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훤히 보이는 ‘투명 피부’... 쥐 성공 이어 인간 도전 나선다
지난 6일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진은 식용 색소를 발라 쥐의 피부를 일시적으로 투명하게 만드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피부 속을 들여다 볼 수 없는 것은 빛이 생물 조직을 침투하면서 산란되기 때문인데, 빛의 산란을 줄이는 색소를 활용한 것이다.
피부를 투명하게 만들려는 과학자들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는 동물 실험에서만 성공한 ‘투명한 피부’가 인체에도 성공하게 되면 현재 엑스레이·초음파·자기공명영상(MRI)·내시경 등 기술을 활용해도 들여다보기 어려운 인체 곳곳의 신비를 밝혀낼 수 있어서다.
◇살아있는 쥐 ‘투명화’ 성공
마크 L. 브롱거스마 미국 스탠퍼드대 재료과학·공학과 교수 연구팀은 평범한 식용색소인 ‘타트라진’을 활용해 쥐의 피부를 일시적으로 투명하게 만드는데 성공했다고 지난 6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에 게재됐다. 타트라진은 과자 ‘치토스’를 만드는데 쓰이는 색소로, 주황빛을 띈다.
기존에는 생체 내에서 빛의 산란을 유도하는 세포의 지질을 제거해 투명하게 만드는 기술이 주로 연구되어왔다. 이렇게 만들어진 동물 실험체는 죽은 상태인데다 단단하게 굳어 모형처럼 보인다.
스탠퍼드대 연구진은 살아있는 상태의 쥐를 투명하게 만들기 위해 색소를 이용하는 방법을 연구했다. 특정 염료가 특정 파장의 빛을 쉽게 통과시킨다는 점에 착안해 세포를 구성하고 있는 물과 지질의 여러 단백질의 굴절률을 일치시킬 수 있는 염료를 찾아나섰다. 연구 결과 타트라진은 일반적으로 물에 섞었을 때 투명도를 떨어트리는 다른 염료와 달리 물과 지질의 굴절률 불일치를 줄이고 붉은색 빛을 잘 통과되도록 만든다는 사실이 발견됐다.
연구진은 먼저 물에 녹인 타트라진을 바른 닭가슴살이 투명해져 실험대 뒤 쪽 배경을 볼 수 있게 됨을 확인했다. 이어 쥐의 복부에 해당 염료를 바르자 피부 아래 3mm 부근에 있는 장과 간, 방광 등의 움직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쥐의 두피에 염료를 바르자 뇌의 혈관이 보였고, 뒷다리에 바르자 근육 섬유의 구조를 확인할 수 있었다. 염료를 씻어내면 피부가 원래대로 돌아왔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 대해 “살아있는 생물의 내부 장기를 볼 수 있는 최초의 비침습적 접근법”이라고 자평했다.
◇'투명화’ 통해 종양 들여다볼까
앞서 독일 헬름홀츠 뮌헨 연구소의 알리 에르튀르크 교수 연구팀은 화학 처리를 거쳐 쥐를 투명하게 만드는 기술을 개발한바 있다. 하지만 살아있는 쥐의 조직을 투명하게 만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스탠퍼드대 연구진이 발표한 내용에 대해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생명과학과의 크리스토퍼 롤런즈(Christopher Rowlands) 교수는 “여러 분야에서 이 실험법에 관심을 가질 것”이라며 “현대 영상 기술과 결합하면 실험 생쥐의 뇌 전체를 영상화하거나 수㎝ 아래의 종양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논평했다.
이처럼 투명화 기술에 대한 연구가 계속되는 것은 인체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현재는 암 등 질병이 얼마나 진행됐는지, 치료법이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조직을 얇게 썰어 염색하고 현미경으로 관찰해야 한다. 전체 기관에 미치는 영향을 한눈에 파악하기도 어렵다. 또 뇌를 들여다볼 수 있게 되면 알츠하이머 등 뇌 질환 진단도 직관적으로 가능해진다. 스탠포드대 연구를 이끈 궈송 홍 박사는 “피부를 자르거나 방사선을 사용하여 선명하지 않게 보는 대신 피부 아래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볼 수 있는 방법이 생긴다면 인체를 보는 방식이 완전히 바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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