 건넵니다. 소속팀에서 다른 팀으로 이적한 선수가 홈으로 돌아올 때도 비슷한 관례가 있습니다. 팬들은 박수로 선수의 홈커밍을 환영해주고, 선수도 헬멧을 벗어 감사 인사를 건넵니다. 안치홍은 이걸 그냥 스킵해버렸습니다. 한화 팬들은 박수를 쳤지만, 안치홍의 인사는 없었습니다.

게다가 이 경기에서 잘해버렸습니다. 지금 체중 관리를 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 작년에도 할 수 있었던 것인데, 왜 키움 갔더니 관리를 시작하냐며 아쉬워하는 한화 팬들. 안치홍의 활약은 자신의 손을 놓은 한화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안치홍이 요소요소 맹타를 휘두르며 연장 11회 앞서 있었지만, 키움은 끝내 웃지는 못했습니다. 연장 11회말 3점을 내주며 결국 끝내기 패배를 당했습니다.
비록 승리를 잡지 못했지만, 안치홍과 브룩스의 합류가 키움 타선의 무게감을 확 올려줬다는 평가입니다. 안치홍이 키움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게 될지. 한화와의 악연이 시작되는 것일지. 지켜볼 일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