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은 이때를 기다렸나”…방역 빗장 풀리자 이민 붐

이유진 기자(youzhen@mk.co.kr) 2023. 1. 26.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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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제 이후 컨설팅업체 문의 4배 증가
중산층까지도 이주 대열 합류
공동부유·강압적 방역 등 원인 추정

포르투갈 그리스 싱가포르 등 인기
인재·자본 유출 우려 제기돼
중국 상하이 코로나 방역 항의 시위 [AP = 연합뉴스]
제로코로나 족쇄에서 풀려난 중국에 이민 열풍이 불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2년간 사라지다시피 했던 이민 수요가 되살아난 데다, 일상의 상당 부분에서 자유를 제한받았던 제로코로나 시기를 겪으면서 중국을 벗어나려는 사람들이 늘었다. 극소수의 부자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이민 붐이 중산층에까지 번지면서 인재·자본유출 우려도 제기된다.

2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민과 현지 정착을 돕는 컨설팅 업체에 지난달 제로코로나 해제 이후 중국 부유층의 이민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 헨리앤파트너스는 중국이 지난달 초 제로코로나를 폐지한 이후 직전 주 대비 이민 문의가 4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올 들어 부동산업체 쥐와이IQI에 해외 부동산을 취득하겠다고 문의하는 중국 본토 고객도 전년동기대비 55% 많아졌다. 헨리앤파트너스의 정보분석회사인 뉴월드웰스의 집계에 따르면 2020~2021년 2년간 500건 미만에 불과했던 중국 부유층 이민자 수는 작년 12만5000건으로 급증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15만6000건)의 80% 선을 회복한 것이다.

크레디트스위스의 국가별 부유층 이민자 집계에서도 러시아 다음으로 중국 부유층 이민이 많았다. 이들은 포르투갈과 그리스, 싱가포르 영주권이나 카리브해 섬나라인 그레나다, 세인트 루치아의 시민권 을 가장 선호했다.

이들이 중국을 떠나는 데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1인 집권체제에 뒤따른 강력한 산업 규제와 부유층에 적대적인 정책들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블룸버그는 “공산당 통치에 의문만 품지 않으면 계속 부유해지는 데 익숙했던 부자들이 최근 2년간 공동부유와 빅테크·부동산·교육 부문 초강력 규제 등을 경험한 후 겁에 질렸다”고 분석했다. 하루 아침에 도시가 봉쇄되고 이동의 자유를 빼앗기는 것을 경험한 중국인들은 이민을 문의할 때도 “가능한 한 빨리, 바로 이민을 원한다”고 요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이민 유행은 ‘슈퍼리치’에만 한정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기존 이민 트렌드와 다르다. 홍콩의 이민전문변호사인 데니 코는 블룸버그에 “부자들은 오래 전부터 이민을 염두에 두고 있었지만, 요즘 이민을 알아보는 사람들은 초고액 자산가가 아닌 사업가나 회사의 고위직 임원 등 중상류층”이라고 말했다. 실제 중국 최대 소셜미디어(SNS)인 위챗에서는 지난달 26일 기준 ‘이민’ 검색량이 전날보다 4배 늘어난 1억1070만 건에 달했다.

투자은행 나티시스에 따르면 중국에는 코로나19 이전에 이미 해외 이민으로 인해 매년 1500억 달러(184조원)의 자본 유출이 있었다. 올해 해외 이민 수요자가 증가하면 이 규모는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알리시아 가르시아 헤레로 나티시스 최고경영자(CEO)는 “중국은 올해 위안화와 경상수지에 압력을 받게 될 것”이라며 “자본 유출이 예년보다 크지 않더라도 (해외 유출 인구는) 여전히 노동력과 생산성, 경제성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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