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없는데 어쩌나"…은퇴 60대, '큰돈' 금방 마련한 방법 [일확연금 노후부자]
이자율은 올 4분기 기준 연 3.01%
최대 7년에 걸쳐 분할 상환 가능
"은퇴 후 국민연금 외엔 별다른 수입이 없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병원에 입원하느라 큰돈이 필요해졌습니다. 신용도가 낮아 은행 이자 부담이 클 텐데 국민연금에서 돈을 빌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국민연금공단은 이와 같은 어려움을 호소하는 국민연금 수급자를 위해 저금리로 목돈을 빌려주는 '노후긴급자금 대부'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2012년 5월에 도입된 이른바 '실버론'입니다. 실버론을 통해 빌린 돈은 매월 국민연금에서 빠져나가는 형태로 주로 상환됩니다. 빌린 돈이 이자와 함께 국민연금에서 차감되기 때문에 노후자금을 미리 당겨쓰는 것으로 볼 수 있는 셈이죠.
전월세 보증금 등으로 최대 1000만원 대출
실버론을 신청할 수 있는 대상은 국내에 거주하는 60세 이상 국민연금 수급자입니다. 수급 개시 연령에 도달했을 때 받는 일반적인 국민연금 형태의 노령연금과 이혼 시 받는 분할연금, 유족연금, 장애연금(1~3급) 수급자 등이 해당합니다. 다만 연금 지급이 중지된 사람, 국민연금에서 지급받은 대부금 상환이 완료되지 않은 사람, 개인회생 또는 파산 신청 후 면책이 확정되지 않은 사람 등은 신청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단순히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실버론을 이용할 순 없습니다. 긴급 자금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운영되는 제도이기 때문에 전·월세 보증금, 의료비, 배우자 장제비, 재해복구비를 마련하기 위해 용도로 대출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본인과 배우자 명의로 주택 임차계약을 체결하거나 본인과 배우자 치료를 위해 의료비를 납부할 때, 배우자가 사망한 경우, 본인 또는 배우자가 자연재해, 화재 등으로 피해를 본 경우에만 신청할 수 있습니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실버론 이용액의 66.3%(296억6700만원)는 전·월세 보증금 용도로 사용됐습니다. 건수로도 전·월세 보증금이 전체 7136건 중 52.5%인 3751건을 차지해 가장 많았습니다. 의료비와 배우자 장제비는 금액 기준으로 각각 31.4%(140억3400만원), 1.6%(7억3000만원)이었습니다.
실버론을 이용하기 위해선 신청 기간도 지켜야 합니다. 전·월세 보증금은 임차개시일 전·후 3개월 이내(갱신계약은 갱신계약일로부터 3개월 이내), 의료비는 처방일로부터 6개월 이내 신청해야 합니다. 배우자 장제비는 사망일로부터 3개월 이내, 재해복구비는 재해발생일 또는 재난지역 선포일로부터 6개월 이내입니다. 국민연금 수급자인 신청자는 각 대출 용도에 맞춰 전·월세 계약서, 진료비 계산서, 사망 진단서, 피해 사실 확인서 등을 제출하면 됩니다.
실버론 신청자는 연간 연금 수령액의 두 배(최대 1000만원 한도) 내에서 실제 소요된 비용만큼 빌릴 수 있습니다. 여기서 연금 수령액은 실버론 신청 당시 최종 지급받은 연금을 기준으로 합니다. 예를 들어 연금이 월 45만원이고, 의료비가 500만원이라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이때 개인별 한도액은 연간 연금 수령액(월 45만원×12개월=540만원)의 두 배인 1080만원이지만 최대 한도는 1000만원이기 때문에 이 한도 내에서 실제 소요액인 500만원을 빌릴 수 있는 것입니다.
최대 7년간 분할상환 가능
실버론은 신용등급 등과 관계없이 비교적 낮은 금리로 자금을 빌릴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입니다. 이자율은 분기별로 결정되는데요. 5년 만기 국고채 수익률과 예금은행 가중평균 수신금리(신규취급액 기준) 중 낮은 금리에 연동해 분기별로 변동금리가 적용됩니다. 올 4분기(10~12월) 기준 이자율은 연 3.01%입니다. 연체 시 적용되는 이자율은 여기에 2배를 적용한 연 6.02%(올 4분기 기준)에 달합니다.
대출금은 최대 5년간 원금 균등분할 상환 방식으로 갚으면 됩니다. 원금 상환 없이 이자만 납부하는 거치기간(1~2년)을 포함하면 최대 7년까지 분할상환도 가능합니다. 매월 국민연금을 받는 날에 자동이체하거나 연금에서 원천 공제하는 방식으로 갚으면 됩니다. 가상계좌를 통해 수시 상환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대출 프로그램까지 운영하고 있는 국민연금이지만 보험료를 수년간 내고도 연금을 찾아가지 않는 경우가 있다는 게 최근 발표됐는데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안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국민연금공단에서 받은 ‘국민연금 미청구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올 6월까지 국민연금 수급권이 발생했지만 청구하지 않은 건수는 10만823건으로 집계됐습니다. 금액으로는 약 8276억원에 달합니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연금을 늘리기 위해 보험료를 추가 납부하기로 하면서 연금을 자발적으로 청구하지 않은 경우도 있었지만, 연금 수급권자와 연락이 닿지 않거나 연금을 찾아갈 뜻이 있는지 명확하지 않은 경우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수급권자가 5년간 청구하지 않은 연금은 소멸됩니다. 따라서 국민연금공단 안내에 따라 별도의 신청 절차를 마쳐야 합니다. 수급 개시 연령(올해 기준 63세)이 됐을 때 가까운 국민연금공단 지사를 방문하거나 공단 홈페이지, 모바일 앱, 우편, 팩스 등을 통해 연금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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