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달아 유명해진 밴스 엄마… “아들 논란, 일부러 무시한다”

워싱턴/김은중 특파원 2024. 9. 27.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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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 끝에 10년 전 알코올 중독 극복한 인물
대선 기간 ‘소셜미디어 중단’ 선언도
“J D는 똑똑하고 놀라운 청년… 걱정 안 해”
공화당 부통령 후보인 J D 밴스 상원의원의 모친 베벌리 에이킨스(오른쪽)가 지난 7월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 참석해 아들의 후보 수락 연설을 듣고 있다. 왼쪽은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 /UPI 연합뉴스

‘흙수저’ 출신 J D 밴스 상원의원이 미국 대선의 공화당 부통령 후보로 백악관 입성을 노리게 되면서 모친인 베벌리 에이킨스에게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에이킨스가 밴스의 고향 마을이자 베스트셀러 회고록 ‘힐빌리의 노래’ 배경인 오하이오 미들타운의 유명 인사로 거듭났다고 26일 보도했다.

에이킨스는 ‘힐빌리의 노래’로 대표되는 미국 중서부 저소득층 백인들의 암담한 삶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밴스가 여섯 살 때 이혼했고, 간호사로서 처방약에 쉽게 접근할 수 있었던 에이킨스는 약물을 남용하기 시작했다. 다섯 번의 결혼 생활을 거치며 약물과 알코올 중독, 가정 폭력, 자살 기도 같은 문제를 끊임없이 일으켰다. 밴스가 회고록에서 “(함께 차를 타고 가던 엄마가) 시속 100마일로 차를 충돌시켜서 우리 둘(밴스와 여동생)을 죽일 거라고 말했다”고 썼을 정도다. 밴스는 할머니의 보살핌 덕분에 불우한 환경을 극복하고 명문대에 진학해 변호사, 정치인으로 성공할 수 있었다.

지난 7월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도널드 트럼프(왼쪽) 전 대통령과 J D 밴스 상원의원 모친인 베벌리 에이킨스가 악수를 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에이킨스는 중독을 극복했고, 지난 7월 공화당 전당대회장에도 등장했다. 밴스는 후보 수락 연설에서 “엄마가 10년 동안 술에 취하지 않은 채 이 자리에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사랑한다”는 아들의 말에 눈물 흘리며 박수를 치는 에이킨스의 모습이 그날 밤 언론을 도배했다.

밴스가 부통령 후보로 지명되면서 에이킨스의 일상도 180도 바뀌었다. 전당대회장에서 대통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를 비롯해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 더그 버검 노스다코타 주지사 같은 보수 거물들과 귀빈석에 나란히 앉았던 에이킨스는 “트럼프가 매우 겸손하고 친절한 태도로 나를 대해줬고, 훌륭한 아들을 낳았다고도 이야기했다”고 했다. 요즘도 동네의 알코올 중독자 모임에 나가는 에이킨스가 신분을 밝히지 않아도 그를 알아본 주민들이 먼저 인사를 하고 ‘힐빌리의 노래’에 사인을 요청한다고 한다.

현재 밴스는 자녀 없는 여성을 비하한 과거의 발언, 스프링필드의 아이티 이민자들이 이웃의 반려동물을 잡아먹는다는 음모론 등으로 논란에 휩싸여 있다. 이에 대해 에이킨스는 “아들이 화목하고 긍정적인 가정에서 자란 경험이 없기 때문에 전형적인 모습의 가족을 동경했을 것”이라고 했다. 밴스의 발언을 놓고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 배우 제니퍼 애니스톤 등 유명 인사들의 비판이 이어졌지만 “그냥 무시하기로 했다”고 한다. 에이킨스는 공화당 전당대회 직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선거가 끝날 때까지 소셜미디어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했다. “내가 사랑하는 마을이 아들에 대한 증오로 가득 찬 모습을 보는 것은 그토록 열심히 싸워 얻은 마음의 평화를 파괴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에이킨스는 “(효력을 잃었던) 간호사 면허를 취득하고 다시 치료 시설에서 일하고 있다”며 “일이 너무 바빠 뉴스를 따라잡을 수가 없다”고 했다.

NYT는 “밴스는 위험한 직업을 선택했고, 그 직업을 가졌던 사람의 결말이 그리 좋지 않았다”고 했다. 트럼프 1기 때 부통령을 지낸 마이크 펜스가 트럼프가 패배한 2020년 대선 결과를 상하원 합동회의 의장 자격으로 인증했다가 트럼프와 척지게 된 일을 가리킨다. 이에 대해 에이킨스는 “J D는 똑똑하고 놀라운 청년이라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공화당 부통령 후보인 J D 밴스 상원의원이 25일 미시간주에서 유세 연설을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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