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이사 가자는 말을 꺼냈길래.." 이유를 듣고 고개를 끄덕인 날

삼십 년 넘게 산 집을 떠나자는 말은 쉽게 나오지 않습니다. 남편은 그 말을 듣자마자 반사적으로 왜 그러느냐고 되물었다고 합니다.그런데 아내가 말한 이유는 짐작과 전혀 달랐습니다. 그날의 이야기입니다.

저녁 설거지를 마치고 나온 말

아내는 평소처럼 부엌을 정리하다가 조용히 운을 뗐습니다. 이 집을 정리하고 조금 작은 곳으로 가면 어떻겠냐는 말이었습니다. 남편은 처음에 돈 문제인가 싶어 통장 이야기부터 꺼냈습니다. 아내는 그건 아니라며 고개를 저었습니다. 그러고는 며칠만 생각해 보고 다시 이야기하자고 했습니다.

며칠 뒤 아내가 꺼낸 진짜 이유

아내는 이 집이 너무 넓어졌다고 말했습니다. 아이들 방 두 개는 몇 년째 문을 닫아 둔 채였고 청소만 해도 하루가 갔습니다. 계단을 오르내리는 일도 예전 같지 않다고 했습니다. 무엇보다 남편이 은퇴한 뒤로 두 사람이 서로 다른 층에 떨어져 지내는 시간이 길어졌다는 것이었습니다. 좁아도 같은 공간에서 지내는 편이 낫겠다는 말에 남편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함께 짐을 정리하던 날들

두 사람은 봄부터 천천히 물건을 줄여 나갔습니다. 버릴지 말지를 두고 실랑이도 몇 번 있었습니다. 그러다 오래된 사진첩이 나오면 한참씩 앉아서 들여다보곤 했습니다. 정리를 하는 동안 대화가 부쩍 늘었다고 합니다. 이사보다 그 과정이 더 좋았다는 말을 남편이 나중에 했습니다.

집의 크기는 사는 사람 수에 맞추는 것이 편하다고들 합니다. 다만 무엇이 맞는지는 각자 사정에 따라 다르므로 정답이 있는 문제는 아닙니다.중요한 것은 한쪽이 말을 꺼냈을 때 이유부터 끝까지 들어보는 일입니다. 그 안에 오래 쌓인 마음이 담겨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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