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리포트] 'D-DAY' 은행·증권·보험, 퇴직연금 400조 '머니무브' 시작

['쩐의전쟁' 퇴직연금 머니무브]⑬ 수익률따라 움직인다… 은행권 과점 깨질까

[편집자주] 400조원 퇴직연금 시장의 본격적인 '머니무브'가 시작된다. 오는 31일 '퇴직연금 실물이전' 서비스가 시행되면서 가입자들은 수익률이 높은 상품으로 자유롭게 갈아탈 수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전체 금융권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382조4000억원으로 은행이 198조원 규모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어 금융투자업계가 86조7000억원, 생명보험 78조4000억원, 손해보험 14조8000억원 순이다. 안정적인 연금 운용을 원하는 가입자는 은행, 높은 수익률을 원하는 가입자는 증권사로 이전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퇴직연금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금융회사의 경쟁이 치열하다.

오늘부터 퇴직연금 가입자가 기존 운용상품을 해지하지 않고 금융사를 갈아탈 수 있는 '퇴직연금 실물이전 서비스'가 시작된다./그래픽=이미지투데이

오늘부터 퇴직연금 가입자가 기존 운용상품을 해지하지 않고 금융사를 갈아탈 수 있는 '퇴직연금 실물이전 서비스'가 시작된다. 약 400조원 규모의 '머니무브'가 시작되면서 소비자 선택권이 넓어지고 사업자 간 경쟁이 활발해지면서 퇴직연금 수익률도 제고될 전망이다.

3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이날부터 퇴직연금 사업자 44개 중 37개사(적립금 기준 94.2%)에서 '퇴직연금 실물이전' 서비스를 개시한다.

지금까지 A은행의 퇴직연금에 가입했던 투자자가 B증권사로 갈아탈 경우 중도 해지해 현금화한 뒤 재가입하는 절차를 거쳐야 했다. 기존 상품 해지로 중도해지 금리 등 비용이 들고 펀드 환매 후 재매수 과정에서 금융시장 상황 변화로 인한 손실이 발생해 가입자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금융당국은 실물이전 서비스 도입으로 계약 이전시 가입자가 부담하는 손실을 줄이고 금융사 간 경쟁을 촉진시켜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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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참에 갈아탈까?" 서비스 이용시 주의할 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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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금융감독원

현재 퇴직연금 시장을 꽉 잡고 있는 건 은행권이다. 올 3분기 말 기준 은행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210조2811억원으로 전체(400조878억원) 중 52.56%를 차지한다. 증권사는 96조5328억원(24.13%), 보험사는 93조2654억원(23.31%)으로 각각 집계됐다.

이번 제도 시행으로 은행을 벗어나 증권사로 고객이 몰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은행권은 투자손실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원금보장형 상품에 집중돼 수익률이 낮지만 증권사는 비교적 높은 수익률로 머니무브를 빨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보험사는 대부분 실물이전 대상이 아닌 보험형 자산관리계약이 적립금의 대부분을 차지해 사실상 은행과 증권사의 경쟁이라는 게 중론이다.

퇴직연금을 갈아타기 위해서는 '이전신청서'가 필요하다. 가입자는 계좌를 옮기고자 하는 금융사에서 퇴직연금 계좌를 개설한 후 이전 신청서를 접수하면 된다. 수관회사에 개설된 퇴직연금계좌가 있는 경우 신규 계좌 개설이 불필요해 이관회사에서도 이전신청이 가능하다.

가입자의 계약이전 신청을 받은 금융사는 실물이전 가능 상품목록 등 유의사항을 가입자에게 안내해 가입자의 이전 여부에 대한 최종 의사 확인을 거친다. 이후 실물이전을 실행하고 이전 결과를 SMS, 휴대폰 앱 등을 통해 가입자에게 통보한다.

실물이전 대상에는 신탁계약 형태의 원리금보장상품(예금·GIC·ELB·DLB 등), 공모펀드, 상장지수펀드(ETF) 등 퇴직연금 상품 대부분이 포함된다.

다만 일부 상품은 계약 형태, 상품 특성 등에 따라 실물이전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사전에 상품의 실물이전 가능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실물이전은 확정급여형(DB)·확정기여형(DC)·개인형 퇴직연금(IRP) 동일한 제도 내에서만 가능하고 수관회사가 같은 상품을 취급하고 있어야 가능하다.

아울러 디폴트옵션 상품과 퇴직연금(자산관리) 계약이 보험계약 형태인 경우 사용자가 운용관리업무와 자산관리업무를 각각 다른 사업자로 지정한 언번들형 계약은 실물이전이 불가능하다.

향후 금융당국과 고용노동부는 가입자의 편의성 제고를 위해 보유한 상품의 실물이전 가능 여부를 신청 전에 조회할 수 있는 '사전조회 기능'을 선보일 예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 DC에서 IRP로의 실물 이전 등 이전 범위에 포함되지못한 상품에 대해서도 실물이전이 가능하도록 추가 검토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강한빛 기자 onelight92@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