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부터 대4까지, 8년의 시간 담은 여성의 삶

[영화 알려줌] <잠자리 구하기> (Saving a Dragonfly, 2024)

<잠자리 구하기>는 홍다예 감독이 2014년부터 8년이라는 긴 시간과 그 과정에서 사라지는 것들을 면밀히 담아낸 다큐멘터리 영화다.

입시 경쟁의 한복판으로 뛰어들기 시작하는 고등학교 3학년 학생으로 시작해 실패를 경험하고 재수를 준비하며 대학이라는 목표 하나만을 위해 달려야만 했던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하지만 감독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어른들의 말처럼 열심히 노력해서 대학에 왔음에도 불구하고 사라지지 않는 불안과 우울에 대해서 탐구한다.

그렇게 고등학교 3학년부터 대학교 4학년까지 8년 간의 일생이 감독의 집요함을 통해 고스란히 기록됐다.

이처럼 고3으로 시작하여 재수생, 대학 신입생, 20대 중반인 현재에 이르기까지 오랜 세월을 다루고 있음에도, 기존의 영화처럼 한국의 입시 문제를 분석적으로 비판하거나 불안과 우울을 떨쳐내고 마침내 발전하는 인물의 성장담 따위를 다루고 있지 않다.

"다큐멘터리의 진실은 '감정'에 있다"라는 홍다예 감독의 말처럼, 영화는 감독 본인의 솔직한 감정과 고백을 다루고 있으면서 '기존 미디어의 지배적인 청소년 서사에 반하는 반(反)성장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홍 감독은 "성장이 어떤 실패를 필연적으로 포함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라면서, "이런 실패의 경험들은 누군가에겐 성장을 멈추게 하고, 누군가에겐 사회와 합치를 이루지 못하게 하고, 누군가에겐 자신의 실존적 존재를 거부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 다큐멘터리는 성장 서사의 탈을 쓴 반(反)성장의 이야기를 담고자 한다"라는 말로 영화의 제작 배경을 밝혔다.

홍다예 감독은 작품의 시작에 대해 "고등학교 2학년 때 처음으로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 학교와 입시 시스템을 비판하고 풍자하는 다큐멘터리였다"라고 회상했다.

홍 감독의 다큐멘터리가 외부에서 상을 받은 후, 우연히 교사들 사이에 그 영화가 돌게 됐다고. 홍 감독은 "몇몇 선생님들이 그 영화가 학교의 '부정적인 모습'을 담고 있다는 이유로 문제적이라고 말했고, 나는 교장실에 불려 갔다"라면서, "다큐멘터리를 가르쳐준 선생님들은 나에게, 내 영화를 지키고 싶으면 끝까지 싸우라고 말해주었고, 나는 진짜 갈 때까지 갔다. 그러나 어느 순간 내 영화에 등장해 준 친구들과 선생님들이 피해를 받는 것을 보면서, 나는 그 영화를 결국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동시에 내가 하려던 말을 누군가 억지로 막은 느낌이 들었고, 내가 표현하고자 했던 것, 하고 싶었던 말을 끝까지 하기 위해 다시 카메라를 들고 새 다큐멘터리를 찍기 시작했다. 그게 <잠자리 구하기>의 시작점이었다"라고 이야기했다.

홍 감독은 "고등학교 3학년 때, 어른들은 의미 없는 고3 시절을 열심히 견뎌내면 대학이라는 보상이 주어진다고 말했다"라면서, "우리는 그 말을 믿고 언젠가 나비가 되는 꿈을 꾸면서, 우리의 존재를 번데기 치듯이 지워갔다. 하지만 나와 친구들은 나비처럼 완전변태 하는 것이 아니라, 잠자리처럼 크기만 커지는 불완전변태를 해버렸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홍 감독은 "과거의 시간은 그대로 이어져갔고, 우리가 대학에 갔다고 전혀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그저 혼란스러운 우리 상태 그대로 나이만 먹은 것이다. 결국, 이 다큐멘터리는 청(소)년과 입시, 성장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성장은 누군가에겐 멈춤이고, 이탈이며, 불화이기도 하다. 나는 이 다큐를 통해 성장이 우리 청(소)년들에게 있어 어떻게 삶의 불행과 죽음이라는 문제와 연결될 수 있는지를 말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그렇게 만들어진 <잠자리 구하기>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다큐멘터리 영화제로 꼽히는 일본 야마가타 국제다큐멘터리 영화제에 공식 초청됐다.

이 야마가타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는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그리고 북미 최대 다큐멘터리영화제인 캐나다 핫독스와 함께 세계 3대 다큐멘터리영화제로 알려져 있다.

영화제 측은 "소녀들이 함께 보내는, 갈등과 불안으로 가득 찬 8년 동안의 솔직한 순간을 진솔하고 감동적으로 담아냈다"라며 작품의 진정성과 연출력에 대한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

영화제 당시 홍다예 감독은 "한국에서는 학생들이 학교에서 '학교생활기록부'라는 개인 정보를 기록하는 관습이 있는데, 내 다큐멘터리 영화에도 그것이 등장한다"라면서, "나는 지금까지 변함없이 꿈의 한 부분에서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기록했다. 내가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면, 내가 사랑하는 다큐멘터리라는 매체를 통해 그 사람을 돕고 싶다는 강한 바람이 있다"라고 전했다.

이어 홍 감독은 "고등학생 때 누군가를 돕는 것은 화려한 행동과 직접 연결되었다고 생각했다"라면서, "예를 들어, 내가 친구를 위해 직접 무언가를 행동하는 것이 그렇다. 하지만 누군가를 돕는 것에 대한 내 이해도 바뀌었다. 나는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와 단지 함께 있거나, 함께 걷는 것 역시 그를 돕는 방법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에는 나도 포함된다"라고 이야기했다.

한편, 작품은 13회 전주프로젝트 K-DOC CLASS 리프컷 부스터를 수상한 이후, 2022년 23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부문 유일한 다큐멘터리 영화로 초청 및 상영되기도 했다.

전주국제영화제 문석 프로그래머는 영화에 대해 "대학이라는 목표를 위해 너무 많은 것을 희생한 이들의 한탄이자 당시 받은 상처를 조금씩이나마 녹여내려는 치유의 허밍처럼 보인다"라는 평을 남겼다.

Copyright © 알려줌 알지미디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18-2025 ALLYEOZUM INC.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