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알짜 임차인’ 다이소 임차료 받는 건물주 정체는 ‘박정부 후계기업’

박정부 부부 빌딩 증여받은 13살 손자, 5개월 만에 설립 1개월 된 가족기업에 다시 증여
[사진=뉴시스]

최근 국세청이 서민과 밀접한 사업으로 수익을 올리는 기업 오너 일가의 도덕적 해이 행위에 칼을 빼든 가운데 ‘국민가게’ 다이소의 창업주이자 ‘천원의 신화’라는 수식어로 유명한 박정부 아성다이소 회장의 부동산 활용법이 새삼 화제다. 박 회장은 자녀 소유 기업 명의로 된 건물이나 빌딩에 다이소 매장을 입점시키는 방식으로 임대료 수익을 챙겨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이소 매장이 입점한 빌딩 중에는 박 회장 부부가 공동 명의로 가지고 있다가 2001년생 손주에게 증여, 다시 7개월 만에 가족 기업에 증여한 빌딩도 포함돼 있다.

통상적으로 유명 브랜드 직영 매장은 계약 기간이 길고 임대료 미지급 등의 사고 가능성이 적어 건물주 입장에선 ‘알짜 임차인’으로 평가된다. 집객효과도 뛰어나 부동산 시세 상승효과를 일으키는 경우도 적지 않다. 스타벅스가 입점하면 건물의 시세가 오르는 현상을 일컫는 ‘스타벅스 효과’가 대표적인 사례다. 박 회장은 최근 경영 일선 퇴진과 동시에 경영 승계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일부 지분을 증여하긴 했지만 여전히 증여하지 못한 재산도 상당한 편이다.

설립 직후 ‘박정부 부부’ 빌딩 증여 받은 ‘박정부 후계기업’…주요 임차인은 ‘다이소 직영점’

부동산업계, 금융·규제당국 등에 따르면 다이소 계열사인 에이치원동탄은 박 회장 자녀들이 지분을 소유한 ‘후계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대표이사는 박 회장의 사위인 김모 씨다. 부동산 매매, 임대업 및 관련 부대사업을 영위하고 있으며 실제로 경기도 일대에 다수의 부동산을 소유 중이다. 부동산은 ‘동탄신도시’로 불리는 경기도 화성시 반송동, 경기도 안성시 옥산동 등에 자리하고 있다.

▲ 박정부 다이소 회장. [사진=뉴시스]

이들 부동산 중 동탄신도시 번화가에 위치한 부동산은 1152.9㎡(약 348.7평)의 대지 위에 지하 4층, 지상 10층 구조로 지어진 빌딩이다. 빌딩 부지는 동탄신도시 개발이 한창 진행될 당시인 2004년 박 회장과 그의 아내인 이순옥 여사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공동 명의로 매입했다. 박 회장 부부는 매입한 부지 위에 빌딩을 지은 후 2014년 5월 빌딩을 손주인 김모 씨에게 증여했다. 당시 김모 씨의 나이는 만 13살(2001년생)에 불과했다.

그로부터 약 7개월 후인 같은해 12월 김모 씨는 빌딩을 에이치원동탄에 증여 형태로 넘겼다.김모 씨가 에이치원동탄에 해당 빌딩을 증여한 시점은 법인 설립일인 2014년 11월과 불과 한 달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에이치원동탄 자체가 재산 증여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기업일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빌딩은 동탄신도시 내에서도 최고의 입지 조건을 자랑하고 있다. 금융기관부터 프랜차이즈 제과점 등을 비롯해 다수의 병원도 입점해 있다. 특히 빌딩의 1, 2층에는 다이소 매장이 자리하고 있다.

또 다른 에이치원동탄 소유 부동산에도 다이소가 입점해 있다. 에이치원동탄은 지난 2016년 28억원을 주고 경기도 안성시 옥산동 소재 건물 한 채를 매입했다. 해당 건물은 3378㎡(약 1021.8평) 대지 위에 지상 3층 규모로 지어졌다. 1층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 공간엔 다이소 매장이 입점해 있다.

에이치원동탄은 임차인인 다이소로부터 매 년 적지 않은 임차료를 챙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1년 기준 에이치원동탄이 다이소 운영 법인인 아성다이소로부터 임대료 명목으로 받은 돈은 5억1800만원에 달했다. 직전 해인 2020년에도 5억1426만원을 임대료로 받았다. 이를 감안했을 때 에이치원동탄이 2018년 이후 지난해까지 다이소로부터 받은 임대료는 약 30억원 안팎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 편법 증여 관련 세무조사 내용을 브리핑하는 국세청 관계자의 모습.(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뉴시스]

부동산업계 및 세무당국 등에 따르면 기업 오너 일가가 부동산 증여 후 기업이 운영하는 매장을 입점 시켜 임대 수익을 벌게 해줄 경우 수증자 입장에선 증여세 부담에서 해방될 가능성이 높다. 증여세를 납부하더라도 곧장 기업 자금으로 보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기업이 직접 임대해 운영하는 매장은 계약 기간이 길고 임대료 미지급 등의 사고 가능성이 적기 때문에 이미 낸 증여세 이상의 수익도 올릴 수 있다. 부동산 시세 상승에 따른 자산증식 효과도 덤으로 누릴 수 있다.

세무당국 관계자는 “법인 매장이 들어선 오너 건물을 자녀 법인에 증여할 경우 자녀 입장에선 증여세 부담이 거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며 “특히 법인 증여이기 때문에 꾸준한 임대수익과 부동산 가치 상승 등으로 법인의 지분 가치도 오르기 마련인데 향후 해당 법인을 매각하게 된다면 추가로 현금 확보가 가능해 또 다른 재산의 증여세로도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오너 일가 법인 소유 부동산을 임차해 이익을 몰아주는 행위에 대한 일감몰아주기 지적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다이소 오너일가의 구체적인 부동산 거래 내역과 법인설립 시기 등을 따져봐야겠지만 자녀법인에게 고수익이 보장된 일감을 밀어주는 방식으로 재산증식 기회를 몰아줬을 경우 편법으로 부를 대물림하는 혐의로 볼 여지가 크다”며 “대기업집단 규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중견기업 집단에서의 부당지원행위를 유심히 들여다볼 계획이다”고 밝혔다.

오너 자녀기업 소유 부동산을 다이소가 임차해 임대소득을 챙겨주는 형태로 증여세 절세 효과를 누리고 있다는 지적과 더불어 일감몰아주기 논란 가능성에 대해 다이소 관계자는 “해당 내용은 사실과 다르기 때문에 별 다른 입장이 없다”고 짧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