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 4계] 초여름 영광 법성포 단오여행
“바람따라 풍류따라” 2024법성포단오제 7~10일
역사와 전통, 맛과 멋이 가득한 영광 법성포 여행
남도 들녘에 모내기가 한창이다. 더운 여름을 맞기 전의 초하의 계절, 모내기를 끝내고 풍년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단오를 맞는다. 일 년 중에서 양기가 가장 왕성한 날로 알려진 단오날은 음력 5월 5일로 수릿날, 천중절, 중오절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조선시대에는 설날·추석과 함께 3대 명절로 손꼽혔던 중요한 날이었다. 초여름에 모내기를 끝낸 농민들이 풍년을 기원하며 하늘에 제사를 올리고 밤새워 즐겼는데 여자는 창포물에 머리를 감거나 그네를 뛰고 남자는 활쏘기와 씨름 같은 민속놀이를 즐기면서 하루를 보냈다.
단오제의 오랜 전통은 지금도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전국적으로 대규모 단오제가 열리는 곳은 영광 법성포와 강원도 강릉 두 곳이다. 영광 법성포에서는 해마다 단오날에 맞춰 <영광 법성포단오제>를 개최하는데 무려 5백여 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뜨거운 여름이 오기 전에 영광으로 단오 여행을 떠나보자.
영광 법성포단오제는 조선 중기부터 시작하여 5백여 년의 역사와 전통을 가진 유서 깊은 민속축제로 강릉 단오제와 함께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됐다. 예로부터 어업이 주를 이뤘던 법성포는 산신에게 무사안녕을 기원하는 제를 올렸고, 바다에는 만선을 기원하는 용왕제를 올려왔다. 또한 숲쟁이국악경연을 통해 판소리와 잡기 등을 인정받은 재인들의 실력은 전국 어디에서나 통했다.
올해 법성포단오제는 6월 7일부터 단오날인 6월 10일까지 법성포단오제 전수교육관과 법성포 뉴타원 일원에서 마련된다. 용왕에게 뱃길 안전과 풍어를 비는 용왕제, 관광객들과 함께 배를 타고 즐기는 선유놀이, 난장트기, 단오장사 씨름대회와 그네뛰기 등을 즐길 수 있다. 이외에도 창포머리감기와 창포비누 만들기 체험, 단오부채 만들기 체험, 영광군 특산품을 이용한 푸드 장터 등 관광객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체험 행사도 다양하다.
조선 후기의 실학자 이중환은 지리서 <택리지>에서 법성포 포구를 ‘호수와 산이 아름답고 민가의 집들이 빗살처럼 촘촘하여 작은 서호로 부른다’고 했다. 서호는 천하제일의 경치를 자랑했던 중국 항저우의 명승 호수다. 서호와 버금갔다는 법성포는 지금 공유수면 매립공사로 호수 같은 풍광의 핵심이던 갯벌이 사라졌지만 대신 드넓은 지평선을 따라 철마다 고운 꽃들이 피어난다. 특히 법성포의 봄을 물들이는 샛노란 유채꽃밭은 보는 이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법성포구에서 작은 언덕을 지나면 늘 푸른 나무들이 우거진 ‘법성진 숲쟁이공원’을 만날 수 있다. ‘숲으로 된 성’이라는 뜻의 숲쟁이 공원은 마을을 지켜주는 수호 숲이자 자연 성곽이다. 조선 중종 때 축조된 법성진성을 연장하기 위해 심은 느티나무와 팽나무들이 수백 년 동안 키자람을 하면서 아름드리 숲을 이뤘다. 국가지정 명승 22호로 지정된 보물 숲으로 나무들마다 초록 이끼가 내려앉아 있어 신비로움을 더해준다. 한여름이면 나무 아래 펼쳐진 평상으로 주민들이 모여서 더위를 피하는 여름 쉼터로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
법성포를 빠져나와 영광대교를 건너면 드라이브 코스로 좋은 백수해안도로가 이어진다. 갈매기나 쉬어갈 만큼 조그맣고 한적한 모래미해변을 지나면 약 6킬로미터 해안도로 전 구간이 절벽이어서 어디서나 바다 전망이 시원하다. 백수해안도로를 찾는 여행자들이 늘면서 도로 곳곳에 주차장이 마련돼 있고 해안도로 아래로 목재 데크 산책로가 2.3킬로미터에 걸쳐 설치돼 있어서 좀 더 가까이, 좀 더 여유롭게 바다를 구경하면서 걸을 수 있다. 특히 이곳에서 보는 바다 노을 풍경은 누구라도 발걸음을 멈추게 만드는데 요정들이 물감을 하늘에 풀어 놓은 듯 오색빛깔로 물들어가는 바다가 무척 아름답다. 망망대해만 펼쳐져 있다면 바다가 다소 밋밋할 수도 있는데 수평선 언저리에 크고 작은 섬들이 어우러져 있어서 자연이 빚은 노을 작품에 완성도를 높여준다.
백수해안도로에서 77번 국도를 따라 달리다 보면 칠산타워가 웅장한 자태를 드러낸다. 칠산타워는 전라남도에 설치된 전망대 가운데 가장 높은 111m의 대형 타워다. 1층과 2층에는 활어판매장과 향토 음식점 등이 들어서 있고 3층에 전망대가 자리 잡고 있는데 전망대에 오르면 광활한 칠산 앞바다와 다도해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법성포에 갔다면 굴비 맛을 보는 건 필수다. 법성포 식당들은 대부분 굴비와 함께 한정식을 차려 내는 ‘굴비정식’을 한다. 시원한 녹차 물이나 구수한 된장국에 밥을 말고 마른 굴비 한 점을 얹어서 먹는 굴비정식은 두고두고 생각날 영광의 맛이다. 굴비구이를 먹었다면 매콤한 양념으로 자작하게 끓여내는 조기매운탕과 고사리 등 나물을 넣고 칼칼하게 끓이는 굴비조림도 별미다.
굴비만큼은 아니지만 모싯잎 송편도 유명하다. 친환경 모싯잎으로 만든 송편인데 크기가 보통 송편의 두 배가 넘어서 옛 농가에서는 ‘머슴 송편’으로 불렸다고 한다. 송편 속은 보통 동부를 통째로 넣어서 식감과 맛을 살리는 데 대중적인 입맛을 위해 설탕과 깨를 넣어서 만들기도 한다. 전통의 맛을 음미할 수 있는 영광의 디저트다.
/글·사진=정지효 기자 1018hyohyo@gmail.com
#전남 #영광 #법성포단오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