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GOUT Review] MLB 도쿄 시리즈 2025

지난해 3월, 세계 최고의 별들이 한국을 찾았다. 사상 처음으로 MLB 정규 시즌 개막전이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치러진 것이다. 당시 오타니 쇼헤이, 무키 베츠, 프레디 프리먼을 앞세운 LA 다저스와 김하성, 매니 마차도,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가 주축을 이룬 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명승부를 펼치며 한국 팬들에게 ‘MLB의 맛’을 선사했다. 그리고 정확히 1년 후, MLB는 다시 한번 아시아권 팬들을 위해 짜릿한 이벤트를 개최했다. 그 장소는 ‘일본 야구의 심장’ 도쿄 돔. 역대 여섯 번째로 도쿄에서 펼쳐진 MLB 정규 개막 시리즈의 열광적인 분위기 속에 함께 녹아들어 봤다. (3월 31일 작성)

에디터 김민규

#시리즈 정보

MLB 도쿄 시리즈 2025
주최 MLB 사무국
날짜 2025년 3월 18일~3월 19일
장소 도쿄 돔
공식 파트너 GUGGENHEIM


도쿄는 2000년에 역대 최초로 해외에서 MLB 개막전을 유치한 도시기도 했다. 그 이후로도 4차례(2004, 2008, 2012, 2019)나 MLB 월드 투어가 개최됐고, 마지막이었던 2019년 이후로 6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다시금 빅리거들이 상륙했다. 당초에 발표된 참가팀은 LA 다저스와 시카고 컵스. 실로 오랜만에 치러지는 도쿄 시리즈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현시대 최고의 슈퍼스타로 떠오른 오타니 쇼헤이를 포함해 무려 다섯 명의 일본인 선수가 금의환향한다는 소식은 일본을 들끓게 하기에 충분했다.

시리즈에 참가할 빅리거들은 3월 12일과 13일로 나눠 입국했고, 15일부터 이틀 동안 두 번씩 평가전을 치렀다. 그 상대는 한신 타이거스와 요미우리 자이언츠. 5명의 예비 인원이 포함된 31명의 선수는 NPB 구단과의 평가전 후 하루의 휴식일을 가진 뒤 본격적으로 개막전에 돌입할 채비를 마쳤다. 그렇게 개막전 당일 아침이 밝았고, 첫 경기가 시작하기 전 도쿄 돔에서는 인기 애니메이션 ‘포켓몬스터’를 콘셉트로 한 ‘몬스터들이 격돌한다(Monster meets Monster)’라는 문구가 떠오르며 개막식이 거행됐다. 이때 양 팀 감독과 선수들의 이름 옆에도 각자 어울리는 캐릭터가 그려지며 흥미를 더했다.

이윽고 만원 관중 앞에서 시작된 경기. 내심 서울 시리즈처럼 두 팀이 1승씩 나눠 갖는 그림이 펼쳐지지 않을까 싶었지만, 두 경기 모두 다저스의 일방적인 흐름으로 전개됐다. 다저스는 1차전은 1점밖에 내주지 않은 투수진의 호투와 타선의 완벽한 밸런스로, 2차전은 홈런 세 방을 몰아치며 일찌감치 승기를 가져온 타선의 파괴력을 앞세워 컵스를 제압했다. 일본 내 절대적인 지지를 받으며 등장한 다저스가, 직전 시즌 월드시리즈 챔피언으로서의 품격을 보여준 시리즈였다고 할 수 있겠다.

#Editor’s Picks

① 주연 및 각본: 사무라이 재팬

지난해 중순, 일본에 방문할 팀이 다저스와 컵스로 정해졌다는 소식이 들렸을 때부터 ‘역대급 흥행’은 예고된 것이었다. 이미 두 팀에서 주전으로 뛰고 있는 선수가 두 명씩이나 있었으며, 부상으로 낙마한 스즈키 세이야를 제외하고 이들은 2023년 WBC에서 일본의 전승 우승을 합작한 영웅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스즈키도 2019년 프리미어12 당시 대회 MVP를 수상한, 다른 선수들 못지않은 국제 대회의 영웅이었다.) 여기에 새롭게 다저스에 영입된 사사키 로키까지, 총 5명의 일본 선수가 소속팀의 주역이 돼 ‘금의환향’했다.

