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의 아버지" 한국 최초로 만들어졌던 스포츠카, 비주얼 보니...

국산 스포츠카의 역사
티뷰론·투스카니·제네시스 쿠페
자동차 기술의 집약체
사진 출처 = '현대차'

1990년 출시된 현대 스쿠프는 국내 최초 2도어 쿠페이자 국산 스포츠카 장르를 개척한 모델이다. 초기엔 미쓰비시 오리온 MPI 엔진을 얹었지만 1991년부터 현대가 독자 개발한 ‘알파 엔진(1.5L, 129마력)’을 장착하며 제로백 10초대 진입, 최고속도 180km/h 돌파 등 고성능 차로서 면모를 갖추기 시작했다. 대학생들의 로망이었던 스쿠프는 인기에 힘입어 한 달 만에 5,000대 계약을 기록했으며, 국산 터보차 최초 제로백 10초대 기록 등의 타이틀을 얻었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디자인과 고성능 엔진을 탑재한 스쿠프는 한국 자동차 역사상 최초의 스포츠 쿠페로 기록되며 수많은 청춘의 ‘드림카’로 자리 잡았다. 이후 등장한 티뷰론, 투스카니, 제네시스 쿠페는 ‘국산 스포츠카’라는 장르를 개척하고 진화시켜 나갔으며 이들은 오늘날 현대의 고성능 브랜드 ‘N’과 기아의 EV 퍼포먼스 라인업으로까지 그 유산을 이어주고 있다.

기술 자립의 시작
사진 출처 = '현대차'

스쿠프를 이은 티뷰론(Tiburon)은 1996년 아반떼 플랫폼 기반에 ‘베타 엔진(2.0L, 150마력)’을 얹고 스페인 오피스의 콘셉트카 조형미를 계승, ‘상어’를 뜻하는 이름답게 날렵한 스타일로 출시 초반부터 물량 부족 현상을 겪었다. 티뷰론은 미국의 대표적인 자동차 평가기관인 JD파워는 “티뷰론이 현대의 이미지를 바꿀 것”이라 평하며 국외서도 호평을 받았다.

이후 2001년 등장한 투스카니(Tuscani)는 직렬 4기통 베타 엔진과 2.7L V6 델타 엔진(엘리사) 버전으로 나뉘었으며, 후자 모델은 175마력, 25.0kgf·m 토크를 발휘했다. 세 차례의 세대교체로 현대 스포츠 쿠페 계보의 마지막 모델로 군림하고 애프터마켓과 모터스포츠 씬의 핵심이 되었다.

후륜 스포츠의 등장
사진 출처 = '현대차'

그리고 마침내 2008년, 현대는 후륜구동 기반의 제네시스 쿠페(1세대, 2008~2012)를 선보이며 진성 스포츠카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2.0L 세타 TCI 엔진(210마력)부터 3.8L 람다 V6 MPI(303마력)까지 다양한 출력 버전을 준비했고 후에 터보 GDi 엔진(350마력/제로백 5.9초)을 장착하며 국산차 최초로 제로백 6초대 돌파라는 업적을 달성했다. 55:45 앞뒤 무게배분, 브렘보 브레이크 등 하드웨어에 대한 집요한 설계와 테스트는 국내 후륜 스포츠 쿠페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한편, 기아는 엘란(Elan, 1996)을 럭셔리 수제 스포츠카로, 쌍용은 칼리스타(Callista, 1992~1995)를 오픈카 기반 슈퍼 경량 모델로 내놓았지만 높은 가격과 한정된 수요로 아쉽게 장기 생존에 실패했다. 또한, 어울림모터스의 스피라(Spira, 2010~2017)는 국내 최초 수제 스포츠카로 등장했으나 당시 한 세대 이전의 엔진이었던 현대자동차의 2.7L 델타 V6 엔진을 사용했고 마감 품질 등의 문제로 기대만큼 성과를 이루진 못했다.

고성능 브랜드 체계 정립
사진 출처 = '현대차'

하지만 이처럼 다채롭고 노력 가득한 시도의 뿌리 위에서 현대와 기아는 다시 활력을 찾는다. 현대 고성능 브랜드 ‘N’ 출범 이후 아반떼 N, 벨로스터 N, i30 N 등 고성능 해치백 및 세단이 출시됐으며 아이오닉5 N 전기 스포츠카 또한 등장했다. 기아도 EV6 GT(585마력, 제로백 3.5초)가 스팅어의 DNA를 계승해 내연기관에서 전기차 기반 고성능 시대로 완전한 전환을 이루려는 의지를 드러냈다.

내연기관 기반 스포츠카라는 장르가 전기차로 넘어가며 그 정신은 고성능 전기차로 계승되고 있다. EV6 GT와 아이오닉5 N은 이미 기존 내연 스포츠카 수준을 뛰어넘는 가속력과 조작성을 보여주며 향후 모터스포츠 플랫폼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을 지닐 것으로 기대된다.

스쿠프에서 시작된 국산 스포츠카의 여정은 티뷰론, 투스카니, 제네시스 쿠페로 이어지며, 그 노력은 현대의 N 브랜드와 기아의 전동화 전략 속에서 새로운 활력을 얻고 있다. 내연기관의 시대는 서서히 저물지만 그 DNA만큼은 미래로 연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