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군이 세계 최고 수준의 K2 전차와 K9 자주포를 보유하고 있지만, 정작 이를 운용할 인력이 없어 전투력에 심각한 구멍이 뚫렸다. 최근 국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전방 4개 군단의 하사 보직 충원율이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수도권을 방어하는 1군단의 하사 충원율은 38%까지 떨어졌다.
제아무리 첨단 무기를 갖추고 있어도 운용할 사람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전차 승무 특기는 모집 목표의 18%만 채워졌고, 야전포병은 25%에 그쳤다. 기갑·포병 부대에서는 대규모 훈련을 하려면 타 부대에서 인원을 빌려와야 한다는 자조적인 말까지 나온다. 오늘은 한국군이 직면한 심각한 인력난의 실태와 그 해법을 분석해 본다.

1군단 하사 충원율 38%, 전방 군단 절반이 텅 비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유용원 의원이 육군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 말 기준 전방 군단 하사 보직 충원율은 참담한 수준이다. 1군단은 38.3%로 40%도 채우지 못했고, 2군단은 53.6%, 3군단은 52.4%로 간신히 50%를 넘겼다. 5군단은 44.9%로 역시 절반에 못 미쳤다. 전방 4개 군단 하사 자리 2개 중 1개 이상이 공석인 셈이다.
더 충격적인 것은 하락 속도다. 이 수치는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최소 10.8%에서 최대 23%나 급감한 것이다. 2군단은 같은 기간 76.6%에서 53.6%로 23%포인트나 떨어지며 가장 가파른 하락세를 보였다. 경기 파주부터 강원 고성까지 북한과 인접한 전방 주요 군단에서 '군의 허리'라 불리는 초급 간부 충원율이 이토록 심각한 수준으로 떨어진 것은 전례가 없다.

전차 특기 18%, 포병 25%…첨단 무기가 창고에서 잠든다
하사 충원율 급감은 전방 군단의 핵심 전력인 K-2 전차와 K-9 자주포 운용에도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 전차와 자주포, 장갑차 등의 군 자산을 효과적으로 운용하기 위해서는 전문성 있는 부사관 인력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현실은 처참하다.
지난해 기준 전차 승무 특기는 모집 목표의 18.8%만 충원됐다. K2 전차를 몰 수 있는 부사관 10명 중 8명 이상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장갑차 특기도 22%에 그쳤다. K9 자주포 등을 운용하는 야전포병 부사관 역시 390여 명을 모집하려 했지만 실제로는 100여 명(25.6%)만 선발됐다.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K9 자주포 10대 중 3대는 전쟁이 나도 조종수가 없어 가동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95%에서 42%로, 5년 만에 반토막 난 부사관 충원율
문제의 뿌리는 전군 차원의 부사관 충원난에 있다.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 군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육군 부사관 충원율은 2020년 95%에서 2024년 42%로 무려 53%포인트나 급락했다. 지난해 선발 정원이 8,100명이었지만 실제 충원된 인원은 3,400명에 불과했다.
육군만의 문제가 아니다. 같은 기간 해군 부사관은 90%에서 55%로, 공군 부사관은 100%에서 69%로, 해병대 부사관은 98%에서 70%로 추락했다. 전역을 희망하는 초급 간부는 최근 5년 동안 두 배 넘게 급증한 상태다. 열악한 처우가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하사 월급이 200만 원 수준에 불과해 "사명감만으로는 군 부사관을 지원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사·상사가 하사 업무 떠맡는 기형적 구조
하사 충원율이 급감하면서 전방 부대에서는 기형적인 인력 운용이 반복되고 있다. 초급 간부가 맡아야 할 보직을 중사나 상사 등 선임 부사관이 떠맡는 상황이 일상화됐다. 구멍 난 보직을 메우기 위해 임시방편으로 인력을 돌려막기하는 경우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군 소식통에 따르면 기갑·포병 부대가 대규모 훈련을 진행하려면 타 부대에서 인원을 임시로 충원해야 하는 실정이다. 전투 병과 충원율의 급감은 단순한 행정 문제가 아니라 전투력 자체를 위협하는 심각한 안보 구멍이다. 전차 조종수 보직률이 70%가 되어야 정상 운용이 가능한데, 일부 부대는 절반에도 못 미치는 상황에서 유사시 작전 수행 자체가 불투명하다.

"무인 무기 만능론은 환상, 사람에 대한 투자가 먼저"
군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서둘러 초급 간부들의 급여를 인상하고 처우 개선에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제아무리 뛰어난 첨단 무기를 보유하고 있더라도 이를 운용할 인력이 없으면 무기는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한국이 세계 시장에 수출하는 K2 전차와 K9 자주포가 정작 본국에서는 인력 부족으로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무인 무기 등을 통해 인력난을 극복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군 전문가들은 이러한 '무인 무기 만능론'에 비판적이다. 반드시 일정 수준 이상의 병력이 갖춰져야만 예비대 운용 등 전략적인 부대 운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무기에 대한 투자 이전에 사람에 대한 투자가 먼저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