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양각색 휴대폰 이슈, 제품, 기능 활용법 등을 소비자 관점에서 쉽게 풀이해봅니다.
지난 6월25일자 [폰SIGHT]는 <낫싱의 투명폰 '폰원', 디자인이 흥행 보증수표?>란 제목으로 낫싱(Nothing)이 내놓을 첫 스마트폰에 대한 관전 포인트를 전해드렸습니다. 당시 기자는 '스마트폰 시장은 사용자경험이 중시되는 방향으로 트렌드가 바뀌었음에도 '껍데기'에 불과한 디자인이 폰원의 전부일 경우'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제시했는데요. 이후 7월13일 정식 공개된 제품의 글로벌 출시를 앞두고 낫싱으로부터 리뷰용 제품을 미리 확보해 사용해볼 기회가 생겼습니다.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라는데, 폰원을 직접 보고 만져본 소감을 이번 후속 기사로 전해드립니다.

독특함은 동그라미, 아름다움에는 세모
낫싱은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신생 스타트업입니다. 중국의 스마트폰 제조사 '원플러스'를 공동창업한 스웨덴 기업가 '칼 페이(Carl Pei)'가 2020년 창업했고, 이미 2억달러(약 2600억원)의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는 등 초반부터 투자 업계의 관심과 기대를 모은 업체입니다. 이런 낫싱이 제품 공개 전부터 유독 강조한 건 바로 '디자인'인데요. 이들은 "스마트폰 업계에 만연한 단조로운 디자인을 타파하고 투명함에 근간을 둔 새 디자인으로 업계에 돌풍을 일으키겠다"고 밝혔습니다. 보기 좋은 투명 디자인을 구현하려고 일반 스마트폰과는 내부 설계 기법도 달리했다니, 일단은 '디자인에 혼을 갈아 넣었다'고 봐줄 수 있겠습니다. 그럼 실제 결과물은 어떨까요?


먼저 이들이 말하는 '투명한 디자인 언어'란 제품 일부 면에 투명한 커버를 씌우고 내부를 드러내는 형태로 정의됩니다. 앞서 출시한 투명 이어폰 콘셉트의 낫싱 '이어원'도 이 같은 디자인을 채택했죠. 우선 '독특하다'는 점에는 다들 동의가 될 것 같습니다. 기존 스마트폰들은 고유의 색 배합, 특수한 소재, 혹은 그려진 패턴 정도로만 디자인이 구분돼 왔으니까요. 그런 면에서 확실히 폰원의 디자인은 낫싱의 목표대로 '만연한 디자인'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죠. 다만, 실제로 보았을 때도 이런 디자인이 '대중적인 돌풍'에 이를지는 다소 의문이 남았습니다.
전면과 측면, 아랫면은 기존 스마트폰들과 유사합니다. 전면은 안드로이드 폰, 측면과 아랫면은 애플 아이폰을 닮은 모양새입니다. 앞면 카메라는 왼쪽 상단에 펀치홀 형태로 탑재돼 있는데, 아이폰과 같은 M자 노치가 아닌 점은 만족스럽지만 셀피 촬영 시 카메라 위치 때문에 전면을 응시해도 시선이 미묘하게 오른쪽을 보는 듯한 느낌으로 찍히는 건 아쉽더군요.
참고로 측면 소재는 100% 재생 알루미늄이고, 전면과 후면 소재는 강화유리인 고릴라 글래스5가 쓰였습니다. 그런데 디자인 특성상, 또 이후 설명할 글리프 인터페이스를 고려할 때 유색 케이스를 씌우긴 어려울 텐데요. 투명한 커버 위에 또 투명 하드 케이스를 씌우는 건 우스울 것 같으니, 투명 필름 정도가 생활 기스의 대안이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LED로 말해요', 글리프 인터페이스
사실 속 보이는 디자인으로만 끝났다면 별볼일 없었을지 모릅니다. 그래서 낫싱이 폰원에 적용한 글리프 인터페이스에는 디자인을 사용자경험과도 연결해보려는 그들의 고민이 느껴지는데요. '글리프(Glyph)'에는 사물을 본 떠 만든 '상형문자'란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즉, 시각요소를 통해 사용자와 소통하는 시스템이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낫싱이 선택한 시각 요소는 바로 LED의 '빛' 입니다.
기사의 맨 처음 사진을 봤다면 눈치챘겠지만 폰원의 내부에는 밝은 LED 부품들이 다수 장착돼 있습니다. 이걸 전부 켜면 하나의 상형문자라 할 만한 형태가 그려지죠. 이 자체에 특정한 메시지가 담겨있진 않지만 폰원은 이를 다양한 방식으로 깜빡일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휴대폰을 뒤집어 둔 상태에서도 빛의 패턴만으로 메일이 왔는지, 문자메시지가 왔는지, 전화가 왔는지, 혹은 충전이 얼마나 됐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여기에 특정 연락처를 원하는 글리프 패턴과 연결하는 개인화 설정도 가능합니다.

