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In] 은퇴후 일해 돈벌었다고 '싹둑'…국민연금 감액수급자 매년 증가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국민연금 수급자가 갈수록 증가하고 고령층의 경제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은퇴 후에도 일을 해서 일정 금액 이상의 소득이 생겼다는 이유로 노령연금을 삭감당하는 수급자가 거의 해마다 늘고 있다.
노령연금은 가입 기간이 10년(120개월)을 넘겨 수급 연령에 도달했을 때 받는 일반적 형태의 국민연금을 말한다.
소득 활동 따른 삭감액도 해마다 늘어…올해 상반기 이미 지난해 절반 수준을 넘어
2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실이 국민연금공단에서 받은 '소득 활동에 따른 노령연금 적용 현황' 자료를 보면, 퇴직 후 재취업 등을 통해 벌어들인 소득이 일정액을 초과해서 노령연금이 깎인 수급자는 2019년 8만9천892명, 2020년 11만7천145명, 2021년 12만808명, 2022년 12만7천974명, 지난해 11만799명 등으로 증가했다.
올해 6월 현재는 12만1명으로 올해 들어 상반기에만 벌써 12만명을 넘어섰다.
[소득 활동에 따른 노령연금 적용현황](기준: 해당연도 말, 단위: 명)
※ 2015년 7월29일 이후 A값 초과 소득 구간별 감액자 현황.
※ 연금액 정산 결과에 따라 변동될 수 있음.
다만 지난해에는 소폭 줄었는데, 이는 작년에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이 만 62세에서 63세로 한 살 뒤로 밀리면서 전체 수급자 규모 자체가 일시적으로 감소한 영향으로 보인다.
당국은 재정의 지속 가능성에 경고등이 켜지자 재정안정 조치 차원에서 1998년 1차 연금 개혁 때 연금 받는 나이를 2013년부터 만 60세에서 61세로 늦추면서 이후 5년마다 1세씩 연장했고, 최종적으로 2033년부터는 65세부터 받도록 바꿨다.
구체적으로 2013∼2017년 61세, 2018∼2022년 62세, 2023∼2027년 63세, 2028∼2032년 64세, 2033년 이후 65세로 늦춰졌다.
소득 활동에 따라 삭감당한 연금액도 2019년 1천201억5천300만원, 2020년 1천699억4천100만원, 2021년 1천724억8천600만원, 2022년 1천906억2천만원 등으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2천167억7천800만원으로 2천억원을 돌파했다.
올해 상반기 총삭감액은 1천347억4천300만원으로, 이미 지난해 절반 수준을 넘었다.
[소득 활동에 따른 노령연금 적용 삭감액 현황](기준: 해당연도 말, 단위: 백만원)
국민연금에는 1988년 제도 시행 때부터 퇴직 후 생계 차원에서 다시 일을 해서 일정 기준 이상의 소득이 생기면 그 소득액에 비례해 노령연금을 깎는 장치가 있다.
'재직자 노령연금 감액 제도'가 그것으로, "한 사람에게 과잉 소득이 가는 걸 막고 재정 안정을 도모한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노후소득 보장 강화·고령자 경제활동 제고 차원서 폐지 방안 추진
국민연금법 63조의2(소득 활동에 따른 노령연금액)에 따라 노령연금 수급자는 기준(이른바 'A값')을 초과하는 특정 소득(근로소득·사업소득·임대소득 포함, 이자·배당소득은 제외)이 생기면 연금 수령 연도부터 최대 5년간 '노령연금액에서 소득 수준에 따라 일정 금액을 뺀 금액'을 받는다.
삭감 기준액인 A값은 국민연금 전체 가입자의 3년간 평균소득 월액을 말한다.
올해 A값은 월 298만9천237원이다. 노령연금이 적든 많든 상관없이, A값을 넘으면 삭감된다.
삭감 기간은 연금 수령 연령 상향조정(60세→65세, 2024년은 63세)으로 노령연금 수급자마다 출생 연도별로 다르다.
월 삭감 금액은 적게는 겨우 10원에 불과한 경우부터 많게는 100만원이 넘는다. 다만 은퇴 후 소득 활동을 통해 아무리 많이 벌어도 삭감 상한선은 노령연금의 50%이다. 최대 절반까지만 감액한다는 뜻이다. 삭감 기준선을 넘는 초과 소득액이 100만원 증가할 때마다 감액 금액이 늘어난다.
구체적으로 A값(월 286만1천91원) 초과 소득이 '100만원 미만' (1구간) 이면 초과액의 5%를 깎는다. 삭감 액수로는 5만원 미만이다. A값 초과 소득이 '100만원 이상∼200만원 미만'(2구간)이면 5만~15만원 미만 , '200만원 이상∼300만원 미만'(3구간)이면 15만~30만원 미만, '300만원 이상∼400만원 미만'(4구간)이면 30만~50만원 미만을 삭감한다. A값 초과 소득이 '400만원 이상'(5구간)이면 50만원 이상을 깎는다.
올해 상반기 초과소득 구간별 삭감 현황을 보면 ▲ 초과 소득 100만원 미만 대상자 5만 5242명(총삭감액 74억8천400만원) ▲100만~200만원 미만 2만3천175명(127억6천600만원) ▲ 200만~300만원 미만 1만2천162명(150억7천900만원) ▲ 300만~400만원 미만 6천426명(138억9천만원) ▲ 400만원 이상 2만2천996명(855억2천400만원)이었다.
이런 감액 제도를 완화 내지 폐지하는 방안을 두고서는 찬반 논란이 있다.
찬성론 쪽에서는 "은퇴 후 일한다고 연금을 깎으면 일할 의욕을 꺾을 뿐 아니라 고령 근로를 장려하는 정부 정책에도 맞지 않는다"며 폐지 주장을 편다.
반면 반대론 쪽은 "소득이 많은 수급자에게 더 유리하게 바꾸면 소득재분배 기능이 있는 국민연금제도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현행 유지를 주장한다.
정부는 노후에 먹고 살려고 일하는 건데 연금마저 깎는다는 불만이 끊이지 않자, 노후소득 보장을 강화하고 고령자 경제활동을 제고하는 차원에서 이 제도를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노후에 일해서 돈 번다고 연금을 깎는 감액 제도의 완화를 권고했다.
이와 관련, 김선민 의원은 노령연금액 감액 제도를 1년간 유지 후 폐지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sh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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