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범한 퇴근길, 눈앞의 터널이 무너진다면. 2016년 여름 712만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 모은 재난 영화 '터널' 이야기다. 폭발도 괴물도 없이, 무너진 콘크리트 더미 하나로 두 시간 내내 관객의 숨을 조였다.
케이크 하나 들고 갇혔다

자동차 대리점 과장 정수(하정우)는 딸의 생일 케이크를 사 들고 집으로 향하다 터널 붕괴에 갇힌다. 남은 것은 배터리가 닳아 가는 휴대폰과 생수 두 병, 그리고 그 생일 케이크뿐. 지극히 평범한 일상에서 시작되는 재난이라 더 서늘하게 다가온다.
하정우라는 원맨쇼

영화의 대부분은 좁은 차 안, 하정우 혼자의 몫이다. 절박함 속에서도 피식 웃게 만드는 특유의 능청과 생활 연기가 극을 지탱하고, 관객은 어느새 그와 함께 어둠 속에서 구조를 기다리게 된다. '먹방 연기'로 유명한 배우가 케이크 하나를 아껴 먹는 장면조차 명장면이 됐다.
터널 밖 사람들의 얼굴

터널 밖에서는 구조대장 대경(오달수)과 아내 세현(배두나)이 사투를 벌인다. 구조가 길어질수록 피로해지는 여론, 형식적인 브리핑과 책임 공방까지. 영화는 재난 그 자체보다 재난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얼굴을 풍자하며 단순한 생존극 이상의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2016년 여름의 승자

'터널'은 대작들이 쏟아진 2016년 여름 극장가에서 712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김성훈 감독의 완급 조절과 배우들의 앙상블이 만든 결과였다. 블록버스터 사이에서 이야기의 힘만으로 살아남은 재난 영화라는 점에서 지금도 종종 소환되는 작품이다.
다시 보면 보이는 것들

시간이 지나 다시 보면 이 영화는 생존 스릴러라기보다 블랙 코미디에 가깝다. 한 사람의 목숨과 사회의 효율이 저울에 오르는 순간들이 뼈아프게 다가오기 때문. 웃기다가 서늘해지는 재난 영화를 찾는다면 이만한 작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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