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로봇 시동! 무동력 착용로봇 엑스블 숄더 공개 및 사업화
"배터리가 없는 무동력이라 무게가 1.9kg 정도라 작업복에 조끼처럼 입어도 불편함이 전혀 없네! 어깨를 위로 사용하는 작업자의 근골격게 부담은 확실해 줄어들겠구만~"
27일 경기 고양시에 위치한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웨어러블 로봇 테크데이 발표현장에서 착용 로봇 ‘엑스블 숄더(X-ble Shoulder)’ 를 직접 입고 작업을 해본 결과다.
이날 현대차 로보틱스랩을 이끌고 있는 현동진 상무는 "배터리 동력을 사용하면 무게나 늘어나고 가격대도 천만원대를 훌쩍 넘는다"며 "무동력 스프링을 이용해 착용하는 것 만으로도 작업자의 능률을 확실하게 끌어 올릴 수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우선 조선, 건설, 자동차 같은 산업현장용으로 BtoB 사업을 전개한 뒤 실버용 보족 로봇까지 개발해 사업화하겠다"고 강조했다.
현 상무는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버클리대학에서 로봇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어 MIT랩에서 포스트닥터로 연구하다 현대차에 로보틱스 담당으로 합류했다.
가장 관심은 가격인데 이날 로보틱스랩은 공개하지 않았다. 기업 현장 근로자용으로 대규모 납품을 하기 때문에 개별 단가는 책정하지 않았다는게 로보틱스랩의 설명이다. 해외 비슷한 제품 가격이 500만원대인 것을 감안하면 국내에서는 대략 100만원 이상에 수 백만원 정도가 예상된다.
현대차ㆍ기아의 착용 로봇 브랜드 엑스블(X-ble)은 무한한 잠재력을 의미하는 ‘X’와 무엇이든 현실화할 수 있다는 의미인 ‘able’을 합쳐 만든 이름이다.
엑스블 제품군 가운데 처음으로 공식 판매를 시작하는 엑스블 숄더는 현대차ㆍ기아 로보틱스랩의 자체 기술로 개발한 산업용 착용 로봇이다산업 현장에서 팔을 위로 올려 작업하는 ‘윗보기 작업’에 활용하면 사용자의 상완(어깨, 팔꿈치) 근력을 보조하여 근골격계 부담을 크게 줄여준다.
현대차ㆍ기아는 자동차 산업뿐만 아니라 건설/조선/항공/농업 등 다양한 산업에서 활용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엑스블 숄더’에 이어 무거운 짐을 들 때 허리를 보조해주는 산업용 착용 로봇 ‘엑스블 웨이스트(X-ble Waist)’, 보행 약자의 재활을 위한 의료용 착용 로봇 ‘엑스블 멕스(X-ble MEX)’도 개발한다.
로보틱스랩장 현동진 상무는 “엑스블 숄더는 현장 근로자들의 피드백과 로보틱스랩의 기술을 융합하여 개발한 착용 로봇”이라며 “더 많은 사람들이 착용 로봇의 가치를 누릴 수 있도록 제품군 개발과 보급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며, 인류에 보다 나은 삶을 제공하기 위한 기술 진보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내년 상반기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를 넘어서며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2024년 제조업 분야 근로자 평균연령은 43세로 지난 10년간 약 3.8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자 고령화로 인해 직업성 근골격계 질환자수는 점점 늘어나는 추세로, 이는 근로자 개인의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야기하는 것은 물론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한다.
현대차ㆍ기아 로보틱스랩은 이와 같은 산업 건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작업자들의 근골격계 부담을 낮추고 궁극적으로 근로자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엑스블 숄더를 개발했다.로보틱스랩은 2018년 산업용 착용 로봇 연구에 착수, 2022년부터 시제품을 활용해 현대차ㆍ기아 국내외 생산 공장에 시범 적용하며 성능을 지속 향상시켜 왔다. 이 과정에서 300여명에 달하는 현장 작업자들로부터 다양한 요구사항을 청취해 왔으며, 이를 적극 반영해 지금의 엑스블 숄더를 완성할 수 있었다.
