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저널리즘의 상실, 탈진실 시대 상징이 되다

박재령 기자 2025. 10. 15.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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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U팩트체크센터장 지낸 정은령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교수, 책 '진실은 여전히 저널리즘의 원칙인가' 출간

[미디어오늘 박재령 기자]

▲ 지난달 4일 미디어오늘 주최로 열린 '미디어의 미래 컨퍼런스 2025'의 '새 정부의 미디어정책 & 정부에 바란다' 세션에서 대담 중인 정은령 교수. 사진=김용욱 기자.

“유행이 지난 것처럼 치부되는 객관주의가 한국 언론 역사에서는 한 번도 제대로 수행된 적이 없다는 점을 상기하자는 것이다.” ('진실은 여전히 저널리즘의 원칙인가' p480)

30여개 언론사들과 협업한 비영리 팩트체크 플랫폼 'SNU팩트체크센터'를 운영했던 정은령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교수(전 SNU팩트체크센터장)가 팩트체크 저널리즘의 탄생 배경과 위기를 담은 책 '진실은 여전히 저널리즘의 원칙인가'를 펴냈다.

'팩트체크 저널리즘'은 언론의 기본으로 여겨지는 '팩트체크'(사실확인)와 구분되는 용어다. 일반적으로 기자가 기사를 쓸 때 하는 '팩트체크'를 넘어 특정 명제에 대해 기자가 참·거짓을 가리는 기사가 '팩트체크 저널리즘'에 해당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는 합헌이다”라는 주장에 대해 기자가 '거짓' 판정을 내리는 식이다.

이러한 기사들은 기자가 의견을 배제한 채 사실관계만을 나열해야 한다는 '전통적 객관주의' 규범과 거리가 있어 보인다. 기자가 진실 판정의 주체로 나선다는 점 자체가 주관적이지 않냐는 지적이 가능하다. 따라서 '팩트체크 저널리즘'은 불편부당성, 투명성 등의 준칙을 엄격하게 따지는 것으로 신뢰도를 높이려 한다. SNU팩트체크센터는 협업 언론사들에게 인턴 등 인력을 지원하며 근거 자료 명시, 취재원 공개, 기사 수정 내역 등을 필수적으로 요구했다.

“한국에서는 이미 시대착오적이라고 공격받는 전형적인 객관주의조차도 제대로 실행된 적이 없거나 더 악화되고 있으므로 사실을 맥락 있고, 투명하게 드러내는 객관주의 언론을 실행해야 하며, 이는 결코 중립이나 양시양비론, 인간의 얼굴을 하지 않은 객관주의가 아니라 민주주의적인 시민의 삶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천적으로는 검증이라는 고난한 과정을 기꺼이 견디는 보도를 강화해야 한다는 배런을 지지하며 이론적으로는 워드의 실용적 객관주의를 받아들인다. 이러한 것이 팩트체크 저널리즘을 관통하는 사상적, 실천적 토대라고 생각한다.” (p442)

▲ 신간 '진실은 여전히 저널리즘의 원칙인가'(2025, 컬처룩)

2017년 19대 대선 때 한국에 본격적으로 자리 잡은 '팩트체크 저널리즘'은 현재 정치권 압박으로 지속이 위태로운 상태다. SNU팩트체크센터는 2023년 8월 네이버가 자금 지원을 중단하면서 활동이 무기한 중단됐다. 정부 예산으로 운영되던 시민참여 팩트체크서비스 팩트체크넷도 2023년 예산이 전년에 비해 절반 넘게 삭감되면서 해산됐다. 기사 작성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탓에 외부 지원 없이는 언론사가 팩트체크 저널리즘에 투자하기가 어렵다.

저자는 무너진 '팩트체크 저널리즘'을 되살리는 것이 추락한 언론의 신뢰도를 높이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정치적 입장에 따라 거짓이 진실이 되기도 하는 '탈진실' 사회에서 기사의 속칭 '야마'(주제)를 미리 정하지 않고 근거를 하나씩 추적해 만드는 저널리즘이 독자를 다시 데려올 것이라는 믿음이다. 언론이 시민들의 외면을 받은 데는 언론의 책임이 크지만 “민주주의를 위해 언론이 해야 할 오직 한 가지 일을 수행할 수 있는 존재도 이 언론인들”(p475)이라는 것.

저자는 말한다. “이 책에서 소개한 팩트체크 저널리즘의 방법을 통해서든, 아니면 다른 무슨 방법을 통해서든, 투명성 있고 맥락을 제공하며 사실에 입각한 언론을 실행함으로써 민주 사회 시민의 삶을 향상시키는 데 언론이 필수 불가결한 요소라는 점을 존재 증명하자는 것이다. 다른 어떤 사회적 주체보다도 언론이 더 잘할 수 있고, 더 잘해야만 하는 일, '정확하고, 접근 가능하고, 다양하고, 유관성 있으며, 시의적절하고 독립적으로 만들어진 정보'를 취재하고 보도하는 것은 사실과 의견, 진실과 주장의 경계를 허물어 권력과 이익을 취하려는 뻔뻔한 시도들이 하나의 시대적 흐름이 되어 버린 이 시대에 더욱 귀하고 어렵고, 절실한 일이 됐다.” (p4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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