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난데없는 인터뷰 동영상
일주일 전이다. 인터뷰 하나가 떴다. 발신지는 ATL이다. 미국 애틀랜타의 공항 코드다. 그러니까 브레이브스가 SNS에 올린 영상이다.
진행자가 낯설다. 벤 잉그램이라는 인물이다. 구단 라디오 중계를 맡는 캐스터다. 가운데는 반가운 얼굴이다. 어썸 킴(30)이 통역과 앉아 있다.
시간은 길지 않다. 10분 남짓이다. 처음에는 의례적인 문답이다.
벤 “(FA로 나갔다가) 애틀랜타에 다시 돌아온 이유가 뭐냐?”
킴 “있을 때 너무 좋았다. 팀 동료, 코치, 프런트도 모두 잘 대해주더라. 너무 즐거웠던 시간이었다. 선택지의 1번은 무조건 애틀랜타였다.”
벤 “유격수라는 자리에 대해서는 어떤가?
킴 “어릴 때부터 유격수였다. 미국에 와서도 수비적으로 좋은 활약을 했다고 생각하고, 그러다 보니 자신감이 생겼다. 그게 결과로 나와서 자부심도 갖게 됐다.”
이어진 대화도 비슷하다. 뻔한 말이 돌고 돈다.
애틀랜타가 좋았다. 팬들도 돌아오길 원했다. 한국을 대표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가. 한국인 메이저리거 중 누굴 존경하나.
따위의 지루하고, 어색한 문답이 계속된다.
그러던 차다. 인터뷰 말미다. 러닝 타임 7분을 넘겼다. 기다리던 질문이 나온다. ‘부상’에 대한 물음이다. 당사자도 조금 긴장된 어조다.
“오프 시즌 때 정말 열심히 준비하고, (작년에도) 부상이 있어서, 올해는 좀 부상 없이 한 시즌을 치르기 위해서 엄청 노력을 많이 하고, 시간을 썼는데, 안타깝게도 다쳐서 기분이 좋지는 않다.”
앞으로 계획도 설명한다.
“넥스트(다음)를 생각하고, 최대한 빨리 돌아올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고, (수술) 결과도 지금까지는 좋다고 말을 해줘서, 최대한 빨리 복귀해서 팀원들과 경기에 나가서 이길 수 있도록 해야 될 것 같다.”

대국민 사과가 떠오른 영상
‘이건 뭐지?’ 이 영상에 대한 <…구라다>의 감상이다.
10분 32초짜리 문답이다. 하지만 사실 간단하다. 딱 문장 3개면 정리가 끝난다.
① 다쳤다며? 어때?
② 수술은 잘 됐다.
③ 최대한 빨리 복귀하겠다.
톤도 그렇다. 각 잡고 한 인터뷰가 아니다. 왠지 급하게 만들어진 느낌이다. 흔한 팟캐스트, 혹은 유튜브 분위기를 잡았다.
그런데 영 다르다. 너무 딱딱하고, 심각하다. 물론 밝고 좋을 리 없다. 난데없는 부상 소식 전하는 자리 아닌가.
그래도 그렇다. 보통이라면 농담도 섞인다. 웃고, 떠들고, 한숨도 좀 쉬고, 화도 내고…. 그런 게 요즘 SNS 감성이다. 하지만 1도 없다.
의상부터 다르다. 출연자 3명이 모두 짙은 슈트 차림이다. 주인공은 검은색 넥타이까지 했다.
표정은 또 어떤가. 시종일관 어둡고, 심각하다.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천근, 만근이다. 제목만 안 달았을 뿐이다. 흡사 대국민 사과 영상 같은 느낌이다.
이 장면에서 새삼 느껴진다. 이번 ‘사고’의 심각성이다.
생각해 보시라. 구단이 직접 제작해 업로드한 컨텐트다. 기획이고, 구성이고, 편집이고. 다 필요 없다.
아무리 미국 남부의 감성을 감안해도 그렇다. 그들이 이번 사고에 대해서 얼마나 충격을 받았는지 가늠이 된다.

‘피겨 선수가 시간 내줘서 고맙네’
팬들의 반응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물론 안타까운 일이다. 위로가 우선이다. 본인은 얼마나 마음이 상했겠나. 용기를 내라는 댓글도 상당수다.
‘일단 애틀랜타로 돌아와 줘서 다행이다.’
‘그만 좀 아파야 되는데. 아쉽다.’
‘Kim을 위해서 기도하겠다.’
그러나 모두가 너그러운 것은 아니다. 실망도 많다. 서릿발 같고, 칼날 같은 꾸짖음이다.
‘지금 이 시점에 왜 이런 인터뷰를 올리냐?’
‘1년 계약인데, 절반 밖에 못 뛴다고?'
‘도대체 어디까지 화를 돋우려는 거냐.’
와중에 퍼렇게 날 선 위트가 동원된다. 쎄~한 비아냥이다.
‘피겨 스케이팅 선수 생활을 잠시 중단하고, 인터뷰에 응해준 친절함에 감사드린다.’
왜 아니겠나. 당장 급해서 데려온 FA다. 돈도 꽤 줬다. (팀) 연봉 랭킹이 상위 5명 안에 든다. 그런데 개막 후 한동안 전력에서 이탈하게 됐다.
그라운드에서 그랬다면 모른다. 비 시즌 기간이다. 개인적인 시간을 보내다가 생긴 사고 탓이다. 영입을 결정한 구단 수뇌부, 기대가 컸던 팬들. 황당함과 실망감을 어찌 다 헤아릴 수 있겠나.

