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득 거수기” 비판에도… 금융지주 사외이사 70% 연임될 듯

이병훈 2023. 3. 12.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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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득 거수기'라는 비판을 받는 주요 금융지주의 사외이사 중 70% 이상이 재추천돼 주주총회에서 연임이 사실상 확정될 전망이다.

주총을 앞두고 금융당국이 사외이사의 독립성 강화와 금융 지배구조 개선을 촉구해 왔지만 기존 인사들이 대다수 직을 유지하며 내부 개선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KB금융지주는 사외이사로 추천된 6명 중 3명이 기존 인사다.

하나금융지주는 기존 사외이사 6명이 재추천됐고, 우리금융지주에서도 1명이 주총에서 사외이사 재선임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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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금융지주 23~24일 주총 예고
사외이사 후보 25명 중 18명 ‘현직’
평균보수 7523만원… 시급 20만원
2022년 부결 안건 ‘0’… 거수기 그쳐
ISS “경영진 감시?견제 목적 상실”
당국, 지배구조 개선 압박 거세질 듯
주주제안 상정 기업 2022년의 2배
주주가치 제고 활동 활성화 전망

‘고소득 거수기’라는 비판을 받는 주요 금융지주의 사외이사 중 70% 이상이 재추천돼 주주총회에서 연임이 사실상 확정될 전망이다. 주총을 앞두고 금융당국이 사외이사의 독립성 강화와 금융 지배구조 개선을 촉구해 왔지만 기존 인사들이 대다수 직을 유지하며 내부 개선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는 이달 23∼24일 일제히 주주총회를 열고 사외이사 선임 안건을 의결한다. 선임 후보에 오른 사외이사 25명 가운데 18명(72%)은 이미 현직 사외이사로, 주총 표결 결과에 따라 연임이 결정될 예정이다.
사진=연합뉴스
KB금융지주는 사외이사로 추천된 6명 중 3명이 기존 인사다. 신한금융지주는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된 8명 모두가 연임 대상이다. 하나금융지주는 기존 사외이사 6명이 재추천됐고, 우리금융지주에서도 1명이 주총에서 사외이사 재선임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그간 관례를 고려하면 주총에서 연임이 무산될 가능성은 작다. 금융지주 사외이사는 별다른 결격 사유가 없으면 상법 시행령으로 제한하고 있는 사외이사 임기 6년(KB금융은 법인 정관에 따라 5년)을 채워 왔다.

금융지주 사외이사는 높은 보수를 받으며 회사 안건에 100% 가까이 찬성하는 ‘거수기’ 역할에 그친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실제 지난해 4대 금융지주가 이사회에서 논의한 안건 총 128건 가운데 부결된 안건은 없었다. 반대 의견을 낸 것도 전체 4건에 그쳤다. 경영진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본래의 목적을 상실한 셈이다. 이들 4대 지주 사외이사 35명의 지난해 평균 보수는 7523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외이사 1년 근무시간이 400시간 안팎인 점을 고려하면 시급이 20만원에 육박한다.
당국 등도 이런 이사진의 독립성과 장기 임기에 문제의식을 드러내고 개선 의지를 표명한 바 있으나, 기존 인사 대부분이 연임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비판은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최근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는 최근 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의 사외이사 연임 후보의 선임에 반대할 것을 권고하기로 했다. 각 금융지주의 대형 사고와 관련해 법적 위험이 있는 임원에 대해 집단으로 대응하지 않고 넘어간 만큼, 유임의 자격이 없다는 주장이다.

당국은 사외이사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겠다고 천명한 상태다. 지난달 6일 금감원은 업무보고에서 금융지주 이사회의 독립성을 높이겠다며 감독 당국과 은행 이사회 간 직접적인 소통을 정례화하며, 은행 이사회 구성의 적정성, 이사회의 경영진 감시기능 작동 여부 등에 대해 면밀한 실태점검을 시행하겠다고 했었다. 금감원은 사외이사 평가체계 개선안이나 이사회 독립성·전문성·다양성 강화 방안을 예시 방안으로 제시했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당시 “경영진과의 친소 관계로 이사회에 장기 잔류하는 것은 문제”라며 “이사회 자체에서 임기를 어떤 식으로 본인들이 절제하신다거나 하는 것들을 자율과 규제방법으로 함께 진행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주총 때 주주제안을 안건으로 상정한 12월 결산법인 상장사는 지난 9일 기준 32개사로 지난해 같은 기간(16개사) 대비 2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행동주의 펀드와 소액주주가 회사에 요구사항을 관철하기 위한 움직임이 더욱 거세졌다는 의미다. 특히 최근 행동주의 펀드들이 주주제안을 주총 안건으로 상정하기 위해 법원의 힘을 빌려 성과를 내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올해 주총장에서는 배당금 증액 등 주주 가치를 높이기 위한 활동이 한층 활성화될 전망이다.

이병훈·이도형 기자 bho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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