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공원’ 윤어게인이 주도하도록 놔둬선 안된다[오늘을 생각한다]

‘재선거’가 ‘부정선거 재선거’로 바뀌더니, 이젠 ‘당일 투표 수개표’까지 덧붙여졌다. 지금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에서 외쳐지고 있는 구호다. 평일 낮에도 천 단위의 사람이 모여 연사 한 사람 없이 이 구호만 쉬지 않고 외친다. 저녁 무렵이 되면 퇴근하고 온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하나둘 더해지기 시작한다.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등장하면서 참가자가 많이 줄었다. 동력도 약해졌다는 분석도 있지만, 현장 분위기가 힘이 빠지거나 처지는 느낌은 아니다.
올림픽공원은 거점화돼 가고 있는 모양새다. 자원봉사자들이 체계를 이뤄 동선을 관리하고, 푸드트럭과 냉난방 버스와 피켓 제작 부스가 저마다의 자리에 배치돼 있으며, 구호와 주장이 적힌 자보가 줄지어 부착된 게시판도 곳곳에 형성돼 있다.
나는 극단적인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고립돼 집회가 사그라질 것이란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한번 형성된 물리적 거점에는 규모의 증감과 무관하게 체계와 논리가 생긴다. 그런 장소에선 사람의 생각이 한군데 멈춰 있지 않다. 사실이건, 오해건, 의도된 거짓말이건 압축적으로 오가는 주장과 정보 속에서 참가자들의 인식도 점차로 바뀐다. 선량한 시민과 부정선거 음모론자로 무 자르듯 구분되는 구도는 현실에 존재하기 어렵다.
올림픽공원을 이렇게 둬선 안 된다. 지금 정치가 존재해야 할 자리는 올림픽공원이다. 강제진압은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저절로 사람들이 흩어지길 기대하는 안이한 마음으로는 사태가 수습되지 않는다. 수많은 시민이 이 사태를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그뿐만 아니라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수습하는 일은 아직 시작 단계에도 접어들지 못했다. 넘어야 할 고비가 한둘이 아니다. 국정조사 여야 합의를 이루는 과정도 매우 곤란해 보이고, 국정조사에서 무슨 이야기가 오갈지도 알 수 없으며, 제기된 선거 소청에 대한 선관위의 판단과 이후 선거소송의 국면에 이르기까지 도화선이 너무 많다. 규모가 줄었다가도 계기가 생기면 거점을 중심으로 사람이 모여드는 것은 여느 장기 집회나 보여온 일반적인 양상이다.
문제는 12·3 내란 이후 부정선거 음모론을 줄곧 설파해온 소위 ‘윤어게인’ 집단이 거점의 주도권을 쥐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현장에서 본 놀라운 장면 중 하나는 참가자 중 1명이 성조기를 흔드는 사람에게 “남의 나라 국기는 흔들지 맙시다”라고 했더니 주변 사람들이 “대진연(한국대학생진보연합)이다!”라고 외치며 그를 둘러싸고, 순식간에 다수가 몰려들기 시작했던 모습이다. 경찰의 보호 아래 무사히 상황이 종료되긴 했으나, 이러한 위험한 상황이 왕왕 반복되곤 한다.
올림픽공원을 이렇게 둬선 안 된다. 지금 정치가 존재해야 할 자리는 올림픽공원이다. 강제진압 같은 건 있어서도 안 되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저절로 사람들이 흩어지길 기대하는 안이한 마음으로는 사태가 수습되지 않을 것이다. 여전히 수많은 시민이 올림픽공원 바깥에서 이 사태를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음모론을 퍼뜨리는 일은 쉽고, 그에 맞서는 일은 어렵다.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현장에 가서 시민들의 우려와 걱정을 듣고, 음모론에는 단호히 맞서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당장 욕을 먹고 비난을 당해도 감수해야 한다. 그래야 부정선거 음모론이 시민들의 불신과 불안에 뒤섞여 ‘거점의 논리’로 굳어지지 않는다.

김형남 정치싱크탱크 VALID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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