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그랜저 부분변경, 디지털 경험은 신차급 변화

현대자동차 더 뉴 그랜저 2.5 캘리그래피를 시승했다. 더 뉴 그랜저는 부분변경 모델로, 외관 디자인 변화와 함께 실내 디자인을 대폭 개선하고,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플레오스 커넥트를 먼저 탑재해 현대차 플래그십으로서의 가치를 높였다. 가격 상승을 제외하면 모든 변화가 긍정적이다.
현대차 그랜저는 지난 40년간 국산차의 수준을 높이는데 앞장섰다. 1986년 1세대 그랜저는 미쓰비씨와의 합작으로 만들어졌지만, 2026년 7세대 부분변경 모델에서는 글로벌 경쟁차 중에서도 가장 앞선 디자인과 사양, 완성도를 갖췄다. 그랜저의 발전은 현대차의 실력 향상과도 일치한다.
7세대 그랜저 페이스리프트의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플레오스 커넥트의 선제적 탑재다. 플레오스 커넥트는 현대차가 앞으로 선보일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의 예고편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커다란 중앙 디스플레이를 통해 차량의 다양한 조작이 가능하고, 고성능 칩이 탑재된다.
신형 그랜저의 외관은 기존 그랜저의 디자인 완성도를 높이는 디테일 변화에 집중했다. 전면부 LED 그래픽을 보다 슬림하게 개선하고, 헤드램프는 6개의 다중 반사면 렌즈(MFL)를 사용한 멀티 셀 프로젝션 타입이 기본이다. 하단부 격자 패턴형 그릴을 보디컬러로 바꾸면 좋을 것 같다.
후면부 리어램프는 실버바를 중심으로 슬림한 LED 광원이 내장된다. 링컨 브랜드의 느낌도 나지만, 대중차 브랜드로는 고급스러운 변화다. 방향지시등은 상단으로 이동하고, 후진등은 그대로 하단에 위치한다. 현대 엠블럼 상단을 누르는 방식의 트렁크 오픈은 여전히 어색한 설정이다.
실내는 수평형 대시보드와 함께 17인치 디스플레이가 분위기를 주도한다. 계기판이 대시보드 상단에 위치한 구성은 푸조나 토요타 프리우스가 연상된다. 이같은 변화로 헤드업 디스플레이의 역할은 다소 줄었다. 17인치 디스플레이 좌측은 속도 등 계기판 정보가 상시 표시되는 구조다.
시승차는 그랜저 2.5 가솔린 모델로 2.5리터 4기통 스마트스트림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 조합으로 최고출력 198마력(6100rpm), 최대토크 25.3kgm(4000rpm)을 발휘한다. 20인치 기준 공차중량 1650kg, 복합연비 11.0km/ℓ(도심 9.4, 고속 14.1)다. 파워트레인은 기존과 완전히 동일하다.
운전석에서의 시트포지션은 기존과 유사하다. 대시보드 높이가 낮아지며 시트가 다소 높아진 것처럼 보이지만, 변화는 없다. 단순해진 디자인으로 고급감을 표현하는 것이 쉽지 않은데, 스티어링 휠, 방향지시등 레버 등 운전자가 항상 접하는 곳의 소재와 디자인 퀄리티가 크게 좋아졌다.
미디어 시승차는 대부분 캘리그래피 사양으로, 외장 컬러는 에어로 실버 메탈릭, 내장은 버건디 원톤이 가장 고급스러운 분위기다. 브라운 원톤은 다소 고급감이 떨어진다. 기본형 트림인 프리미엄을 선택한다면 브라운+라이트 그레이에 프리미엄 초이스만 더해도 만족스러워 보인다.
정숙성과 승차감은 일부 개선됐다. 부분변경을 통해 전륜 스트럿링 강성증대를 통한 차체 보강, 유압제어 리바운드 스토퍼 적용을 통해 댐핑 성능을 개선했는데, 차체 움직임이 보다 진중해졌다. 60km/h 전후의 일상적인 주행에서 소음 유입과 승차감 부문에서의 완성도는 최상급이다.
시승차는 5772만원 사양으로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과 20인치 휠이 포함된다. 가변형 서스펜션이 다양한 환경을 만족하는 것은 사실이나, 18인치 휠 선택시에도 꽤나 좋은 승차감이 예상된다. 2열 승차감과 정숙성은 대형세단답게 좋은 편인데, 방석부 쿠션이 단단해 개선이 필요하다.
도심에서의 가감속은 부드럽게 이어간다. 가속시 초반 민감도가 높은 편인데, 풀가속시에는 다소 아쉬운 펀치력이다. 중속과 고회전에 힘이 집중된 엔진이라 하이브리드나 터보차 대비 힘이 없다고 느껴질 수 있다. 그럼에도 최고속도는 200km/h를 상회, 고속에서의 안정감도 수준급이다.
스마트 크루즈컨트롤은 차로유지 실력이 좋아졌는데, 대부분의 램프 구간을 풀리지 않고 돌아나간다. 가감속이나 차로유지시 차체 움직임이 줄어 피로감이 덜하다. 헤드업 디스플레이 디자인이 귀여운 스타일로 변경됐다. 차로변경시 후측방 영상은 모니터의 4개 구역 중 선택할 수 있다.
플레오스 커넥트의 UX/UI 등 사용 편의성은 좋은 편이나, 중장년층이나 IT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소비자에게는 적응하기가 만만치 않다. 신차 구입시 교육보다는 AI 음성명령의 범위를 넓히는 방향이 적합해 보인다. 전동식 에어벤트는 BMW와 테슬라의 것이 합쳐진 형태로 와우 포인트다.
신형 그랜저의 상품성은 현대차보다는 제네시스에 가깝다. 전동화로 가는 길목에서 플래그십의 체면 유지를 위해 서둘러 적용한 다양한 아이템은 4천만원대 대형세단으로 신선한 부분이 많다. 하이브리드에 대한 관심이 높겠지만, 700만원 저렴한 가솔린 모델의 상품성도 꽤나 인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