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외풍 빗겨간 한국씨티은행, 혼자 순이익 날았다
올해 상반기 한국씨티은행의 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두 배 이상 규모로 성장했다. 이러한 성장세는 은행권에서 유일무이하다. 이를 두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가계대출 금리 인하 압박을 유일하게 빗겨나간 '수혜'를 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한국씨티은행은 본사 결정에 따라 소매금융 신규 영업을 중단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씨티은행은 올 2분기 2992억원의 총수익과 92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시현했다. 특히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387억원) 대비 140% 뛰었다.
이자수익은 소비자금융 부문의 대출자산 감소에도 불구하고 순이자마진 개선 영향으로 7.1% 증가했다. 비이자수익은 전년동기대비 739억원 증가했으며, 채권·외환·파생상품 관련 수익의 증가가 주 요인이다.
소비자금융 부문의 단계적 폐지 영향으로 올 6월말 기준 고객대출자산은 전년 동기 대비 15.7% 감소한 17.2조원이었으며, 예수금은 7.7% 감소한 22.6조원이었다. 예대율은 56.0%를 기록했다.
오히려 수익성 지표는 대폭 향상했다. 올 2분기 총자산순이익률(ROA) 0.79%, 자기자본순이익률(ROE) 6.49%를 기록했으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0.49%포인트와 3.69%포인트 상승했다. ROA가 높다는 건 보유 중인 자산을 활용해 더욱 효율적으로 순이익을 창출했다는 뜻이다. 같은 기간 NH농협은행은 0.64%, 우리은행이 0.67%의 ROA를 기록했다.
최근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에 대한 우려는 점증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 5대 시중은행 평균 연체율은 0.4%로 전월 말(0.37%)에 견줘 0.03%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충당금 적립 증가 요인이다. 개인 차주들은 기준금리 상승으로 이자부담이 증가했는데 부동산 및 주식 등 자산가치는 하락하면서 상환여력의 저하 압력을 받고 있다.
그러자 이복현 금감원장은 '상생금융'이라는 명목으로 시중은행 영업현장을 방문하면서 가계대출 금리 인하를 유도하고 있다. 실제로 KB국민은행은 지난 3월 신용대출 금리를 최대 0.5%포인트 낮췄다. 이에 시중은행들은 건당 규모가 큰 기업대출에 집중하는 추세다. 한국씨티은행은 2022년 초부터 소매금융을 철수하고 기업금융에 자원을 집중하고 있다.
한국씨티은행은 2023년도 상반기 기준으로 5860억원의 총수익과 177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2022년도 상반기 총수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4545억원과 787억원이었다. 당기순이익은 전년 상반기 대비 126% 늘었다.
2023년 6월말 현재 BIS(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 및 보통주자본비율은 27.56%와 26.48%이며, 전년동기의 17.26% 및 16.52%와 비교 시 각각 10.3%포인트와 9.96%포인트 상승했다.
2분기의 비용은 전년 동기 대비 2% 증가한 1485억원으로 관리됐다. 2분기 대손비용은 전년 동기 대비 110.2% 증가한 303억원으로, 미래경기 전망 변경에 따른 추가 충당금 적립이 주 요인이다.
유명순 한국씨티은행장은 "외환 및 자본시장, 기업고객 자금관리, 증권 서비스 등 당행이 전략적으로 집중하고 있는 기업금융그룹의 모든 사업 영역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달성하고 있다"며 "씨티그룹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상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국 기업 고객들의 해외 진출과 해외 기업 고객들의 한국 투자 확대를 적극 지원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