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봅시다] 김해 구지봉 의미 없는 돌, 문화재 오인 '문제'
김해시 구산동 수로왕비릉 옆 구지봉에 의미를 알 수 없는 돌이 서 있다. 이 돌은 가야 건국설화를 간직한 구지봉(국가 사적)에 함께 존재한다. 이 때문에 구지봉을 찾는 방문객이나 시민은 이 돌도 국가유산(문화재)인 줄 잘못 인식하는 일이 다반사다. 국가유산 관리 차원에서 돌의 정체를 자세히 알고 없애는 게 낫다는 여론이 나온다.
구지봉은 <삼국유사-가락국> 편 기록에 의하면 서기 42년 김수로왕이 하늘에서 탄강(誕降)했고, 아도간·유천간 등 9간과 백성들 추대에 의해 가락국 왕이 됐다는 가야 건국설화를 간직한 곳이다. 구지봉에서 구간과 백성들이 수로왕을 맞이하고자 춤을 추며 불렀다는 구지가(龜旨歌)는 우리나라 최초 서사시로 고대 국문학사 연구에 중요한 자료다. 정상부에는 기원전 4세기경 남방식 지석묘가 있으며 지석묘 상석에는 '구지봉석(龜旨峯石)'이라고 새겨져 있는데, 한석봉의 글씨라고 전해진다.
구지봉을 찾은 한 시민은 "구지가가 탄생한 곳이 구지봉이고 공원 한쪽 돌 위에 '구지봉석'이라고 써 있어서 귀중한 국가유산이라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옆에 있는 아무것도 씌어있지 않은 돌에 대해서는 "왜 돌이 세워져 있는지 모르겠고 다들 국가유산인가 갸우뚱한다"고 했다.
2015년 말 YTN이 제작한 <가야의 미스터리> 1부 '미완의 제국, 가야의 수수께끼' 앞부분에서는 금관가야 유적인 구지봉을 설명하면서 당시 구지봉 한가운데 놓여있던 이 돌(입석)을 클로즈업해 보여주는 장면이 나온다.
최근 이 동영상을 본 김해시민은 "돌이 금관가야 역사 상징물처럼 조명되는 게 불편하다. 정체불명 막돌이니까 없애버려야 타 지역민이 구지봉 관광을 왔을 때 국가유산으로 착각하지 않을 것"이라며 "수십 년 전에는 돌이 없었는데 2010년대 구지봉 중심 자리에 서 있다가 지금은 서쪽 자리로 이동했다. 이 돌을 국가유산이라고 알고 사진을 찍어 포스터에 넣은 단체도 있다"고 밝혔다.
구지봉 중앙에 있던 돌은 2017년께 서쪽 가장자리인 현재 자리로 옮겨진 것으로 확인됐다. 과연 이 돌은 언제부터 있었고, 왜 옮겨졌으며, 김해시는 왜 구지봉에 돌을 그대로 두는 것일까.
시는 2000년께 가야문화정비사업 2단계 사업을 하면서 경남도 기념물로 지정돼 있던 구지봉을 국가 사적으로 지정해달라고 당시 문화재청(현 국가유산청)에 요청했다. 그러나 문화재청은 구지봉이 왕을 맞이하는 장소인데, 석조물들이 있어서 구지봉 국가유산을 훼손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당시 구지봉에 있던 석조물에는 김해김씨 자손인 한일합섬 경영자 김택수·한수 형제 공적비가 포함돼 있었다. 이 비를 철거하는 조건으로 문화재청이 2001년 구지봉을 국가 사적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시가 석조물을 다 철거하고 보니 구지봉이 텅 빈 공간으로 남게 됐고, 일반인이 보기엔 국가 사적인지 전혀 모르겠다는 반응이 많았다. 이에 시는 구지봉 중앙에 일종의 신단수처럼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느티나무를 심고 입석을 세웠다. 그러나 느티나무는 죽어 뽑아 버렸고, 돌은 옆으로 치워놓게 됐다. 이 돌을 왜 세우게 됐는지를 지역대학 역사학과 교수가 상징적인 글을 지어서 팻말을 썼었는데 반대하는 이들이 있어 철거했으며 지금은 돌만 남았다.
이와 관련해 김해시 관계자는 "김택수·한수 형제 공적비는 (국가유산으로 볼 수 없어) 구지봉 국가 사적 지정 당시 땅에 묻었고, 구한말(1897∼1910년)에 세워져 110여 년 역사를 지닌 국가유산인 대가락국태조왕탄강지지 비석은 정비사업을 하면서 묻혔다가 꺼내 다시 구지봉에 보존됐다"고 밝혔다.
국가유산으로 착각하게 만드는 돌과 관련해서 시 관계자는 "구지봉 부동산 전체가 국가 사적이어서 지금은 구지봉에 있는 모든 것, 나무 한 그루라도 국가유산청 허가를 받지 않으면 벨 수가 없다"면서 "돌도 국가 사적 땅에 20여 년간 그냥 있었던 것이기 때문에 마음대로 치울 수가 없고 변경하려면 국가유산청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구지봉에는 대가락국태조왕탄강지지와 구지봉 고인돌(구지봉석), 입석(돌)이 자리하고 있다.
2017년 입석을 현재 자리로 옮겼던 관계자는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공사 당시 공원 중앙에 돌 비석이 있길래 국가유산 구역이고 해서 무슨 의미가 있으니까 중앙에 세워놨을 거다 싶어서 그냥 뽑아버리는 것보다 한쪽으로 치워놓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근 연구원이나 다른 지역에서 그 돌을 마치 문화재처럼 생각하고 사진 찍어서 책자에까지 올려놨더라. 구지봉이 국가 사적이니 이 돌도 국가유산으로 생각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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