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 이모 구해요" 공고 냈다가 벌금 500만원…왜?

조회수 2023. 3. 15. 08:2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잡:노무 스토리] 채용 공고에 들어가면 절대 안 되는 항목은?

"주방 이모 구합니다"
"직원 모집: 주방(남), 홀(여)"
"채용 조건: 키172cm 이상 훈훈한 외모의 남성"

이런 채용 공고, 익숙하죠? 주변에서 흔히 보이는 채용 공고들입니다. 너무 익숙해져 버린 나머지, 이런 광고를 봐도 무심코 지나치곤 하는데요. 모두 성차별적 채용 공고에 해당합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9월부터 약 한 달간 주요 취업정보포털에 올라온 1만4000여개 구인광고를 모니터링한 결과, 성차별적 채용 공고를 낸 811개 업체를 발견했습니다. △합리적 이유 없이 특정 성별에게만 채용 기회나 가산점을 주는 경우 △업무와 상관없는 신체적 조건을 요구하는 경우 △성별에 따라 임금을 다르게 주는 경우 등이 많았는데요.

'남자 사원 모집' '여자 모집' 등과 같이 특정 성별에만 채용기회를 주거나, '여성 우대' '남성 우대' 등 합리적인 이유 없이 특정 성별을 우대하는 것은 성차별적 채용 공고에 해당합니다.

'키172cm 이상 훈훈한 외모의 남성' 처럼 업무와 상관없이 키나 외모 등 신체적 조건을 요구하거나, ‘주방 이모’ ‘주방(남), 홀(여)’처럼 직종·직무별로 남녀를 분리해서 모집하는 것, ‘라벨 부착 및 포장 업무(남 110,000원, 여 97,000원)’처럼 성별에 따라 임금을 달리 제시하는 것도 성차별적 채용 공고로 볼 수 있습니다.

◇ "고용부터 퇴직까지" 고용의 모든 과정에서 '차별 금지'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약칭 남녀고용평등법)은 모집, 채용부터 임금, 교육, 배치, 승진, 정년 퇴직, 해고까지, 고용 관계의 시작부터 끝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성별에 의한 차별을 금지한 법입니다. 직원을 고용하는 모든 사업자에게 적용되죠.

남녀고용평등법은 '사업주는 근로자를 모집하고 채용할 때 남녀 차별하면 안 된다. 직무 수행에 필요하지 않은 용모, 키, 체중 등 신체적 조건, 미혼 등의 조건을 제시하거나 요구해선 안 된다(제7조)'고 정해두고 있습니다.

근로자를 모집·채용할 때 이런 차별을 하면, 성별이나 신체 조건 등의 이유로 일자리를 얻을 기회 자체를 잃을 수 있기 때문에 금지하고 있는 건데요. 그래서 이를 어기면 처벌도 받습니다. 법을 위반한 사업주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제37조 4항 1호)에 처할 수 있어요.

◇ 여자만, 남자만 뽑을 수 있는 일도 있다고?

다만,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분야가 있긴 합니다. 직무 특성 상 특정 성별의 근로자가 아니면 업무가 어려운 경우에는, 특정 성별의 근로자만 채용할 수 있어요. 남녀를 다르게 대우할 필요성이 인정된다면 가능하다는 건데요. 예를 들어 연극에서 남성 역할을 하는 배우를 뽑을 때는 남성만 채용 대상으로 해도 되고, 여성 환자를 돕는 도우미나 여성 기숙사 사감은 여성만 뽑아도 됩니다.

남녀고용평등 업무처리규정 제2조 3항

1)예술 그 밖의 예능 분야에서 표현의 진실성을 이유로 특정성을 필요로 하는 경우 (예: 남성 역할을 위한 남성 배우·모델 등)
2) 직무 수행상 탈의나 신체접촉 등이 발생하여 프라이버시 유지를 위해 특정 성을 필요로 하는 경우(예: 여성 목욕탕의 여성 목욕관리사, 여성 장애인·여성 환자의 여성 도우미 등)
3) 사업장의 성격 또는 장소로 특정성의 근로자가 사용자가 제공하는 시설 외에서 거주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적절한 대체시설을 이용하기 어려운 경우 (예: 여성 기숙사의 여성 사감 등)
4) 그 밖에 직무상 특정 성으로 하는 것이 불가피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

◇ 고용노동부 모니터링 확대 예고 "걸리면 사법처리 됩니다"

이번 모니터링 결과에서 성차별적 구인 광고를 낸 것으로 드러난 사업주 중 일부는 결국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로 입건됐습니다. 수사 결과에 따라 사법조치가 이뤄질 예정이고요.

고용노동부는 1년에 한 차례 하던 모니터링을 올해부터 2회(4~10월)로 늘리고, 모니터링 대상 광고도 1만4000여개에서 2만개로 대폭 늘리기로 했습니다. 그만큼 더 깐깐하고 꼼꼼하게 살펴보겠다는 얘기일 겁니다.

고용노동부 뿐 아니라 구직자 역시 성차별 광고 피해를 신고할 수 있습니다. 고용노동부 ‘고용상 성차별 익명신고센터’(www.moel.go.kr) 로 신고하면, 노동위원회 시정을 거쳐 구제받을 수 있어요.

회사 입장에서는 무심코 그동안 하던대로 채용 공고를 올렸다가 자칫 사법 조치를 받을 수 있으니 다시 한번 우리 회사 채용 공고를 살펴봐야 할 때가 아닐까 싶은데요. 직무 성질상 특정 성별의 근로자여야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면 채용공고에 남녀 성별에 따른 구별을 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겠습니다.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