게다가 이들은 본 경기에서 대부분 자신의 몫을 해냈다. 우선 요미우리와의 평가전에서 이미 홈런을 때려낸 오타니는 개막 시리즈에서도 1차전 멀티 히트, 2차전 쐐기 홈런포를 기록하는 등 ‘MVP다운’ 활약을 선보였다. 여기에 1차전에서 선발 맞대결을 치른 야마모토 요시노부와 이마나가 쇼타는 각각 5이닝 1실점과 4이닝 노히트로 명품 투수전을 펼쳤고, 이튿날 데뷔전을 치른 다저스의 사사키도 1회부터 시속 100마일(약 161km)의 강속구를 뿌리며 무난한 데뷔전(3이닝 3K 1실점)을 치렀다. 다만 스즈키가 이틀 동안 삼진만 4개를 당하며 안타를 신고하지 못한 게 ‘옥에 티’기는 했지만.

다저스 ‘MVP 트리오’의 일원인 무키 베츠와 프레디 프리먼이 부상 및 컨디션 난조로 출전하지 못했음에도 그 공백은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상술한 일본인 선수들의 활약만으로도 시리즈의 분위기는 충분히 달아올랐기 때문. 사실 참가 선수들의 전반적인 명성과 인지도는 베츠와 프리먼을 포함해 샌디에이고의 타티스, 마차도 등이 출전한 서울 시리즈가 높은 편이었다. 그러나 본 경기에 출전한 한국인이 김하성(현 탬파베이 레이스) 혼자였다는 걸 고려했을 때 현지 팬들이 열광할 수 있는 ‘홈커밍데이’로서의 의미는 도쿄 시리즈가 압도적으로 컸다.

한편, 다저스와 컵스의 스파링 파트너로 낙점된 NPB 팀들의 선전도 눈길을 끌었다. 특히 2023시즌 일본 시리즈에서 우승한 한신 타이거스는 빅리거들을 상대로 2경기 연속 영봉승을 거두는 파란을 일으켰다. 아무리 일본 야구의 수준이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지만 MLB 팀에, 그것도 전년도 월드시리즈 우승팀인 다저스에도 실점을 허용하지 않았다는 건 큰 충격을 안겼다. 이때 컵스전에 선발 등판해 5이닝 퍼펙트를 기록한 한신의 몬베쓰 게이토는 스무 살의 어린 나이에 일약 스타로 떠오르기도.

② 진정한 ‘도쿄’ 시리즈

이번 도쿄 시리즈를 바라보는 일본 팬들의 열기는 상상을 초월했다. 우선 본 경기는 물론이고, 한신 타이거스와 요미우리 자이언츠가 참여한 평가전도 매진 행렬을 이으며 대회 기간 내내 도쿄 돔을 찾는 팬들의 발걸음은 끊이질 않았다. 거기다 구장에서 제법 거리가 떨어진 시내에서도 유니폼이나 야구 잠바를 입은 사람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여기에 지하철 외부를 도쿄 시리즈를 콘셉트로 꾸미기도 하고, 도시 곳곳에 팝업 스토어가 열리며 도쿄 시리즈 관련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창구가 여럿 마련됐다. 일례로 시부야역 근처의 나이키 매장에서는 LA 다저스와 시카고 컵스의 한정판 유니폼과 티셔츠를 판매했으며, 유니버설 뮤직 스토어 하라주쿠에서는 일본의 팝 아티스트인 무라카미 다카시 작가와 협업한 제품을 전시·판매하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농담곰’으로 유명한 일러스트레이터 나가노의 캐릭터 ‘치이카와’와도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하는 등 일본 전역이 이번 시리즈에 ‘진심’이라는 걸 확인했다.

