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된 홈리스들, 새로운 가족을 만나다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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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찍겠습니다. 조금만 더 웃어주세요." 단상에 오른 8명이 조금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외쳤다.
"팀코리아 파이팅!" 9월4일 서울 종로구 노무현시민센터 '팀코리아, 서울 2024 홈리스월드컵 출정식'이 열렸다.
'홈리스월드컵'은 홈리스들이 국가대표 선수로 참여하는 국제 축구대회다.
홈리스 국가대표팀 감독만 네 번째인 이한별 감독의 지도 아래, 선수들은 축구 실력뿐 아니라 삶을 함께 살아가는 실력도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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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찍겠습니다. 조금만 더 웃어주세요.” 단상에 오른 8명이 조금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외쳤다. “팀코리아 파이팅!” 9월4일 서울 종로구 노무현시민센터 ‘팀코리아, 서울 2024 홈리스월드컵 출정식’이 열렸다. 김성준(주장·25), 김재민(골키퍼·23), 남제냐(16), 이재성(17), 유찬혁(19), 정성덕(50), 포시 완지(27), 홍승우씨(23)가 국가대표 선수들이다. 지난 5월 합숙 훈련을 거쳐 선발됐다. 한국 국가대표 선수단은 보육원에서 자란 자립준비청년, 소년보호시설에서 온 위기청소년과 지적장애인, 고국 카메룬에서 벌어진 내전을 피해 한국으로 온 난민 신청자 등으로 구성됐다.
‘홈리스월드컵’은 홈리스들이 국가대표 선수로 참여하는 국제 축구대회다. 이 대회에서 ‘홈리스’는 노숙인뿐만 아니라 주거 형태가 불안정하거나 사회에서 고립되어 있는 소외계층까지 아우르는 의미다. 대회에는 단 한 번만 참여할 수 있다. 팀당 선수는 8명이다. 풋살 방식이고 4대 4로 진행한다. 전·후반 7분씩 경기하며 중간에 1분 쉰다. 올해로 19회째를 맞은 이번 대회는 홈리스월드컵재단과 사단법인 빅이슈코리아가 공동주최했다. 전 세계 38개국 남녀 52개 팀이 출전했고, 9월21일부터 28일까지 서울 성동구 한양대학교 대운동장에서 진행됐다.
홈리스 국가대표팀 감독만 네 번째인 이한별 감독의 지도 아래, 선수들은 축구 실력뿐 아니라 삶을 함께 살아가는 실력도 키웠다. 선수들은 매일 함께 밥을 먹고, 새벽 2시까지 수다를 떨기도 하며, 몸을 부대끼고, 서로 양말을 신겨주고, 싸우다가도 다시 웃으며 훈련 기간 두 달을 보냈다.
대회 마지막 날인 9월28일, 부상으로 경기에 출전하지 못한 정성덕 선수 대신 김재민 선수가 그의 유니폼을 입고 스위스와의 경기에 나섰다. 유찬혁 선수는 김재민 선수 대신 골키퍼를 맡았다. 선수들은 경기를 후회 없이 즐겼다. 대회를 마친 후 선수들이 남긴 소감은 아래와 같다.
김성준(주장): 지금까지 배웠던 전술 모두 다 해봤다. 마지막엔 우리 진짜 원팀이었다
정성덕: 우리 팀 정말 멋있다.
남제냐: 예전엔 뭘 하든 다 부끄러웠는데, 이젠 괜찮다.
유찬혁: 앞으로 살아가면서 안 되는 일이 있더라도 포기는 안 할 것 같다.
홍승우: 워킹홀리데이 가기 전 두려운 마음이 모두 사라졌다.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재성: 항상 자신감을 가지라고 얘기해주신 감독님 팀장님께 감사하다. 해낸 게 있으니까, 뭐든 잘 극복할 것 같다.
포시 완지: 지난 1년 반 동안 (난민 신청자 입국 거부로 인해) 인천공항터미널에서 지낸 힘든 과거를 모두 잊었다. 그만큼 행복했고, 지금이 무조건 그리울 거다.
김재민: 정이 많이 들었다. 새로운 가족이 생긴 것 같다.
박미소 기자 psalms27@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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