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가지 논란에 휩싸인 종로 포장마차와 광장시장

지난 11월 20일, 유튜브 웹 좌측 상단에 나타난 길거리 음식 로고를 발견하셨나요? 해당 로고를 클릭하면 '거리에서 만나는 현지의 맛'이라는 제목의 콘텐츠 목록에 접속할 수 있었는데요. 하루간 노출된 해당 목록에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여러 나라의 길거리 음식을 소개하는 영상들이 포함됐습니다.
유튜브 기준 올해 1월부터 지난달 6일까지 길거리 음식과 관련된 유튜브 영상의 총 조회수는 무려 800억회를 넘긴 것으로 집계됐는데요. 김밥과 떡볶이, 핫도그 등 한국의 정겨운 길거리 음식은 전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이에 다양한 먹거리가 넘쳐나는 광장시장, 종로 포장마차, 명동 등은 국내외 관광객들 사이에서 필수 관광 코스로 꼽히곤 합니다. 인기 있는 베이커리와 카페도 많아 MZ세대의 인증샷 성지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최근 잇따라 '바가지 논란'이 터지며 소비자들의 원성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과연 음식 가격과 위생은 어느 수준일지 함께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석화 일곱 점에 2만원...심한 악취

지난 11월 22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종로 포장마차 실태'라는 제목의 글이 화제가 되었습니다. 작성자 A씨는 최근 종로3가역 인근 포차거리를 방문했다면서 "그중 한 포차에 들어가서 충격을 받았다"고 했는데요.
당시 한 포장마차에서 2만원어치 석화를 주문했지만, 나온 것은 초장과 고추, 마늘이 올라간 석화 7개가 전부였다고 합니다. 그는 "석화 한 개당 3,000원 꼴"이라며 "해산물을 좋아해 자주 먹는데 이런 가격은 처음"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A씨는 해당 가게의 위생상태와 접객 태도에 대해서도 불만을 토로했는데요. 그는 "석화를 꺼낼 때부터 지켜봤는데 처음 들어온 그대로 포장을 뜯고 양념을 올린 후 바로 테이블로 가져왔다"며 "세척을 하지 않았으며 바닷물 그 상태의 맛"이라고 했습니다.

A씨는 또한 “재료를 보관하는 곳에서 나는 악취가 너무 역했다”며 “상한 것을 넘어 썩는 냄새가 진동했다. 도저히 앉아 있을 수가 없어 석화 3점쯤 먹고 계산하고 나왔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이곳은 당연히 카드 계산이 안 된다”며 “보통 카드가 안 되면 계좌번호를 써놓거나 ‘죄송하다’는 문구를 적어놓는데 이 가게는 ‘카드 결제는 안돼요’라고 아주 당당하게 써놨다”고 했습니다.
이에 누리꾼들은 "원래 포장마차는 괜찮은 가격과 편한 분위기 때문에 가는 건데...", "요새 안주 두 개 이상 안 시키면 테이블에 못 앉게 하고 양도 적어졌다", "아무리 파는 사람 마음이라지만 물가가 너무 올랐다", "카드 안 받는 거 불법 아니냐", "요새 핫플되니까 초심 잃고 바가지 씌우는 듯"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영업정지' 당할 수준의 15,000원 모둠전

앞서 서울 광장시장에서도 외국인을 대상으로 과도한 요금을 받은 전집이 비판을 받은 바 있습니다. 유튜브 채널 '희철리즘'을 운영하는 유튜버가 베트남에서 온 지인 2명과 광장시장을 찾았습니다.
유튜버 일행이 1만 5000원짜리 모둠전을 주문하자 상인은 "3명이서 양이 적어서 못 먹는다"며 더 시킬 것을 권유했는데요. 이에 일행은 '일단 먹어보고 더 시키겠다'고 했지만 상인은 "2명이 와서 먹는 양이라 얼마 안된다"라며 재차 추가 주문을 유도했습니다.
이내 전을 담은 접시를 주면서도 "양이 조금밖에 안돼서 추가로 시켜야 하는 거야"라고 말했는데요. 눈살이 찌푸려질 만한 상황에서도 일행은 유쾌한 분위기를 이어갔으나, 1만5000원 짜리 모둠전의 실체를 마주하자 일제히 경악했습니다. 양이 적은 것도 모자라, 부실한 재료로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모둠전은 맛살, 햄, 애호박 등의 재료로 만들어졌으며, 양도 10개가 조금 넘었습니다. 해당 영상을 본 누리꾼들은 "왜 저렇게 양이 적냐", "말도 안된다", "재료값 3,000원도 안나올듯", "전통시장 이미지 깎아 먹네" 등의 반응을 이어갔고, 논란이 커지자 지난 11월 24일, 광장시장 상인회는 해당 전집에 영업정지 10일 처분을 내렸습니다.
광장시장 내 다른 가게들 살펴보니

광장시장 내 대부분의 가게는 모듬전을 1만 5000원에 판매하고 있었는데요. 점검 결과 양은 바가지 논란에 휩싸인 전집과 확연한 차이를 보였습니다.
6~7가지 종류의 전이 나왔고, 조각으로는 20여개 정도 되었는데요. 사람에 따라 식사로는 부족할 수 있겠지만 2~3명이 요기하기엔 적당한 양이었습니다.
하지만 전통시장치고는 여전히 비싼 데다 가격대비 양이 부족하다는 시민들의 의견이 있었는데요. 한 시민은 "예전엔 참치김밥에 참치를 듬뿍 올려줬는데 양이 많이 줄었더라"면서 "전통시장은 저렴한 돈으로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곳이라 생각했는데 아쉬웠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몇몇 가게는 현금 계산이나 계좌 이체를 유도하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광장시장 상인연합회에 따르면 광장시장 내 모든 가게는 카드 결제가 가능합니다. 일부 가게가 자체적으로 현금을 요청하고 있었는데, 이 부분은 개선이 필요해 보입니다.
물가 상승으로 원재료 값도 많이 오르긴 했지만, 올해 들어 바가지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바가지 온상'이라 여겨지는 관광지나 축제 행사장은 물론 소비자들이 자주 이용하는 시장에서도 피해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데요.

인천 소래포구의 '꽃게 바가지', 경북 전통시장의 '옛날과자 바가지', 지역 축제의 '4만원 통돼지 바비큐 바가지', 여수의 '낭만포차 바가지'등 셀 수 없을 정도입니다. 이러한 행위는 결국 상권을 죽이는 악영향을 가져옵니다.
한국 음식이 전세계적으로 사랑 받고 있는 지금, 합리적인 가격에 모두가 정겨운 음식을 맛볼 수 있도록 조치가 필요해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