이런 글리프 인터페이스는 조금 더 조용한, 아날로그 감성의 휴대폰을 원하는 소비자들에게 적합해 보입니다. 폰원에는 평소에 소리, 진동 모드로 쓰다가 휴대폰을 뒤집어 두면 무음 글리프 모드로 전환하는 기능도 있는데요. 글리프 인터페이스에 익숙해진다면 알림이 올 때마다 진동을 느끼고, 누구인지 일일이 확인하는 대신 빛의 패턴으로 확인하고 필요할 때만 폰을 들어 확인하는 등의 사용이 가능해질 것 같습니다. 확실히 효율보다는 감성을 자극하는 인터페이스죠. 사용자 간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기왕 독특하게 설계한 후면을 계속해서 보게 만드는, 사용성을 겸비한 인터페이스를 창안해낸 점에는 좋은 평가를 줄 수 있겠습니다.
NFT 갤러리, 테슬라 연동 눈에 띄네
이외에도 폰원에는 몇 가지 독특한 기능들이 눈에 띕니다. 우선 NFT 갤러리 위젯과 무선 역충전, 테슬라 차량 연동 정도가 꼽히는데요.
다만 무선 역충전은 폰원만의 기능이라 보긴 어렵습니다. 삼성전자 갤럭시S10 시리즈 이후 탑재된 '무선 배터리 공유'와 비슷한데요. 휴대폰에서 기능을 활성화하고 스마트폰 뒷면에 무선 충전 지원 제품을 올려두면 5W 저속충전이 이뤄집니다. 스마트폰의 배터리를 사용하는 데다가 충전속도도 느리기 때문에 이어폰 같은 웨어러블 제품 충전에 적합하고, 휴대폰은 정말 급한 경우라면 방전을 막는 수준에서 사용할 수 있겠습니다.

NFT는 흔히 블록체인 기반의 대체 불가능한 '디지털 증표'로 불립니다. 평범하고 쉽게 복제 가능한 디지털 그림도 NFT와 연계하면 그 자체로 고유함을 증명할 수 있어 일부 NFT들은 시장에서 높은 가격에 거래되기도 하죠. 폰원의 NFT 갤러리는 보유한 NFT를 액자처럼 바탕화면에 걸어 두고 실시간으로 시세 변동을 확인할 수 있는 기능입니다. 평소 NFT 거래를 즐기는 사용자라면 꽤 유용할 듯합니다.
테슬라 차량과의 연동은 설정의 'Experimental Features' 메뉴에서 가능합니다. 낫싱에 따르면 이를 통해 테슬라 차량과 폰원을 연결해 문을 열고 에어컨을 켜거나 남은 주행거리 등을 확인할 수 있다고 하는데요. 아쉽게도 테슬라 차량이 없어 기능 작동 여부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다만 낫싱은 이후에도 협업 가능한 브랜드들을 계속 확대해 폰원 하나로 다양한 외부 기기들을 제어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죠.

