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 공공매입 가장 미래지향적…재생 넘어 도심 재설계를

정지윤 기자 2024. 10. 13.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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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빈집 팬데믹 <6> 전문가 제언

- 빈집 방치할땐 동심원처럼 확산
- 신속 철거가 쇠퇴 골든타임 잡아
- 도시 새판 짤 여유공간 확보해야

- 지자체 적극적 해결 노력과 함께
- 소유주 책임 강화 한목소리 강조

부산시가 국제신문 창간 77주년 연속 기획 ‘부산 빈집 팬데믹’ 보도와 관련해 정비 예산을 대거 확충하고 조직 확대 움직임에 나서는 가운데 지역 빈집 전문가가 머리를 맞대 부산 빈집 해결을 위한 맞춤 처방전을 내놨다.

국제신문이 창간 77주년 기획시리즈 ‘부산 빈집 팬데믹’을 통해 부산 도심 곳곳에 스며든 빈집 정비의 시급성을 제안했다. 사진은 기획시리즈의 발판이 된 빈집 전수조사의 대상지인 서구 초장동의 낮과 밤 전경. 밤에 암흑으로 변한 동네 모습은 빈집 밀집지역의 실상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이원준 기자 windstorm@kookje.co.kr


▮신속한 대규모 철거

국제신문 취재진이 지난 8월부터 서구 초장동과 영도구 영선동, 부산진구 안창마을 등에서 만난 통장 8인은 “오래된 빈집을 이대로 둬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지붕이 내려앉고 벽이 무너질 때까지 방치한 오래된 빈집은 결국 동네를 좀먹었다. 이를 참다못한 이웃주민이 떠나면 또 다른 빈집이 생겼다.

이는 국제신문 빈집특별취재팀과 부경대 카마타 요코 선임 연구원의 지난 8월 공동조사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빈집 숫자만 집계하는 기존 지자체 통계와 달리 2017년과 2020년 자료를 토대로 2024년 서구 초장동 빈집의 변화 추이를 일일이 골목을 돌며 관찰했다. 그 결과 오래된 빈집을 구심점으로 삼아 해가 갈수록 동심원처럼 빈집이 확산하는 형태가 나타났다. 동네가 슬럼화하자 큰 도로를 접하고 경사가 완만해 상대적으로 정주여건이 좋은 구역에서도 빈집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전문가는 빈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골든타임을 지키기 위해서는 신속한 빈집 철거가 최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부산대 김지현 균형발전연구센터장은 “소유주가 관리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 방치한 빈집은 도시 쇠퇴의 결정적인 지표가 됐다”며 “발전하는 도시는 서로 가꾸려하고 들어오려 하지만 빈집이 쌓인 동네는 아무도 오지 않으려 할 것이다. 지속적인 유지·관리를 할 수준을 넘어선 폐가는 신속하게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공공매입 확대

지난 8월 19일 부산 서구 초장동 골목에서 국제신문 빈집특별취재팀에게 빈집을 보여주고 있는 하재룡 초장동 6통장 모습. 정지윤 기자


현행법상 빈집을 철거해도 공공 매입까지 이뤄지지 않으면 공원과 벤치 등 주민 휴식공간 조성에 제약이 따른다. 지자체가 3년 동안만 관리권을 가지고 이후에는 소유주에게 돌려줘야 해 기껏 설치한 시설도 원상복구해야 한다. 그렇다 보니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콘크리트 포장만 해둬 또 다른 동네 흉물로 자리 잡는 게 현실이다.

전문가는 신속한 철거와 함께 적극적인 공공매입이 한 쌍으로 이뤄져야 빈집 정비 효과를 제대로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라대 김대래(글로벌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공공매입을 늘려가는 것이 가장 미래지향적 대응이다. 좁고 복잡한 골목에 빈집 하나만 철거한다고 해서 정주 여건이 크게 개선되지 않는다”며 “공공매입으로 도시계획의 새 판을 짤 수 있는 여유공간을 마련해야 도시 활력도를 높이고 민간 유입도 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김 교수는 산복도로 급경사지에 위치한 빈집과 관련해 과감한 비움을 언급했다. 김 교수는 “모든 빈집을 재생의 관점으로 접근할 수는 없다. 현실적으로 재활용할 수 없는 집이 태반이다”며 “급경사 산지에 있는 집은 산으로 돌려보낼 때가 도래한 것인지도 모른다. 비움과 새 판 짜기를 위해서 공공매입은 필수다”고 말했다.

▮소유주 책임 강화 필수

빈집을 방치한 소유주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 것 또한 빈집 문제를 해결할 중요한 축이다. 신속한 철거와 공공매입 등 지자체의 적극적인 해결 노력도 소유주의 호응이 뒷받침하지 않으면 공염불에 그치기 때문이다. 한국해양대 강영훈 선임교수는 “자기 재산을 관리하지 않아 주변에 끼치는 피해에 관해 소유주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며 “조세 저항이 따르겠지만 빈집세 등 효과적인 제재 방안을 도입해 빈집 문제는 무책임하게 방치해둔 소유주가 함께 해결할 문제라는 사회적 인식이 널리 자리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유주의 자발적인 빈집 등록을 통해 소통의 물꼬를 터달라는 현장 요구도 나왔다. 부산진구 안창마을 박대성 22통장은 “산 아래쪽에 위치해 큰 도로와 접하고 상태가 괜찮은 집이 비면 산 위쪽에서 이사 오고 싶다는 문의가 빗발친다. 50년 이상 동네에서 살다 보니 집이 불편해도 동네는 떠나고 싶지 않은 분들이다”며 “소유주와 연락할 방법을 못 찾아 위치 좋은 곳에 집이 비어도 구경만 하는 실정이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빈집 실태 조사는 문제 인식이고, 해결을 위해서는 소유주 실태 파악으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대 김지현 균형발전연구센터장은 “올해 부산시는 19억 원을 들여 빈집을 조사하지만, 소유주 정보나 관리 계획, 처리 의향까지는 조사하지 못한다. 정확한 실태 파악 조사도 중요하지만 소유주 스스로가 빈집을 등록하도록 만들어 지자체 담당 부서와 관리나 처분을 위해 지속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창구를 두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이 기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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