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다’부터 ‘스테이크’까지… 아삭·달큼·든든 ‘슈퍼푸드’[이우석의 푸드로지]
여러 소스 어울려 샐러드에 필수
기름진 음식에 곁들여서 먹기도
닭갈비 등 볶는 요리에도 들어가
독일선 소금에 절여 발효시키고
헝가리·러시아 국물요리로 즐겨
日, 오코노미야키 기본재료 사용
식이섬유 많아 다이어트식 각광
항암작용 설포라판 성분 등 함유

오뉴월 제철 생선은 찾아보기 어렵지만, 이때는 절정을 맞은 채소와 과일이 많다. 상추와 아스파라거스, 죽순 등이 오르고 딸기, 복분자, 참매실 등이 맺힌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것이 바로 양배추다. 물론 하우스 재배를 통해 연중 양배추를 먹을 수 있지만, 노지 양배추 중에서도 가장 연하고 즙이 많을 때가 5월이다. 이때부터 가격도 내려 요리에 두루 쓰기에 좋다.
고작 100여 년 전에 한반도에 들어왔지만, 재배도 쉽고 값도 싼 데다가 영양까지 뛰어나 현대 한국인의 밥상에 큰 공헌을 하고 있는 것이 양배추다. 생각과는 달리 식재료의 가치는 가격에 비례하지 않는다. 지금도 시장 한쪽에서 동글동글 고개를 내밀고 있는 양배추야말로 오월 밥상을 빛내는 보석이다. 겹겹이 싸인 푸른 잎 속에는 인류와 함께해 온 오랜 역사와 경이로운 영양학적 비밀이 숨어 있다.
양(洋)이 붙은 이름 그대로 양배추는 외래종이다. 지중해가 원산지로 추정된다. 양파, 양상추와 마찬가지다. 20세기 초반 전래됐으니 배추에 비해 아직 그 역사는 짧다지만, 대개 모든 식탁에선 두루 찾아볼 수 있을 만치 꽤 익숙한 식재료다.(어제도 먹었을 것이다.)
서양인들도 가장 즐겨 먹는 채소라 친숙하게 느낀다. 결구한 생김새가 머리통을 닮았대서 곧잘 머리에 비유하고 셀 때도 단위로 ‘헤드(head)’를 쓴다. 영국에선 부부나 연인 관계에서 “여보”처럼 서로 호칭할 때 “내 양배추(my cabbage)”라고 한다. 또 미국에선 아이가 “나는 어디서 왔냐?”고 물어보면 “양배추밭에서 데려왔다”고 대답하기도 한다. 그래서 1980년대 세계적 히트 완구인 양배추 인형(cabbage patch Kids) 시리즈가 탄생했다. 유럽에서 황새가 물고 왔다거나, 우리네 말로 ‘다리 밑’에서 주워 왔다는 격이다.

전 세계적으로 즐겨 먹는 채소다 보니 부르는 이름도 많다. 캐비지(cabbage)는 영어, 이를 자기네 식으로 재해석(?)해서 읽은 캬베츠는 일본에서 전래된 말인데 아직도 일부 장년층에서 통용되고 있다. 프랑스에선 슈(chou)라 부른다. ‘슈크림 빵’은 안에 크림이 든 동그란 빵이 꼭 양배추를 닮았대서 붙은 이름이니 굳이 빵을 붙이지 않고 슈크림이라 불러도 된다.
독일에선 보통 콜(kohl)이라 부르는데, 독일식 양배추 절임인 사워크라우트를 만들 때는 식재료로서 그저 ‘채 썬 채소’(kraut)라 따로 부른다. 네덜란드 등 서유럽에서 시작해 세계적으로 즐겨 먹는 샐러드 콜슬로(coleslaw) 역시 양배추 샐러드를 이르는 네덜란드어 콜슬라(koolsla)에서 나온 말이다.
우리네 배추처럼 양배추는 품종 개량을 통해 요즘처럼 아삭하고 얇은 결구 모양을 이뤘다. 자연 출하인 요즘이 가장 맛있다. 연녹색과 자주색을 띠고 있는데 자주색 양배추는 따로 적양배추라 한다.
