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대에서 손 놓을 수 있는 자유, GM 슈퍼크루즈 기능 도입한다

운전중에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놓는 것은 도로교통법 48조 1항 안전운전의무불이행에 해당하는 불법 행위다. 물론 물병 뚜껑을 열기 위해 직선 구간에서 잠깐 두 손을 떼는 정도로 뭐라하지는 않겠지만, 이 시간이 길어지면 자신뿐 아니라 다른 차량에까지 위험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법으로 규제하는 것이다. 이런 법으로 인해 차선 유지 보조 등의 기능을 사용할 때 분명 시스템이 제어하고 있어도 스티어링 휠에 걸리는 저항을 감지해 운전자가 손을 뗀 상태라고 판단되면 일정 시간 경고를 보내고 그래도 안 잡을 경우 기능을 해제하게 된다. 이는 국산 브랜드든 해외 브랜드든 상관 없이 동일했는데, 이제는 합법적으로 손을 뗄 수 있는 기능이 등장했다. 지난 10월 1일 GM은 슈퍼크루즈 기능의 국내 도입을 앞두고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국내에 출시된 모든 차량은 현재 미국자동차기술학회(SAE)의 분류 기준에 따르면 레벨 2에 해당하는 부분 자동화 기능을 갖추고 있다. 대표적으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나 차선 유지 보조 등의 기능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렇다고 해서 GM의 슈퍼크루즈 기능이 레벨 3에 해당하는 자율주행 기능이라는 것은 아니다. GM에서는 이 기능이 레벨 2 ‘운전자 주행 보조 시스템’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즉 조향 지원 시스템과 가감속 지원 시스템이 차량을 제어하지만 주행 환경에 대한 감시 및 안전운전에 대한 책임은 모두 운전자가 갖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슈퍼크루즈를 사용한다고 해서 운전자가 책이나 스마트폰을 보거나 잠을 자는 등의 행동을 할 수는 없고 도로상황에 계속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기존 ACC나 LKAS와 다를바 없는 기능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가장 큰 차이는 그동안 시스템에 의해 제한되던 스티어링에서 손을 떼는 것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기능이 작동하면 라이다, 레이더, 카메라, GPS 등 다양한 센서들을 통해 정보를 수집, 이를 주행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주행을 높인다. 슈퍼크루즈에는 핸즈프리 드라이빙 외에 자동차선변경, 운전자 모니터링 시스템 등이 포함된다고. 하지만 손을 떼고 운전에 집중하지 않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운전자 모니터링 시스템을 갖추고 운전자가 전방을 주시하도록 설계된 ‘아이즈 온(Eyes On, 전방주시)’ 방식으로 작동하게끔 구축했다. 만일 슈퍼 크루즈 작동 이후에 운전자가 도로 상황에 집중하지 않는 경우 시각 및 청각으로 경고를 제공하고 차량 제어에 입하는 방법으로 안전성을 높인다.

이미 GM에서는 북미에서만 8억 7,700만 km, 지구와 달을 1,141번 왕복하는 정도의 엄청난 누적 주행거리로 슈퍼크루즈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검증했고, 그 결과 현재 북미 97만 km의 도로에서 사용 가능하며 앞으로 올해 안에 120만 km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국내에서도 23,000km 이상의 주요 고속도로 및 간선도로를 지원하기 때문에 장거리 운전에 유용할 것으로 기대되며, 무선 업데이트 기능으로 주기적인 지도 업데이트가 이뤄지기 때문에 최신 도로 정보가 빠르게 적용되어 안전한 운행이 가능하다. 여기에 국내 지도 정보가 외부로 반출되지 않기 때문에 GM 내에 별도 서버를 구축, 고정밀 지도를 구축하는 등 이번 슈퍼크루즈 기능 도입에 100억 원 이상의 투자가 이뤄졌다고 한다. 다만 현재 슈퍼크루즈가 지원하는 전 세계 도로에서도 신호등이 있는 도로는 지원하지 않는다고 밝혀 일반 국도나 지방도 등에서는 사용이 불가능하다.

슈퍼크루즈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 전국 고속도로 및 주요 간선도로들

첫 번째 적용 모델은 올해 4분기 중으로 국내에 출시 예정인 캐딜락 신제품부터 적용될 예정이며, 이후 출시되는 모델로 확대 적용 예정이다. 신차 구매 시 일정기간동안 슈퍼크루즈를 패키지 형태로 제공할 예정이지만, 제공 방식이나 가격에 대해선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기존 모델의 경우 하드웨어 등의 문제로 적용이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향후 출시 제품에서도 “GM 내부의 계획이나 전략 등으로 인해 탑재되지 않는 차종이 있을 수도 있다”며 현재 국내에서 생산중인 트레일블레이저나 트랙스 등의 경우도 “아직 적용 여부에 대해서 밝히기 어렵다”고 GM에서는 전했다.

물론 좀 더 적극적인 자율주행 기술이 도입되면 좋겠지만, 법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선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이렇게라도 진화한 기술을 선보임으로써 한 단계 더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이런 기술의 발전은 경쟁을 부추길 것이고, 그럼으로써 소비자 입장에서는 점점 더 나은 기술을 경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