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ERP' 영림원소프트랩, 일본·인니 사업에 쏠리는 눈
국내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장 3위 기업인 영림원소프트랩이 일본과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해외 시장 공략에 힘을 쏟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한국IDC의 지난 2023년 말 신규 계약 기준 '국내 ERP 애플리케이션 매출' 순위에 따르면 영림원소프트랩은 5.5%의 점유율로 SAP(20.5%)와 더존비즈온(16.6%)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오라클이 3.9%로 영림원소프트랩에 이은 4위를 차지했다. 이러한 국내 ERP 시장의 기업별 점유율 순위는 고착된 지 오래다. 글로벌 ERP 기업 SAP가 국내 대기업들을 주요 고객사로 확보한 가운데 더존비즈온과 영림원소프트랩이 중견·중소 시장에서 주로 경쟁하는 구조다.
ERP에는 인사·재무·구매·총무 등 기업의 공통 업무가 포함된다. 기업들은 한 번 도입한 ERP는 타사 제품으로 잘 바꾸지 않고 지속해서 쓰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ERP 기업들이 이미 ERP가 많이 도입된 국내 시장에서 신규 고객을 확보하는 것은 여간 어렵지 않다. 하지만 정부 차원에서 기업들의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거나 기업들이 새롭게 진출하는 개발도상국에서는 상대적으로 영업 기회가 많다. 영림원소프트랩이 해외 시장 중에서도 일본과 인도네시아를 낙점하고 힘을 쏟는 이유다.
일본은 정부가 생산성 향상과 효율성 증대를 위해 기업들의 디지털 전환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에 영림원소프트랩은 일찌감치 일본에 법인 '에버재팬'을 두고 고객 확보에 나섰다. 에버재팬은 현지 영업을 위해 일본 대흥전자통신주식회사와 협약을 맺었다. 올해 4월에는 산업별 맞춤형 클라우드 ERP 솔루션 '디에버플렉스'를 출시했다. 그 결과 △소프트웨어 개발 △정보통신 △광반도체 소재 제조 분야에서 각각 1곳씩 총 3곳의 기업을 고객사로 확보했다. 회사는 디에버플렉스를 내세워 현지 고객을 늘릴 계획이다.
영림원소프트랩은 인도네시아에서도 성과를 냈다. 일본처럼 디지털 전환을 추진 중인 기업과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잠재 고객사들이다. 특히 인도네시아에는 ERP 전문기업이 없기 때문에 법인 '시스템에버인도네시아(SEI)'를 세워 52개 고객사를 보유했다. SEI는 수주 상승세에 따라 컨설턴트와 개발자를 확충하고 있다. 국내 본사 개발건도 수행해 부족한 국내 개발인력을 보완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영림원소프트랩은 탄탄한 국내 고객을 기반으로 해외 시장에서도 성과를 내면서 실적이 오르고 있다. 올해 2분기 연결기준 매출 151억원, 영업이익 4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최근 1년간 분기 실적 중 가장 높다.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보다 감소했지만 적자를 냈던 올해 1분기의 부진을 털고 흑자전환했다. 회사가 추진 중인 △대한산업안전협회 △선앤엘인테리어 베트남법인 △태광후지킨 △티엠씨 등의 프로젝트 및 프로세스혁신(PI) 컨설팅 금액이 매출로 인식된 영향이다. 2분기에 신규 수주한 계약건들도 하반기 매출로 잡힐 예정이다.
권영범 영림원소프트랩 대표는 "중견기업으로 시장을 확대하면서 계약 규모가 커지는 바람에 매출 인식이 늦어졌지만, 하반기에는 고스란히 매출로 반영될 것"이라며 "해외 사업의 경우 인도네시아에서 규모 있는 계약이 성사되고 일본 고객을 확보함으로써 하반기 매출 및 영업이익이 긍정적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현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