특히 무라카미의 제품은 워낙 선풍적인 인기를 끈 탓에 팝업 매장에 입장하는 것조차도 예약이 필요했다. 이에 에디터 역시 출국 전부터 입장권을 예약한 뒤 큰 기대를 안고 매장을 찾았으나… 이미 슬리퍼를 제외한 전 품목의 재고가 소진돼 쓸쓸히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더욱 놀라웠던 건 컬래버레이션 유니폼 한 벌의 가격이 무려 50만 원을 훌쩍 넘을 정도로 상품들의 전반적인 가격대가 상당히 높았다는 것이다. 그나마 구매할 수 있었던 슬리퍼조차도 한화 기준 약 15만 원이었을 정도. 근데도 그 많은 재고가 전부 팔렸다는 사실에 경외심이 들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도쿄의 주요 전망대 중 하나인 스카이트리는 아예 이번 이벤트를 위한 공간으로 꾸며졌다. 건물 4층엔 팬 페스티벌이 열린 것은 물론, 저녁에는 단체 관람이 가능한 대형 스크린이 설치돼 티켓을 구하지 못한 팬들도 함께 야구를 즐길 수 있는 장이 마련됐다. 이 외에도 무료 배팅장, Fanatics 공식 매장이 운영됐고, 도쿄 스카이트리 역을 포함해 토부선(Tobu Line)에 속한 7개 역에서 기념 스탬프를 받은 선착순 2,000명에게 MLB 공식 야구 카드를 제공하는 이벤트를 준비하기도 했다. 단순히 경기를 개최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닌, 이번 시리즈를 위해 도쿄를 찾은 사람들에게 도시를 경험할 기회까지 마련한 것이었다.

#Editor Speaks

최고의 선수들을 만날 수 있어서 행운이었다는 말로 줄이기엔 너무 부족했다. 미국과 한국에 이어, 이번엔 일본까지 날아가 빅리거들을 눈에 담았으나 도쿄 시리즈는 이전과는 또 다른 경험을 선사했다. 비록 시차도 나지 않는 가까운 이웃 나라지만, 행사의 규모부터 팬들의 열기까지 서울 시리즈보다 몇 배는 컸기 때문이다.

사실 이건 야구라는 종목, 그중에서도 MLB를 대하는 한국인과 일본인의 태도 차이에서 기인한다. KBO리그 역시 작년에 역사적인 흥행 가도를 달렸지만, 여전히 MLB를 향한 사람들의 관심은 크지 않다. 물론 빅리그에서 활약하는 자국 선수의 수가 차이가 나기에 불가피한 현상인 것도 맞다. 실제로 올 시즌에도 빅리그 개막 엔트리에 승선한 일본 선수는 16명인 데 반해 한국 선수는 2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러한 차이를 고려해도 일본에서 MLB의 인기는 상상 이상으로 뜨겁다. 당장 작년 일본 내 월드시리즈 시청자가 미국 현지보다 많았을 정도니.

이에 자국을 방문하는 빅리거들을 향한 관심도 자연스레 다를 수밖에 없었고, 개막 시리즈를 준비하는 MLB 사무국과 각종 스폰서, 그리고 개최지인 도쿄도의 적극성도 차원이 다른 수준이었다. 본 경기가 아닌 평가전이었음에도 4만 석이 훌쩍 넘는 도쿄 돔이 가득 찼고, 일반 편의점에서도 행사 관련 특별 상품을 판매할 만큼 일본인들의 야구 사랑을 엿볼 수 있었다. 물론 서울 시리즈 역시 큰 화제를 모으며 성황리에 마무리됐지만, 도시 전체가 MLB로 물든 모습을 보니 놀랍다는 생각은 물론 내심 부러운 마음도 들었다.

미국에서 MLB를 볼 때는 오랫동안 간직한 꿈을 꾸는 것 같았고, 서울에서 MLB를 볼 때는 그 꿈이 현실로 이뤄진 느낌이었다면, 도쿄에서의 MLB는 새로운 꿈을 안겨준 경험으로 남은 듯하다. 언젠가 한국도 서울 시리즈를 뛰어넘는 MLB 시리즈를 유치해, 온 도시가 야구로 하나가 되는 꿈을 말이다. 물론 그러기 위해선 갈 길이 멀다. 한국인 선수도 더 늘어나야 할 테고, 충분한 규모의 관중을 수용할 수 있는 경기장도 갖춰져야 할 것이다. 결정적으로 MLB를 소비하는 국내 팬들도 지금보다 훨씬 많아져야 할 터.

단기간에 이 모든 걸 충족할 순 없다. 한국은 작년에서야 처음으로 서울 시리즈를 개최한 나라가 아니던가. 그러나 작년을 기점으로 날이 다르게 국내 야구 인기가 증가하고 있고, 향후 빅리그 진출을 노릴 젊은 선수들도 성장세가 뚜렷하다. 그렇기에 머지않아 다시 한국에서 열릴 MLB 정규 시즌 경기는 분명 서울 시리즈를 뛰어넘는 흥행을 거두리라 믿는다. 그리고 그때는 도쿄에서 느낀 부러움이 자랑스러움과 뿌듯함으로 바뀔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5년 169호 (5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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