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7.1 강진, 포항도 흔들…“악몽 떠올라 속 울렁” 트라우마

8일 오후 일본 미야자키현 앞바다에서 발생한 지진 여파가 포항 남구까지 전달되면서 진동에 놀란 시민 등이 건물 밖으로 대피했다가 안전해지자 다시 건물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배형욱 기자

일본 미야자키현 해역에서 발생한 강진이 경북 포항까지 흔들면서 시민들이 공포감에 휩싸였다.

기상청에 따르면 8일 오후 4시 43분쯤 일본 미야자키현 미야자키시 동남동쪽 30㎞ 해역에서 규모 7.1 지진이 발생했다.

이 지진 여파는 포항·경주까지 전달됐다. 경북소방본부에 이날 오후 6시 현재 모두 14건의 지진 유감신고가 잇따랐고 이가운데 12건이 포항 남구에 집중됐다.

시민들이 느낀 정확한 지진의 강도인 '진도'는 따로 발표되지 않았다. 기상청은 국내 지진의 경우 진도를 발표하지만, 국외 지진은 이를 측정 및 발표하지 않고 있다.

기상청은 "국내 일부 지역에서 진동을 느낄 수는 있지만 지진 해일 영향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지진이 발생할 당시 포항 지역은 남구를 중심으로 진동을 크게 느꼈다.

상도동 고층 건물에선 지진 직후 계단을 통해 밖으로 대피하는 시민들이 다수 목격됐다.

김모(44) 씨는 "갑자기 뇌가 흔들리는 듯한 어지러움과 토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창문 쪽을 보니 커튼이 흔들리는 게 보였다"며 "지진이 난 것을 직감하고 진동이 잦아들었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건물 밖으로 대피했다. 계단을 내려오는 동안 또 건물이 흔들리는 것 아닌지 너무 무서웠다"고 했다.

이번 지진은 2017년 11월 15일 포항 흥해에서 발생한 규모 5.4 지진의 트라우마를 건드렸다.

최모(39) 씨는 "마음은 차분하게 대피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몸이 떨리고 손발에 땀이 멈추지 않을 정도로 공포감이 느껴졌다"며 "더구나 지진을 느끼고 난 뒤 정부의 재난 알림 문자도 없고, 지진 정보도 바로 확인되지 않아 포항에서 다시 지진이 발생한 것 아닌지 온갖 생각이 머리를 스쳐갔다"고 토로했다.

실제 이번 지진이 발생하고 나서 대구기상청도 곧바로 지진에 대한 정보 파악을 하지 못했으며, 소방당국 역시도 이를 모르고 있다가 시민들의 신고로 지진 사실을 확인했다.

정부 및 지자체의 재난 알림 등은 이날 오후 5시 50분 현재까지 없는 상태다.

시민 정모(35) 씨는 "포항에서 지진이 또 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부터 속이 울렁거리고 아무것도 하지 못할 정도로 공황 상황이 지속하고 있다"며 "정부가 앞으로는 한국 주변 국가에서 발생한 지진이라도 곧바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해 불필요한 불안감을 겪지 않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배형욱 기자 ship@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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