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다시 꺼낸 희토류 통제 카드
중국이 또다시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 들면서 국제 사회에 경고장을 날렸다. 이번 통제 조치는 단순한 산업 규제가 아니라, 미국과의 패권 경쟁에서 전략 자산을 무기화하려는 의도로 해석되고 있다. 지난 9일 중국 상무부는 사마륨을 비롯한 일부 희토류를 새로운 수출 통제 대상으로 지정하며, 해당 품목의 수출은 특별 허가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발표했다.

특히 이번 조치는 이중용도 물자, 즉 민간과 군사 양쪽에 사용될 수 있는 희토류에 초점이 맞춰졌다. 사마륨 같은 희귀 원소는 정밀 유도 무기나 첨단 레이더, 반도체 장비 등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만큼, 전 세계 방위 산업에도 파장이 클 수밖에 없다. 사실상 중국이 희토류를 정치적 수단으로 활용하며, 자원 주도권을 흔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단순한 수출 통제가 아닌, 안보 리스크 확대의 시작으로 볼 수 있다.

이중용도 통제와 군사 목적 금지 강화
중국의 이번 통제는 기존보다 훨씬 정교하고 타깃이 명확한 형태로 이뤄졌다. 수출 대상 희토류가 군용·민간용을 넘나드는 이중용도 물자라는 점에 주목하면서, 군사적 용도나 첨단 반도체 공정 등 전략 산업에 사용되는 경우 별도 승인을 받도록 했다. 특히 14나노 이하의 반도체나 256단 이상의 메모리 반도체와 같이 민감한 기술 수준에 해당하는 경우, 군사용이 아니더라도 사안별로 철저한 심사를 거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사실상 군수용 부품 및 첨단 IT 장비 제작을 겨냥한 조치로, 미국과 서방국들의 공급망을 흔들겠다는 메시지로도 읽힌다. 중국이 세계 희토류 생산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정제 기술은 90% 이상을 독점하고 있는 만큼 이 조치의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다. 결국 이번 결정은 경제보다 안보 전략에 초점을 맞춘 행보라 볼 수 있다.

자원 무기화, 미국 견제 수단으로 쓰인다
표면적으로는 수출 통제지만, 실제로는 미국을 견제하기 위한 중국의 전략이 분명하다. 중국 상무부는 일부 해외 조직이 중국산 희토류를 제3국에 제공하고, 이 물자가 군사용으로 전용되는 사례가 발생해 통제 조치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중국이 미중 간 기술패권 경쟁에서 자원을 무기화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과거에도 중국은 여러 차례 희토류를 무기처럼 활용하며 외교적 압박 수단으로 사용해 왔다. 이번에도 그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보이며, 미국의 반도체 규제와 방위산업 협력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강하게 깔려 있다. 특히 사마륨처럼 유도무기 제작에 필수적인 희토류를 통제하면, 미국뿐만 아니라 동맹국들의 방산 생산에도 영향이 미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무역 이슈를 넘어선 전략 전쟁의 한 형태다.

한국 방산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
중국의 통제 조치가 국제 방산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크겠지만, 한국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대응 체계를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국내 방산업체들은 과거부터 중국산 희토류의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 왔고, 비중국산 대체 소재 확보와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해 왔다. 특히 유도무기나 레이더에 들어가는 희토류의 경우 사용량 자체가 많지 않고, 주요 품목은 이미 다변화된 상태라 큰 타격은 없을 전망이다. 게다가 한국은 방산용 희토류에 대해 6개월 이상 사용할 수 있는 공공 비축 물량도 확보한 상태다. 물론 이번 조치가 장기화되거나 다른 품목으로 확대될 경우에 대비해 추가적인 대책 마련은 필요하다.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국내 방산 산업에 큰 위협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정부와 업계 모두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민첩하게 대응하고 있다.

공급망 경쟁의 시대, 더 적극적인 대비 필요
비록 이번 중국의 조치가 한국 방산에 당장 큰 타격은 아니더라도, 장기적으로는 공급망 리스크에 대한 근본적 대비가 중요해지고 있다. 희토류처럼 특정 국가가 생산을 독점하는 자원은 언제든지 외교적·전략적 무기로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기적인 재고 확보만으로는 부족하고, 공급국 다변화, 대체 소재 개발, 재활용 기술 확대 같은 중장기적 전략이 절실하다. 정부도 단순한 비축을 넘어서, 산업 전체가 자립할 수 있는 구조적 경쟁력을 갖추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중국이 희토류를 무기화하는 지금의 현실은 자원도 안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보여주고 있다. 우리도 공급망을 국방의 일부로 보고, 산업 전략을 한 단계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이는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니라, 국가 생존을 위한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