평범한 가성비, 아쉬운 방수방진 등급
이외에 낫싱은 내부적으로 간결하고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과 소프트웨어 구성을 선호합니다. 이를 반영하듯 이들이 안드로이드12 기반으로 제작한 커스텀 운영체제 '낫싱 OS'는 기본적으로 구글의 순정 안드로이드와 비슷한 인상을 줍니다. 디자인에 별다른 기교가 들어있지 않고 색상 테마도 밝음과 어두움 정도로 구분되죠.
낫싱은 이 같은 구성으로 'OS 속도가 빠르다'고 강조했는데요. 객관적으로 스마트폰 성능 점수를 알아볼 수 있는 벤치마크 앱 '긱벤치5'를 돌려보니 싱글코어 820점, 멀티코어 2980점으로 측정됐습니다. 2020년에 출시된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모델 갤럭시 노트20과 유사한 수준이죠. 폰원의 가격은 한화로 약 60~70만원대인데요. 가성비 측면에서 특별히 뛰어나다고 보긴 어려워 보입니다.
관련해서 폰원의 전반적인 하드웨어는 △퀄컴 스냅드래곤 778G+ 칩셋 △8GB, 12GB LPDDR5 메모리 △128GB, 256GB 저장공간 △6.55인치 OLED △120GHz 화면 주사율 △4500mAh 배터리 △33W 고속충전(30분 50%충전) △화면 지문인식 잠금해제 △듀얼유심 △IP53 방수방진 △5G △5000만 화소 후면 듀얼 카메라 △1600만화소 전면 카메라 등이 확인됩니다. 대체로 무난한 사양을 보이지만 방수방진이 다소 아쉽습니다. IP53은 IP68처럼 완수 방수·방진이 아니라 일상적인 먼지, 물 튀김 정도를 막을 수 있는 수준에 그치거든요.
카메라 옵션은 특별히 뛰어난 구석이 없습니다. 인물모드, 슬로우모션, 접사(매크로)촬영, 타임랩스, 전문가 모드 등의 기본 모드가 탑재돼 있고 광확줌은 2배, 디지털 줌은 20배까지 가능합니다. OIS(광학손떨림방지)가 탑재돼 있고 동영상은 4k 60FPS 촬영할 수 있습니다.
한 가지 재미 요소는 글리프 LED를 카메라 조명으로도 쓸 수 있다는 겁니다. 낫싱은 일반 플래시보다 부드러운 조명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선전했는데요. 직접 비교해보니 일반 플래시보다 은은한 사진을 찍을 순 있지만 LED의 빛이 세지 않기 때문에 한정적인 상황, 근접 촬영 정도에서 재미로 쓸 수 있는 보조 기능으로 보입니다.

폰원 발목 잡는 외산폰의 고질적 한계
이처럼 여기까지의 구성은 전반적으로 무난합니다. 제품의 특징도 명확하죠. 하지만 구매 전 추가로 고려할 요소들이 있습니다. 우선 낫싱 본사의 제품, 서비스 지원인데요. 한국에 지사가 없는 해외 업체인 데다가 신생 스타트업임을 고려하면 삼성전자나 애플처럼 전문적이고 빠른 사후지원을 기대하긴 어렵습니다.
이는 많은 외산폰의 한계이기도 한데, 샤오미처럼 국내에 외부 제휴 AS 채널을 확보하는 사업자들도 있다는 걸 감안하면 낫싱의 제품 고장 시 다소 복잡한 절차를 밟아야 할 가능성이 높다는 거죠. 낫싱에 따르면 공식 홈페이지에서 한국어로도 서비스 지원 문의를 처리해준다고 하는데요. 실제 처리 기간, 수리 비용 문제 등에 대해선 아직 알기 어려운 단계입니다. 낫싱이 확실히 명시한 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3년, 보안 업데이트 4년 지원 정도입니다.

또 이제는 남녀노소 플라스틱 카드 대신 사용한다는 '삼성페이'와 같은 간편결제 기능이 없는 점, 브랜드에서 지원하는 클라우드 백업 및 기타 편의 서비스 구성이 빈약하다는 점도 삼성전자나 애플 스마트폰에 익숙했던 사용자라면 불편 요소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이런 점들과 평범한 가성비를 고려하면 폰원은 전반적으로 주력 스마트폰보다는 보조 스마트폰, 남다름을 추구하는 마니아 사용자들에게 더 적합한 제품으로 생각됩니다. '감성만은 합격'이라는 평가 역시 이 같은 관점에서 나오는 것이죠.
특히나 한국은 외산폰의 무덤이라 불릴 만큼 갤럭시, 아이폰 외 제품을 찾아보기 힘든 시장입니다. 폰원을 들고, LED를 번쩍이는 일은 확실히 희소함에 대한 만족, 주변의 시선을 끌기엔 좋겠습니다. 낫싱이 추구하는 틈새 가치도 바로 그 점에 있을 겁니다. 다만 그 이상의 편의와 실용성을 중시하는 분들이라면 구매에 앞서 여러 현실적인 고민이 필요하겠습니다.
폰원은 화이트와 블랙 색상, 8GB/128GB(399파운드, 약 61만8000원), 8GB/256GB(449파운드, 약 69만6000원), 12GB/256GB(499파운드, 약 77만3000원 향후 출시)로 오는 7월21일 글로벌 판매가 시작됩니다. 그러나 1차 판매국에 한국이 포함됐는지 여부는 아직 정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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