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인의 직격 야구] WBC 술판 3인방이 발령한 프로야구 금주령

권정식 2023. 6. 5.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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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회장 김현수(LC). WBC 야구대표팀 음주파문과 관련 파장이 커지자 김현수가 협회장 명의로 사과문을 언론을 통해 발표했다.

술 얘기가 나왔다 하면 야구팬들 사이에서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는 전설같은 일화가 있다. 고려대 81학번 동기인 선동열(전 삼성-KIA 감독)과 정삼흠(전 LG 코치)의 음주 투구 맞대결이 그것이다.

1987년 9월 1일 잠실 해태전에서 김건우의 호투로 4대2 승리를 따낸 MBC 청룡(LG 트윈스의 전신)은 후기리그 2위로 올라섰다(당시는 전-후기리그 1,2위팀이 플레이오프 진출). 다음날인 2일 해태 선발은 당대 최고 에이스인 선동열.

MBC는 2일 해태전도 이기면 2위를 굳혀 플레이오프 진출의 유리한 고지에 다가선다고 보고 기이한 전략을 짰다. 선발 맞대결을 펼치는 정삼흠에게 저녁 식사를 핑계로 '친구' 선동열을 불러내 술을 왕창 먹여 다음날 컨디션을 망가뜨리라는 지시를 내린 것(지시의 주체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음). 정삼흠은 식사후 선동열과 2차, 3차를 하며 계획대로 새벽까지 취하게 만드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다음날 결과는 MBC 구단 관계자들을 크게 실망시켰다. 선동열은 9회까지 단 3개의 안타를 맞으며 무실점으로 완투한 반면 정삼흠은 7이닝 5실점으로 무너져 결과는 선동열의 5대0 완봉승이었다. '말술' 선동열의 음주 투구 신화가 이때 만들어졌다.

198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경기후 양팀 선수들이 어울려 술을 마시는 일은 흔했다. 필자가 직접 목격한 사실이다. 1987년 여름 어느날 MBC-청보 잠실 경기가 끝나고 선수들이 헤어지는데 청보의 A선수가 MBC의 B선수에게 "야, oo야. 7시에 이태원 oo 술집에서 만나자!" "그래 알았어. 샤워하고 바로 갈게~" 이 대화는 야구장 출입구에 있던 팬들도 다 들었다. 팬들에게도 들릴 정도로 큰 소리로 약속한 걸 보면 당시는 경기후 음주가 다반사였다는 것을 잘 말해준다.

1986년 필자는 스포츠서울 야구기자로 청보 핀토스를 담당했다. 9월 어느날 오후 2시 경기를 앞두고 선수단 미팅이 있었는데, 한 선수가 지각했다. 5분 뒤 가까스로 합류한 외야수 K의 차림은 꼴불견이었다. 모자 챙은 옆으로 돌아갔고 입에서는 술냄새가 풀풀 났으며 신발 한짝은 스파이크, 한짝은 운동화였다. 불같이 화를 낸 강태정 감독은 주전이었던 K를 선발 오더에서 제외했음은 물론, 바로 2군으로 내려보냈다.

위의 대표적인 음주 사례를 보면 프로야구 선수 대부분은 1982년 출범후 일상적으로 술을 마셨다. 스트레스를 날리는 데는 알코올이 제격이기 때문이다. 요즘에야 'FA(자유계약선수) 계약' 때 50억원 이상을 받는 게 드물지 않으므로 선수들이 성적을 잘 내기위해 술을 멀리하는 편이다. 하지만 늘 긴장과 피로에 젖은 선수들이 기분전환하는데는 술이 여전히 좋은 파트너다. 9회말 2사 만루에서 밀어내기 4구로 끝내기 패를 당한 투수, 어이없는 실책으로 상대팀에게 승리를 헌납한 야수에게는 어쩌면 술이 '필요악'이다. 밤새 분노로 속이 끓느니, 적당한 음주로 화를 가라 앉히는게 '전화위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30일 모 유튜브 채널의 보도로 불거진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회 기간중 술판 사고는 크게 문제될게 없는 일반적인 음주 행태로 볼 수 있다. 정철원(두산)의 해명대로 '스낵바(일종의 선술집)'에서 김밥, 수제비, 떡볶이에 간단히 반주를 곁들였다면 비난거리도 안된다.

하지만 태극마크를 단 국가대표로서 대회 기간중 술자리를 가졌다는 게 문제였다. 만약 4강에라도 진출했다면 "그럴수 있지, 뭐~"라고 가볍게 넘어갈 수도 있었다. 그러나 세계 10위 호주에게 져 한국이 1라운드 탈락한 '도쿄 참사'의 악몽이 되살아나 야구인과 팬들에게 미운털이 단단히 박혀 버렸다.

또 KBO의 면밀한 조사후 있을 징계도 피하기 어렵게 됐다. 35세의 김광현(SSG)은 지난 3월 WBC 대회후 태극마크를 반납했지만 24세의 정철원은 국가대표 복귀가 매우 힘들게 됐다.

당분간 프로야구 선수들은 '술과의 전쟁'을 벌일 것이다. 술을 좋아하던 선수들이 어떻게 금주를 단행할지도 궁금해진다. 완전히 술을 끊을지, 집이나 원정 숙소에서 몰래 마실지, 혹은 단골 술집에서 은밀한 행태로 이어질지도 알 수 없다.

하여간 'WBC 음주 파동'은 3인의 해당 선수에게는 치명적인 명예 손상이 됐지만 전체적으로 술의 폐해를 알린 건 매우 긍정적인 요소다.

*KBO는 3인의 음주 행태에 대해 철저한 조사를 약속했지만 수사권이 없는 KBO가 어떻게 철저한 조사를 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언뜻 생각난 것은, 직원을 도쿄로 파견해 아카사카 스낵바 주문 내역을 살펴야 하지 않을까. 경찰의 협조로 카드사를 통해 3인의 결제 내역을 알아보는 것도 '철저한 조사'의 한 방법이 될 것으로 보인다. 본지 객원기자

김수인 객원기자

 

스포츠한국 권정식 jskwon@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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