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엔터의 '꿈'…"원피스 같은 글로벌 IP 만들것"

김동훈 2024. 10. 3.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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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게임쇼 첫 참가…"웹툰 기반 게임시장 가능성"
오리지널 작품만 1만5000개…"하나씩 보여주겠다"

[도쿄=김동훈 기자]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오리지널 IP(지식재산권)는 1만5000개가 넘어요. 이 가운데 일본 '원피스'나 미국 디즈니의 '마블' 같은 글로벌 IP를 하나라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도쿄 게임쇼 첫 참가…"웹툰 기반 게임시장 가능성 봤다"

황재헌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스토리 IP 사업 치프 매니저는 지난달 26일 개막한 도쿄 게임쇼(Tokyo Game Show)에서 비즈워치와 만나 "이번 행사에서 저희 IP에 관심 있는 게임사를 만나 주머니에서 하나씩 꺼내 보여드리려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카카오엔터는 세계 3대 게임쇼로 불리는 도쿄 게임쇼에 올해 처음 B2B(기업간거래) 부스를 열었다. 황 매니저는 "도쿄 게임쇼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열리지 않았는데, 올해는 역대 최대 규모로 열릴 것으로 예상됐다"며 "무엇보다 '나 혼자만 레벨업:어라이즈'(나혼렙)에 이어 '템빨'이란 작품의 게임화 계약이 진행되면서 웹툰 기반 게임 시장의 가능성을 봤기 때문에 도쿄 게임쇼 참가에 나서게 됐다"고 했다. 

'웹툰의 게임화'는 성공적이었다. 전세계 143억뷰를 기록한 카카오엔터의 웹툰 '나혼렙'은 지난 5월 넷마블이 게임으로 제작해 출시 당일 국내 애플 앱스토어 1위를 달성하고,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선 출시 5일만에 정상에 올랐다. 지난 8월 론칭된 웹툰 '나 혼자만 레벨업 : 라그나로크' 또한 하루만에 조회수 200만회를 돌파했다. 웹툰과 웹소설 합산기준 국내 13억 조회수를 기록한 템빨 IP를 기반으로 진행되는 신규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프로젝트T'는 최근 국내 1위 게임사 넥슨과의 국내외 퍼블리싱 계약이 발표된 바 있다.

황 매니저는 "그동안 카카오엔터의 IP 확장은 '선재업고 튀어' 등 드라마에 치중됐는데, 일본은 드라마보단 애니메이션이 시장의 정점에 있다"며 "일본 만화 시장은 소년점프(만화 출판사 슈에이샤의 주간만화잡지로 슬램덩크, 드래곤볼 등이 연재됐다)에서 연재된 작품이 출판된 뒤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고 다양한 MD(상품)가 엄청나게 팔리는 선순환이 이뤄지는데 나혼렙과 템빨이 최초의 그러한 사례가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나혼렙' IP 기반의 게임./그래픽=카카오엔터테인먼트 제공

다양한 현지 파트너 만들어 글로벌 IP로 확장

카카오엔터는 이번 게임쇼 참가를 계기로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계 3대 게임 시장으로 불리는 일본에서 자사 IP를 게임, 드라마뿐 아니라 다양한 상품으로도 확장하려는 구상이다. 황 매니저는 "일본 앱스토어에 들어가보니, 국내에서 서비스하지 않은 게임인데 수준이 높고 재밌는 작품이 많더라"며 "일본의 다양한 분야 중소·중견 우수 개발사를 만나 IP를 확장해보려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본은 한국과 확연히 다른 게 있는데, '덕질'(일본어 '오타쿠'의 변형·좋아하는 대상에 심각하게 빠져드는 행동, 이런 행동을 하는 집단을 팬덤이라고 부른다)이 일상화한 곳이고, 이에 따라 시장 규모와 구매력도 훨씬 크다"며 "그런 부분을 배우고 팬 관리를 어떻게 하는지도 알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카카오엔터 웹툰 '마법소녀 이세계아이돌' 기반의 상품은 올해초 출시 한달만에 40억원 이상 팔렸는데, 이같은 상품화를 덕질의 본고장 일본에서 스케일업하고 싶다는 것이다. '이세계아이돌'은 스트리머 '우왁굳'의 기획으로 제작된 버추얼 걸그룹이다. 음원이 카카오엔터의 뮤직 플랫폼 멜론에서 주간 인기상 1위를 기록할 정도로 현실 세계에서 흥행한 바 있다. 특이 사항은 관련 웹툰이 이 아이돌의 데뷔 이후 나왔다는 점이다.

황재헌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스토리 IP 사업 치프 매니저가 '도쿄 게임쇼 2024' 전시장 인근 카페에서 비즈워치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사진=김동훈 기자

웹툰 IP는 온라인에서 빠르게 확인되는 인기를 기반으로 드라마·영화·게임 등 다른 상품으로 구현되는 특장점을 보이는데, 역으로 다른 상품이 웹툰으로 제작되는 경우도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다. 카카오엔터가 보유한 모든 IP의 확장이 성공할 수는 없으므로, 다양한 방향을 도모하는 것이다.