일찍부터 재배해서 먹었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 시대 문헌에도 등장한다. 그리스의 수학자 피타고라스는 “(양배추는) 몸에 활기를 주고 기분을 차분하게 가라앉힌다”고 극찬했다. 로마인들은 상처 치료와 숙취 해소에 양배추를 썼다. 식생활에 널리 쓰는 채소 임에도 약재와 같이 그 활용도에 주목했다.

신기하게도 로마인들이 발견한 상처와 숙취 치유에 좋은 양배추의 효능은 현대에 들어 과학을 통해 입증됐다. 양배추에 많이 든 비타민 U가 바로 그 성분이다. 1940년대 미국 스탠퍼드대의 가넷 체니 박사는 쥐 실험을 통해 양배추즙이 손상된 위점막을 회복시킨다는 것을 발견했다. 위궤양 환자들에게 양배추가 좋다는 것은 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처방이었다.
여기다 뼈와 혈액에 좋은 비타민 K, A, 칼슘을 비롯해 항산화 및 항암 작용을 한다는 설포라판(sulforaphane)까지 함유하고 있으니 정말 약재라 해도 맞는 말이다. 괜히 ‘가난한 자의 의사’란 별칭이 붙었을까.
양배추는 현대인들에게 각광받는 다이어트 식품이기도 하다. 탄수화물은 적은 대신 풍부한 식이섬유를 함유했으며 저열량 식품(100g당 약 20㎉)이고 수분도 많아 건강 식단에는 거의 필수적으로 들어간다. 비만 유발 식품에 민감한 미국이 이미 세계 3대 슈퍼푸드(타임지 선정) 중 하나로 꼽은 바 있다.
맛도 좋아야 그 영양이 돋보인다. 그리 특별할 것 없는 슴슴한 맛이 양배추의 매력이다. 여러 소스와 잘 어울리는 까닭에 아삭한 식감을 내기 위해 샐러드 종류에 많이 쓴다. 게다가 삶거나 볶으면 살짝 단맛을 내니 이 또한 장점이다.

양배추 원산지인 유럽에선 우리 배추나 무처럼 다양하게 쓴다.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것은 샐러드에 든 것이며 아예 독일 사워크라우트처럼 양배추 자체를 소금에 절여 발효시킨 것도 익숙하다. 소시지에 곁들여 먹으면 담백한 맛으로 고기 맛을 거들며 소화까지 돕는다. 요즘 햄버거집에서 즐겨 먹는 콜슬로 역시 양배추로만 만든 전통 요리다.
샐러드에 주로 쓰이지만 추운 나라에선 양배추를 끓여 국물을 내기도 한다. 헝가리에는 절인 양배추 위에 고기와 채소를 쌓고 국물을 자작하게 해서 끓여낸 러코트 카포즈처가 있고, 러시아에는 양배추를 끓여 사워크림을 넣은 시(Shchi) 등 국물 요리들을 찾아볼 수 있다.
요즘은 아시아권에서도 많이 쓰지만, 특히 많이 쓰는 나라가 일본이다. 일본 음식 메뉴 중에는 양배추가 든 것이 많다. 이를테면 오코노미야키에서는 각기 다른 토핑을 넣을 뿐, 묽은 밀가루 반죽에 잔뜩 들어간 양배추가 기본 재료다. 돈가스나 햄버그스테이크를 주문하면 얇게 썬 양배추 채가 듬뿍 곁들여지고, 쿠시카츠(튀김꼬치) 가게 등 기름진 메뉴를 파는 곳에선 생양배추 조각을 기본 안주로 낸다.(한국식 중국음식점에서의 생양파 같은 느낌이다.) 오뎅에도 직접 만든 ‘캬베츠 롤’(양배추 고기 말이)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이도 모자라 아예 양배추 스테이크 메뉴도 볼 수 있다. 이파리가 겹겹이 싸인 통양배추 자체를 잘라 버터나 올리브유를 두르고 구워 먹는 방식인데 요즘 다이어트나 채식 메뉴로 인기다.

