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처분 신청에 대통령실 탄원까지 … 입주 갈등 커진다

추가공사비 문제 신목동파라곤
조합, 시공사 상대 가처분 패소
입주일 3달 지난 서산푸르지오
준공허가 미뤄져 대출 못받아

원자재난 등으로 인한 공사비 분쟁이 늘고 있는 가운데 시행사, 시공사, 조합, 지자체 등의 갈등이 얽혀 완공 후 입주가 지연되는 아파트도 속출하고 있다. 재건축조합과 시공사 간 공사비 갈등 분쟁이 발생한 '신목동 파라곤(신월4구역 재건축)'은 입주 지연 사태가 장기화할 전망이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김우현)는 신월4구역 재건축조합이 시공사인 동양건설을 상대로 낸 업무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지난 1일 입주가 시작될 예정이었던 신목동파라곤은 조합과 시공사가 공사비 갈등을 빚으며 시공사인 동양건설이 유치권을 행사해 한 가구도 입주하지 못하고 있다. 시공사 측은 원자재값 상승 등을 이유로 공사비 약 100억원을 증액해달라고 조합 측에 요구했지만 조합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현재 이 아파트 정문은 컨테이너와 차량 등으로 막혀 이사 차량의 진입이 불가능하다.

조합은 시공사가 입주를 방해하지 않게 해달라며 법원에 지난달 24일 가처분 신청을 냈다. 반면 시공사는 조합이 공사비 협상에 제대로 임하지 않는다며 유치권 행사가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법원 결정문에 따르면 조합과 시공사는 계약서에 '2018년 7월 이후 기획재정부 발표 소비자물가지수를 기준으로 3% 이상 물가가 상승할 경우 양측 협의로 공사비 단가를 조정한다'고 명시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12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5% 상승했다. 2018년 8월과 비교하면 9% 이상 올랐다. 재판부는 "조합은 시공사로부터 2021년 12월부터 지난달까지 수회에 걸쳐 공사비 단가 조정 협의 요구를 받았지만 관련 회의를 한 차례만 개최하는 등 협의 요구에 제대로 응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법원의 이 같은 결정으로 인해 일반분양 입주자들의 피해는 커질 전망이다. 이 아파트를 분양받은 뒤 입주를 예정하고 있던 A씨는 "기존에 살던 집을 처분했는데 입주를 못하고 있어 가족들이 모두 인근 모텔에서 생활하고 있다"며 "이삿짐 보관 비용도 매일 발생해 금전적 피해가 크다"고 호소했다.

한편 앞서 서울 강남구의 '개포자이 프레지던스' 입주 중단 사태 당시에는 법원이 입주민들의 피해를 고려한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개포자이 단지 내 어린이집인 경기유치원은 강남구청을 상대로 준공인가 처분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유치원 측은 유치원이 보유한 용지를 재건축 이후 다른 주택 소유자들과 공동으로 소유하게 돼 재산권이 침해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법원은 "준공인가 처분의 효력을 정지할 경우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며 효력 정지 신청을 기각했다. 입주 중단으로 인해 입주 예정자들의 거주 이전 문제, 임대차 계약 문제 등이 발생해 생활의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충남 서산시 소재 '서산 푸르지오 더 센트럴'도 입주를 시작한 지 석 달이 넘었지만 준공 승인이 나지 않아 입주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 예비입주민 등 643명이 모여 서산시장에게 탄원서를 내고 국민권익위원회에도 어려움을 호소했지만 서산시는 꿈쩍도 하고 있지 않다는 게 입주민 불만이다.

이 사건은 단지 인근에 있는 한 카센터와의 갈등이 쟁점이 됐다. 카센터 뒤편에 새로 도로가 나면서 카리프트 5개 중 1개 이용에 문제가 생겼다고 카센터가 민원을 넣은 것이다. 카센터는 이로 인해 입은 손해 40억원을 시행사 측이 보상하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시행사 관계자는 "카센터 1년 이익이 수천만 원에 불과한데 수십억 원을 보상하라는 것 자체가 이치에 맞지 않는다"며 "861가구에 달하는 입주민 피해를 지켜볼 수 없어 대통령실과 감사원 등에 어려움을 호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유신 기자 / 홍장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