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D현대가 과거 숙련공의 경험에 의존하던 방식에서 탈피해 데이터 기반의 실시간 의사결정 체계로 전환하고 있다. 하드웨어에 소프트웨어를 더하는 정기선 HD현대 회장의 디지털혁신은 단순한 공정 개선을 넘어 조선업을 첨단기술 산업으로 재정의하고 있다.
2030년 ‘지능형 자율운영 조선소’ 비전
HD현대의 디지털전환은 제조공정 혁신과 제품 고도화로 이뤄지고 있다. 디지털 제조혁신은 'FOS(Future of Shipyard·스마트조선소)'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이는 공정자동화를 뛰어넘어 가상과 현실을 완벽하게 동기화해 생산성을 극대화하려는 장기 로드맵이다. 목표는 2030년까지 생산성 30% 향상, 공기(리드타임) 30% 단축이다.
현재 HD현대는 FOS 1단계인 ‘눈에 보이는 조선소’ 구축을 완료했다. 트윈포스 기술로 가상공간에 현실의 조선소를 3D모델로 구현하고 야드의 모든 상황을 디지털데이터로 시각화했다. 이에 따라 작업자가 건조공정의 상황과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 대기시간 절감, 중복업무 감소 등 업무효율성이 크게 높아졌다.
다음으로는 올해 FOS 2단계인 ‘연결-예측 최적화된 조선소’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조선소 운영의 모든 과정을 실시간으로 연결하고 인공지능(AI)과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해 최적의 운용 조건을 도출하는 것이 목표다.
2030년 완성이 목표인 3단계 ‘지능형 자율운영 조선소’는 스마트조선소의 최종 비전이다. 이 단계에서는 조선소 전체가 AI와 로봇 기술을 바탕으로 스스로 의사결정을 내리고 움직이는 유기체처럼 운영되는 것을 지향한다.
현재 HD현대그룹의 AI를 접목한 로봇자동화 기술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톱티어로 평가된다. HD현대삼호는 2022년 자동화혁신센터를 설립하며 생산기술 관련 조직을 통합해 조선업에 로봇자동화를 접목하는 연구를 진행해왔다. HD현대중공업 또한 2025년 12월 HD현대로보틱스와 로봇·비전·AI 기반 자동화 기술을 공동개발하기 위한 계약을 체결한 뒤 스마트조선소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바다 위 자율주행, ‘오션모빌리티’ 선도
배를 만드는 곳이 FOS라면 건조된 배를 움직이는 두뇌는 사내벤처 1호이자 자율운항 전문 자회사인 아비커스가 맡는다. AI 기반의 자율운항 기술은 이미 상용 단계에 진입했다. 2022년 대형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프리즘커리지호는 아비커스가 개발한 2단계 자율운항 시스템인 '하이나스(HiNAS) 2.0'을 탑재하고 태평양을 건넜다. 총운항거리의 절반인 약 1만㎞를 사람의 개입 없이 AI가 주도했으며, 이는 세계 최초의 대형선박 대양 횡단 자율운항 성공 사례가 됐다.
아비커스의 하이나스는 각종 항해장비 및 센서에서 제공된 정보를 융합해 선박이 최적 항로와 속도로 운항할 수 있도록 안내·제어하는 AI 기반의 자율항해 시스템이다. 자동차의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기술이 바다로 옮겨온 셈이다.
아비커스는 선박의 이·접안 지원 시스템인 '하이바스(HiBAS)'도 개발했다. 이는 자동차의 서라운드뷰처럼 선박의 주변 상황을 한눈에 보여주고 거리를 표시해 사람이 직접 운항하기 까다로운 항구 등에서 안전하게 접안할 수 있도록 돕는 핵심 기술이다.
하이나스는 인지와 판단을 넘어 제어기능까지 가능한 자율운항 시스템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그 결과 아비커스는 이달 15일 HMM이 운영하는 선박 40척에 하이나스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단일 공급 계약으로는 역대 최대로 이에 따라 아비커스는 총 350여척(개조선박 기준 100척 이상)의 대형선박에 하이나스를 공급·적용하게 됐다.
HD현대 관계자는 “자율운항 기술은 향후 조선업과 해운업의 게임체인저 역할을 할 핵심 기술”이라며 “그룹사의 역량을 모아 차세대 자율운항선박 기술을 선도하고 표준을 선점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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