양배추는 우리나라에서도 은근히 많이 쓴다. 쌈채나 샐러드야 물론이며 주로 볶는 요리에도 많이 들어간다고 보면 된다. 닭갈비, 즉석떡볶이, 곱창볶음, 순대볶음 등에 듬뿍 쓴다. 자작하게 볶는 전골에도 쓴다. 양배추를 많이 넣으면 재료와 제법 잘 어울리고 매운맛이 강한 양념을 부드럽게 중화시킬 뿐만 아니라 양까지 대폭 늘어난다. 양배추가 익어갈수록 연해지고 단맛도 난다. 그래서 커다란 철판에 가득 재료를 올리고 볶아먹는 요리라면 어김없다. 고추장과도 잘 어울리는 양배추 채는 쫄면이나 회덮밥 등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도 발견된다.
양배추 채에다 케첩과 마요네즈를 두르면 바로 ‘사라다’(샐러드)로 만들어 낼 수 있는데, 이것을 빵 사이에 끼워서 파는 것이 바로 ‘사라다빵’이다. 햄이나 소시지, 당근 등을 약간 넣는 곳도 있지만 뭐 별것 없이 양배추만으로도 가능하다. 예전에 중국음식점에서 볶음밥을 주문해도 이런 ‘사라다’ 몇 가닥을 곁들여서 줬다.

‘슈퍼푸드’답게 건강과 다이어트를 중요시하는 요즘 식문화 트렌드 속에서 양배추는 유독 인기다. 김치에선 몰라도 토종 배추가 감히 범접하기 어렵다. 별 특별한 맛이 나지 않고 익히면 그나마 부드러워지는 까닭에 곡물류 탄수화물을 대체, 포만감을 얻기 위한 식재료로 쓰는 까닭이다. 도(dough) 대신 양배추 이파리에 치즈와 토핑을 올려낸 피자, 밥 대신 익힌 방울양배추를 곁들여 주는 경양식 등은 탄수화물 섭취를 양배추로 바꿔 열량을 줄인 경우다.
한때 배추를 쓰임새로 대신하던 양배추가 이제는 맛으로 찾는 한국인의 필수 채소가 됐다. 게다가 건강에 좋고 힙(hip)한 다이어트 식단의 중심에 선 양배추. 자체가 밋밋한 맛이라 모든 소스에 잘 어울리니 중용의 맛을 가르쳐 준다.
놀고먹기연구소장
◇명동돈가스= 1983년 개업한 명실상부한 돈가스 노포다. 양배추 샐러드를 수북이 올려주고 된장국, 밥을 함께 즐기는 구성인데 고기도 부드럽고 소스도 국도 궁합이 좋다. 히레(안심)와 로스(등심)를 선택할 수 있으며 치즈가 든 ‘코돈부루’도 있다. 1층 바에 앉으면 주문과 함께 바로 고기에 옷을 입혀 7∼8분 튀긴 다음 접시에 올려준다. 매운 겨자를 찍어 먹으면 풍미가 더욱 살아난다. 서울 중구 명동3길 8.
◇후게츠= 오코노미야키를 ‘빈대떡’에 비유하지만 원래 오코노미야키는 거의 양배추가 주재료다. 토핑만 다르다. 후게츠는 서울 명동에 위치한 일본 오사카식 오코노미야키 전문점이다. 오사카 정통 방식을 고집한다. 마요네즈 소스에 비빈 양배추와 고기, 새우 등 각종 건더기를 뜨거운 철판 위에 덮어놓고 한참 후에 소스를 발라서 낸다. 아삭하면서도 부드러운 맛이 일품이다. 서울 중구 명동8길 21-5 해암빌딩 2층.
◇비와별 닭갈비= 닭갈비의 본향 춘천에서 1997년 영업을 시작한 이 집(구 우성닭갈비)은 철판 닭갈비 식당이다. 닭다리 살을 쓰고 고구마채, 양배추, 깻잎, 가래떡까지 철판 냄비에 넣고 지져대면서 먹는 푸짐한 양식이다. 칼칼하면서도 꽤 부드러운 끝 맛이 인상적이다. 양배추의 부드러운 맛과 고구마의 달콤한 맛이 매운 양념 맛과도 잘 어울린다. 강원 춘천시 애막골길11번길 38.