황 매니저는 "넷마블이 나혼렙을 게임화했을 때 웹툰을 몰랐던 게임팬들이 웹툰을 알게 되는 효과가 있었는데, 이처럼 IP는 사업이 전개됐을 때가 훨씬 더 중요하다"며 "작품의 시즌이 1·2·3으로 확장되고 실사화도 진행되는 등 IP 확장이 수년간 쌓이면 일본 원피스나 미국 마블 같은 전세계에서 통하는 글로벌 IP가 탄생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카카오엔터는 이번 도쿄게임쇼에 참가하기 전에 기존 파트너사 '카도카와'를 비롯해 10곳 이상의 현지 기업과 미팅을 계획했다고 한다. 카카오엔터 IP '외과의사 엘리제'의 애니메이션이 카도카와와 협력한 작품이다. 카도카와는 '너의 이름은', '신세기 에반게리온' 등 인기 애니메이션 출판물로 유명한 일본 종합 콘텐츠 기업으로, 게임 사업도 하고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웹툰 작품들./그래픽=카카오엔터테인먼트 제공

'덕질'하는 일본서 '팬덤'으로 승부…"진심은 통한다"

그렇다면 이번엔 어떤 IP가 일본 기업들의 마음을 사로잡을까. 황 매니저는 "나혼렙, 템빨, 남편을 내편으로 만드는 방법 등 웹툰 플랫폼 '픽코마'에서 인기 있는 작품은 판타지, 로맨스 장르"라며 "그러나 게임을 만드는 입장에선 캐릭터의 숫자와 형태, 능력치 등을 고려해 어떤 장르가 적합한지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예를 들어 '샬롯에게는 다섯 명의 제자가 있다'라는 웹툰은 대마법사 여자 주인공과 꽃미남 주인공이 5명이 존재하는 등 일본 현지에서 IP 확장에 용이한 '판'이 깔려있다는 점에서 적극적으로 세일즈에 나설 계획이다. 이런 장르는 팬덤의 '덕질'이 용이한 구조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황 매니저는 "글로벌에서도 통하는 팬덤 시장을 공략하려고 한다"며 "'김비서가 왜 그럴까', '사내맞선'과 같은 작품은 웹툰에 대한 팬덤이 있고 재미도 있는데 캐릭터의 얼굴을 탐미하고 대사를 음미하며 상품도 사는 등의 덕질까진 하지 않는다. 팬덤 시장 공략을 위해 저희가 만든 콘텐츠를 활용하는 방안뿐 아니라 일본에서 만들어진 것을 가져오는 방식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관점에서 한류스타를 활용할 수 있는 'K-팝'은 일본 팬덤 시장을 공략할 수단 중 하나다. 카카오엔터는 SM엔터테인먼트·이담엔터테인먼트·스타쉽엔터테인먼트·IST엔터테인먼트 등을 보유했기 때문에 경쟁력도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황 매니저는 "한국이 장기간 쌓은 아이돌 육성 노하우와 관련 시스템을 일본이 따라잡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뮤직 사업.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SM엔터테인먼트, 이담엔터테인먼트, IST엔터테인먼트, 스타쉽엔터테인먼트./사진=카카오엔터테인먼트 제공

카카오엔터의 일본 사업은 성공할 수 있을까. 이를 위해 현지 기업과 긴밀한 관계를 맺는 것은 중요한 요소다. 황 매니저는 "웹툰 '아쿠아맨' 기반의 드라마를 후지TV와 공동 제작하기까지 1년 반이 걸렸다"며 "중국 기업과는 급속도로 친해질 수 있다면, 일본은 우리가 믿을만한 회사인지 돌다리를 두드려 보는 곳"이라고 했다. 

그는 노하우로 작품에 대한 진심을 꼽았다. 황 매니저는 "기업 대 기업 느낌보다는 저희 IP에 관심이 있는 PD를 붙잡고 얘기하는 전략으로, 진심을 다 보이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며 "일본에서 처음으로 파트너십을 맺고 '이태원 클라쓰'를 '롯폰기 클라쓰'로 만든 '테레비(TV) 아사히'의 경우 PD가 먼저 접근해왔는데, 진심으로 작품에 대해 의견과 토론을 나누면서 협력하게 됐다"고 회상했다. 이와 관련 "TV 아사히뿐 아니라 후지TV와 협력하면서도 느낀 것은 이들은 애니메이션과 만화 분야의 종주국이란 자부심이 강하지만 작품에 진심이고, 아시아 지역에서 통하는 새로운 콘텐츠를 제작하려면 한국에서도 본받아야 한다는 식으로 열려있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픽코마나 라인망가 같은 한국 웹툰이 일본 현지에서 선전하는 것에 대해서는 시기와 질투도 있다고 했다. 황 매니저는 "한국 웹툰이 일본에서 1~2위를 하고 너무 잘되니까 질투가 있고, 일본 사업자들도 이제 웹툰 플랫폼을 만들기 시작했다"며 "인스타그램, 틱톡, 유튜브 같이 세로 화면으로 구성된 웹툰에 일본의 '젠지'(Generation Z·1990년대 중후반생부터 2010년대 초반생)가 열광하고 있지만, 넷플릭스와 같은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나 디즈니가 주도하는 콘텐츠 시장 환경을 고려하면, 국가와 상관없이 독창성과 작품성 있는 콘텐츠를 빠르게 만들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경쟁사 네이버웹툰이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것과 관련한 의견은 답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디즈니의 '마블'이 인기가 있어 돈이 되는 캐릭터에만 집중했다면, 다양한 캐릭터를 기반으로 하는 IP 생태계와 세계관을 구축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카카오엔터는 훌륭하고 다양한 IP를 만들고 글로벌로 나아가 다양한 상품으로 최대한 많이 펼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어 "새로운 애니메이션이 내년, 내후년에 계속해서 나올 것이고 MD도 준비하고 있다"며 "게임도 일본에서 만들 계획이고, 일본에서 팬덤이 있는 IP를 기반으로 웹툰을 만드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훈 (99re@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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