추가 설명이 필요한 부상 과정
다시 얘기하지만 안타까운 일이다. 본인이 가장 실망했을 것이다.
기억에도 선명하다. 2024년 8월의 일이다. (당시는 파드리스 소속) 로키스와 경기였다. 1루에서 슬라이딩하다가 삐끗했다. 오른쪽 어깨에 문제가 생겼다. 그냥 버티려고 했지만, 영 아니다. 결국 교체가 불가피했다.
벤치로 돌아가며 치솟는 분을 참지 못한다. 오죽하겠나. 그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 뒤로 커리어가 꼬이기 시작한다. 여기저기 돌아가며 아프다. FA 시장에서도 벌써 소문이 별로다. 그래도 어렵사리 2000만 달러짜리 계약을 따냈다. ‘이제야 좀 풀리나 보다’ 했다.
그런데 이런 일이 생긴 것이다. 그러니 얼마나 더 아쉽겠나. 분하고, 팔짝 뛸 일이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다. 이번 일은 아직도 아리송한 구석이 많다. 뭔가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 여전히 남아 있다.
현재까지는 구단의 발표(1월 18일)가 전부다. 정리하면 이런 내용이다.
‘지난주(1월 중순) 한국에 머무는 동안 빙판길에서 미끄러졌다. ‘휘청’ 하면서 오른손 중지를 다쳤다. 진단 결과는 인대 파열이었다. 곧바로 애틀랜타로 날아가서 수술받았다. 집도의는 저명한 전문의 개리 루리 박사였다. 회복까지 4~5개월이 걸릴 것 같다.’
딱 이 정도다. 더 이상은 알려진 게 없다.
물론 대부분의 부상 정보는 제한적이다. 선수 개인이나 구단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로 이해된다.
그러나 이 경우는 다르다. 추가적인 사항이 알려져야 한다. 대중의 이해를 구하는 과정에서 필요하기 때문이다.
언제, 어디서, 어쩌다가, 그랬는지. 조금 더 자세한 정보가 알려져야 한다.
지금 한국의 제설 작업은 세계적인 수준이다. 특히 머문 곳으로 추정되는 서울은 더 그렇다. 젊은 남자가, 그것도 민첩한 메이저리그 유격수가. 그런 사고를 당하는 것은 흔치 않다.
부상 부위도 그렇다. 넘어지는데 하필 (그것도 가운데) 손가락 인대가 상했는지. 심지어 끊어질 정도로 심하게. 들으면서도 갸웃거리게 된다.

괜한 오해를 만들지 마라
그래서 그런 것 같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는 이런저런 의심들이 돌아다닌다. 말도 안 되는 상상력도 동원된다. 대부분 지독한 가짜 뉴스일 것이다.
이건 괜한 감정 소모일 뿐이다. 메이저리그도 사람 사는 곳이다. 이상하고, 황당한 일이 얼마든지 생긴다. 그런다고 세세한 사정을 모두 숨기지는 않는다.
- 대형마트에서 생수를 들다 손을 삐끗했다. (트윈스, 호세 미란다)
- 잠결에 화장실 가다가 가구 모서리에 발가락을 찧었다. (다저스, 무키 베츠)
- 욕실에서 미끄러져 발목을 접질렸다. (다저스, 프레디 프리먼)
- 딸들 장난감 정리하다가 손톱이 찢겼다. (필리스, 맷 스트람)
- 놀이터에서 아이 돌보다가 철기둥에 박았다. (레즈, 잭 리텔)
- 드론을 날리다가 손가락을 10바늘 꿰맸다. (인디언스, 트레버 바우어)
- 비포장 도로에서 오토바이 타다가 왼쪽 어깨를 다쳤다. (자이언츠, 매디슨 범가너)
- 양상추를 먹다가 식도가 파열돼 사경을 헤맸다. (다저스, 더스틴 메이)
이외에도 많다. 야구와 관계없는 사건사고다. 민감한 부상 정보다. 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의 사살 관계는 대중에게 공개된다.
물론 그렇다고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자기 관리는 프로의 기본이다. 다만, 괜한 오해와 헛된 상상은 만들지 말아야 한다. 그게 팬들의 이해를 구하는 첫 스텝일 것이다.
더구나 그는 겨우내 다양하고, 적극적인 활동을 펼쳤다. 그중 하나가 유명 TV 예능 출연이다. 그것도 가장 사생활에 가까운 방식이었다. 관찰 카메라가 동원되는 형식 말이다.
이런 것은 팬과 거리를 줄이려는 노력일 것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소통은 솔직한 공감이다.
너무 숨기는 것은 곤란하다. 그럼 사람들은 그렇게 의구심을 갖게 된다.
‘뭔가 말 못 할 일이 있었던 아닌가?’ 하는 갸웃거림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