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사건파일] 선정산 대출이 뭐길래…780억 가로챈 루멘페이먼츠 대표 [넘버스]

자본시장 사건파일

서울중앙지법·서울고법 전경 /사진=박선우 기자

허위의 신용카드 매출채권을 담보로 온라인투자연계금융(P2P) 업체들로부터 780억원대의 선(先)정산 대출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는 김인환 전자지급결제대행사(PG) 루멘페이먼츠 대표의 사건이 서울고등법원으로 넘어갔다. 앞서 1심에서 징역 15년이 선고된 김 대표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검찰도 항소하면서 김 대표의 혐의는 2심에서 다시 판단하게 된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정경제범죄법상 사기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 대표에 대한 항소심이 이달 21일 서울고법에 접수됐다. 첫 공판기일은 아직 지정되지 않았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P2P 업체 크로스파이낸스의 대출금 상환이 지연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김 대표가 신용카드 매출채권을 담보로 크로스파이낸스로부터 720억원의 선정산 대출을 받았다가 이를 반환하지 않은 것이 발단이었다. 김 대표는 또 다른 업체에서도 선정산 대출 60억원을 받고 되돌려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크로스파이낸스 선정산 대출 구조 /사진=크로스파이낸스 홈페이지 캡처

선정산 대출은 다음과 같은 구조로 이뤄진다. 고객이 영업장에서 카드로 결제한 대금은 신용카드사, 신용카드사와 소상공인을 연결하는 PG사를 거쳐 정산된다. 이에 따라 당장 자금이 필요한 소상공인은 카드 매출채권(받을 돈)을 선정산 업체에 넘기고 선정산을 신청한다(1). 선정산 업체는 이 카드 매출채권을 P2P 업체에 넘긴 뒤 대출을 받아 소상공인에게 전달한다(2~5). 최종적으로 P2P 업체가 PG사로부터 정산금을 받는다(6).

그런데 김 대표가 운영하는 루멘페이먼츠가 P2P 업체에 정산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원래대로라면 이는 P2P 업체의 투자 상품에 투자한 이들에게 돌아가야 하는 돈이었다.

판결문에 따르면 김 대표는 신용카드사가 지급을 보장하는 소상공인의 신용카드 매출채권을 P2P 업체에 담보로 제공하면 선정산 대출을 쉽게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이용했다.

조사 결과 김 대표는 가짜 카드 매출채권을 담보로 P2P 업체에서 대출을 받아 생활비와 카드 대금 등으로 사용했다. 애초에 선정산해줄 소상공인도 존재하지 않았다. 이외에도 김 대표는 직원들에게 급여를 지급하지 않은 혐의 등도 받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해 8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지 않고 도주했다가 서울 영등포구의 은신처에서 붙잡혀 결국 구속됐다. 김 대표의 요청으로 가공의 신용카드 매출 자료를 만들 수 있도록 도운 A 씨도 사기방조 혐의로 재판에 회부됐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4부는 지난달 23일 김 대표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하고 추징금 408억원을 명령했다. A 씨에게는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사기 범행은 매우 치밀하고 계획적으로 이뤄졌고, 장기간에 걸쳐 반복됐다"며 "피해액만 약 783억원이라는 천문학적 금액"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가 회복되지 않았다"며 "다수의 선량한 투자자들이 경제적 피해뿐 아니라 정신적인 고통도 겪었을 것으로 보이며, 피해자들은 김 대표의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조금 더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가공거래 매출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김 대표의 범행이 장시간 지속되고 거래 규모도 확대돼 결국 투자자들이 실질적인 피해를 보게 된 데는 피해자들의 책임도 어느 정도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A 씨에 대해서는 "A 씨가 개발한 가공거래 PG 전산 시스템은 이 사건 범행의 필수적이고 핵심적인 요소였다"며 "A 씨는 김 대표가 시스템을 악용할 경우 자칫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예상할 수 있었다"고 판시했다.

이후 1심 판결에 대해 김 대표와 A 씨, 검찰 모두 항소했다.

박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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