◇비어할레= 서울 다동의 유명한 생맥주 노포. 사워크라우트를 곁들인 소시지 메뉴가 있다. 상호처럼 독일식 메뉴를 집중적으로 낸다. 철판에 지져낸 수제 소시지를 으깬 감자 샐러드, 사워크라우트와 함께 먹으면 그 하모니가 아주 좋다. 살짝 새콤한 양배추가 육즙의 느끼한 맛을 단번에 지워버린다. 시원한 생맥주와도 찰떡궁합이다. 서울 중구 을지로3길 34.
◇쿠시카츠 쿠시엔= 한국이나 일본이나 쿠시카츠(튀김꼬치) 집에는 어김없이 생양배추잎을 기본 안주로 내준다. 쿠시카츠 쿠시엔은 일본 오사카 명물 쿠시카츠를 하는 집. 육류, 채소, 과일 등 다양한 튀김 메뉴가 있는데 뭐든지 빵가루를 입혀 즉석에서 바삭하게 튀겨낸다. 먹는 중간중간 양배추잎을 소스나 소금에 찍어 먹으면 기름기에 혀가 지칠 틈이 없다. 서울 마포구 월드컵북로5나길 18.
◇림스치킨= 1977년에 시작한 국내 최초 치킨집. 전기구이 통닭 일색이던 시장에 ‘프라이드 치킨’을 처음 선보였다. 바삭한 치킨도 옛날 방식이고 역시 옛날 스타일 ‘양배추 사라다’를 잔뜩 곁들여 준다. 뜨거운 치킨 한 점에 치킨 무 한 조각, 그리고 양배추를 곁들여 먹으면 그 궁합이 더할 나위 없다. 아, 생맥주 한 모금도 빼놓을 수 없다. 서울 종로구 대학로 143.
◇백광상회= 부산 남포동의 오랜 노포. 고기튀김, 고래고기 등 ‘부산식’ 안주를 내는 집이다. 스지오뎅탕을 파는데 이 또한 다른 곳에선 찾기 힘든 구성이다. 어묵과 곤약, 힘줄 등이 있고 특히 다진 고기를 양배추에 말아 넣은 ‘캬베츠 롤’이 있다. 양배추가 오뎅 국물을 부드럽게 하고 거기다 고기가 맛을 더한다. 마지막에 먹으면 좋다. 부산 중구 남포길 25-3.
◇안동영가찜닭= 닭갈비처럼 양배추는 찜닭에도 어김없다. 안동 구시장 찜닭골목에 위치한 가게다. 즉석에서 커다란 솥에 조리하는 ‘단짠’ 찜닭에 양배추와 감자를 푸짐히 썰어 넣었다. 살짝 매콤한 양념과 잘도 어우러진다. 닭만 집어 먹으면 절대 느낄 수 없는 아삭한 식감을 양배추가 책임진다. 양념을 한결 부드럽게 만드는 역할은 덤. 경북 안동시 번영길 19.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달 건보료 높다고 고유가지원금 탈락 논란
- [속보]오세훈·정원오 0.4%p차 ‘초접전’ 양상-여론조사공정
- [속보]SK하이닉스 청주공장 반도체 설비서 불꽃 튀어…대피 소동
- “사망한 배우자 부모 모시기 싫어”…‘사후 이혼’ 다시 는다[아하일본]
- [속보]‘하닉2배 레버리지’ 장 열자마자 18% 불기둥
- [속보]LG전자 칼부림 용의자 긴급 체포…협력업체 직원
- [속보]한동훈 “시민들께서 저로 단일화 해달라”
- 한동훈 “초과이익, 이재명이 정하냐” 노동부장관 정면 비판
- ‘태안 고무보트’ 중국인, 톈안먼 추모한 ‘반체제 인사’ 둥광핑-NYT
- “내가 ATM?” 월급700인데…빚까지 내 성형 아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