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심쌀심] 청소년 건강·바른 식습관 지키는 ‘마중물’…아침 쌀 간편식 제공

하지혜 기자 2024. 10. 25.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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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심쌀심] (10)·끝 ‘아침 간편식 지원사업’
전남교육청, 초·중·고 107곳서
주먹밥·죽·떡 등 쌀가공품 제공
학생·학부모·교직원 다수 만족
전북·충북·경북교육청도 동참
예산·인력 지원해야 지속 가능
전남 강진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아침 간편식 지원사업’으로 제공하는 꼬마김밥 등 쌀 간편식을 먹고 있다.

최근 전국 곳곳에서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아침 간편식 지원사업’ 바람이 불고 있다. 사업에 참여한 학교들이 아침시간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간편식에는 쌀 가공식품이 빠지지 않는다. 급식 준비의 번거로움을 줄이기 위해 간편식을 지급하는 대신 쌀로 만든 먹거리를 활용해 학생들의 건강한 식습관 형성을 돕는 것이다. 이같은 사업은 쌀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미래 쌀 소비세대를 확보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요한 쌀 소비 활로로 부상했다.

쌀 가공식품, 아침 간편식으로 인기=전남도교육청은 지난해 시범사업으로 시작한 아침 간편식 지원사업을 올해 본격적으로 운영하며 안착 단계를 밟아가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한학기 동안 사업을 시행한 후 설문조사를 한 결과 학생 89%, 학부모 92%, 교직원 84%가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교육청은 이같은 호응을 바탕으로 사업 예산을 지난해 10억5000만원에서 올해 18억9000만원으로 증액했다. 사업 대상도 초·중·고등학교 61곳의 학생 5000여명에서 107곳, 8500여명으로 늘렸다.

학생 1인당 지원단가는 3000원이다. 학교에서 메뉴를 정하지만, 교육청은 전남 인터넷 쇼핑몰 ‘남도장터’에서 판매하는 지역농산물 제품 활용을 권장한다. 남도장터에선 쌀로 만든 빵과 떡·죽·누룽지·한과 등 다양한 쌀 가공식품을 판매한다. 실제로 많은 학교들이 이런 쌀 가공식품을 아침 간편식으로 활용한다.

전남 무안 남악초등학교의 한 교사는 “지역에서 생산한 쌀로 만든 식품을 아침 간편식으로 제공한다”며 “쌀 간편식은 영양이 높아 학생들의 건강 증진과 올바른 식습관 형성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교육청은 쌀 가공식품 활용을 확대하고자 7월 전남농협본부와 ‘쌀 소비 촉진을 위한 아침밥 먹기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두 기관이 함께 쌀을 활용한 간편식 메뉴를 개발하고 학교에 사용할 것을 권장해 지역 쌀 소비 확대와 쌀 가공산업 육성, 농가 경영 지원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김경신 전남도교육청 정책기획과 주무관은 “아침 간편식으로 쌀 가공식품을 선호하는 학교가 많은데 특히 중학교에선 떡이 인기 있다”면서 “내년부턴 지역 쌀을 활용하면서 학생들이 먹기 좋고 영양가도 있는 쌀 가공식품을 학교에 안내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아침 간편식 지원사업은 전국 곳곳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전북도교육청은 3월 중학교 15곳, 충북도교육청은 6월 초·중·고등학교 9곳을 대상으로 시범사업 운영에 들어갔다. 경북도교육청은 경산지역 초·중학교 각 2곳을 공모해 10∼12월 시범사업을 시행하며, 주먹밥·죽·떡 등 곡물 위주의 간편식을 제공한다. 경기 안성시도 최근 중·고등학교 학생 1200명을 대상으로 지역농산물을 활용한 아침 간편식 지원에 나섰다.

전남도교육청은 올 7월 전남농협과 ‘쌀 소비 촉진을 위한 아침밥 먹기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전남도교육청·전남도강진교육지원청

예산·인력 지원 등 사업 확대 열쇠=쌀 소비 촉진을 위해 아침 간편식 지원사업을 추진한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19년 9∼11월 강원·전남·인천 지역 8개 초등학교의 학생 2230명을 대상으로 ‘아침 간편식 지원 시범사업’을 시행했다. 학생들의 아침식사 결식률 증가 추세를 완화하고 쌀 간편식을 아침밥으로 먹는 문화를 확산해 쌀 소비를 늘린다는 취지였다. 국산 쌀로 만든 주먹밥·시리얼·떡 등을 주 2∼3회 제공해 나름 호응을 얻었지만 급식 관계자와 교직원의 반발 등으로 시범사업 첫해 이후 더 추진하지 못했다. 서울시의 ‘굿모닝 아침밥 클럽’(2009년), 경기도의 ‘우리 아이 아침 간편식 지원’(2018년) 사업도 단기 운영에 그쳤다.

청소년을 위한 아침 급식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제기돼왔다. 하지만 수요자들의 만족도가 높은 반면 예산과 급식 인력 부담, 위생·안전 관리 등의 이유로 반대하는 의견이 걸림돌이었다. 최근 아침 간편식 지원사업을 시행한 교육청들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교 지원에 신경 쓰고 있다.

전남도교육청의 경우 업무 부담 등과 관련해 교직원들과 충분한 협의를 거친 후 사업을 신청하도록 권장한다. 또 배식 등을 담당하는 자원봉사자 1∼2명의 인건비를 1시간당 1만2000원씩 1일 최대 2시간 지급한다. 위생·안전 관리와 관련해선 냉동고 구입비 등을 지원한다. 김 주무관은 “지난해 시범사업 후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교직원의 74%가 사업 인력 지원이 업무 경감에 도움이 됐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아침 간편식 지원사업은 쌀 가공식품을 비롯한 지역농산물 제품의 소비 확대뿐 아니라 청소년 건강 증진과도 연결된 사안이지만 현재 지역 단위 외에는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다. 과거 20대 국회에서 지방자치단체가 초·중·고등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아침 간편식 제공사업을 할 수 있도록 국가가 재정·행정적으로 지원하는 내용의 ‘식생활교육지원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사업에 참여한 학교들은 대부분 예산과 인력 지원이 뒷받침돼야 사업을 더 키우고 안정적으로 시행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전남도교육청의 경우 지난해 전국 최초로 제정한 ‘아침 간편식 지원 조례’를 통해 예산 지원 등 사업을 지속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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