사업화담당 김영훈 사업1팀장은 "엑스블 숄더의 가장 큰 특징은 무동력 토크 생성 구조로 설계돼 가벼울 뿐만 아니라 별도로 충전할 필요가 없어 유지 및 관리가 편리하다"며 "국내에만 근골격계 질환 수진수가 1700만명이 넘고 진료비가 1조4599억원에 달해 시장은 꽤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전동 시스템을 대신해 ‘근력 보상 모듈’을 적용, 보조력을 생성하는 것이 기술의 핵심이다. 이 모듈은 크랭크 축과 인장 스프링 그리고 그 사이를 연결하는 ‘멀티링크’로 구성된다.
근력 보상 모듈이 작동하면 모듈 내부의 인장 스프링에서 방출된 탄성에너지가 멀티링크를 거쳐 크랭크 축에 ‘회전력(토크)’ 형태로 전달되는데, 이렇게 생성된 회전력은 사용자의 상완 근력을 보조하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메커니즘을 통해 엑스블 숄더 사용자는 어깨 관절 부하와 전∙측방 삼각근 활성도를 최대 60%와 30%를 각각 경감할 수 있다고 로보틱스랩은 강조했다.
특히 멀티링크 구조 덕분에 각 링크의 길이와 결합 위치를 조정할 수 있어 작업 환경별 최적의 보조력을 생성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현대차ㆍ기아는 해당 멀티링크 기술에 대한 특허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관절로보틱스팀 윤주영 팀장은 "엑스블 숄더는 사용자의 안전과 사용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제작됐다"며 "고성능 차량에 쓰이는 탄소 복합 및 내마모성 소재를 적용해 알루미늄 소재 대비 3.3배의 강성을 확보하면서도 중량은 40% 경감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제품 무게는 약 1.9kg(본체 1.4kg, 착용부(조끼) 0.5kg)이며 착용자의 신체 조건에 따라 사이즈를 선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본체 길이도 406mm부터 446mm까지 직접 조정이 가능하다. 또한 팔 받침 등 사용자 몸에 직접 닿는 부분은 차량의 크래시 패드에 쓰이는 ‘내충격성 소재’를 활용해 산업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돌발 충격에도 인체 손상을 최소화하도록 설계됐다.
제품을 착용하더라도 다른 동작을 하는데 불편함이 없다는 점도 장점이다. 어깨 관절을 굽히고 펴는 각도를 0°~180°까지로 구현하여 제품을 착용한 상태에서도 양 팔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으며, 팔을 내리거나 앉아서 휴식을 취할 때도 착용자의 움직임을 방해하지 않는다.
엑스블 숄더 라인업은 ‘기본형’과 ‘조절형’ 두 가지가 있다. 기본형은 자세가 고정되지 않고 계속 변하는 작업에서 범용으로 사용할 수 있고 사용자에게 최대 2.9kgf(지구의 표준중력가속도에서 1kg의 질량을 가진 물체가 가지는 힘)의 보조력을 제공한다. 조절형은 동일 자세를 반복하는 작업에 활용하기 적합하다. 작업 자세에 맞게 최대 토크를 얻을 수 있는 각도(75°~120°)를 사용자가 직접 조정할 수 있으며 최대 3.7kgf의 보조력을 제공한다.
모듈화 된 본체와 착용부(조끼)는 탈착이 가능해 손쉽게 관리할 수 있고 다양한 작업 환경에 맞게 제품을 최적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주로 한 쪽 팔로 작업하는 경우에는 본체 한 쪽을 분리해 편측만 사용할 수 있다. 또 착용부(조끼)만 분리 후 세탁이 가능해 청결 관리 및 보관이 용이하다.
엑스블 숄더는 산업현장에서 무수히 반복되는 동작에도 견딜 수 있는 강건한 내구성을 갖추고 있다. 로보틱스랩은 자동차 내구성 평가 기준을 접목, 3개월 단위로 60만회 이상의 가속 내구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시험 중 매 횟수마다 토크 변화를 실시간으로 측정해 품질 변화 양상을 점검하고 있으며 출시 이후에도 고품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속 관리할 방침이다.
현대차ㆍ기아 로보틱스랩 관절로보틱스팀 윤주영 팀장은 “엑스블 숄더의 성능과 품질을 지속 향상시키고 더 나아가 사용자를 편리하게 해 주는 다양한 착용 로봇 제품 개발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이날 현대차ㆍ기아 로보틱스랩은 엑스블 숄더의 사업화 계획도 발표했다. Customer Market Insights에 따르면 글로벌 웨어러블 로봇 시장 규모는 2024년 24억 달러 수준에서 2033년 136억 달러로 4배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제조업 이외에도 의료 및 건강관리, 방위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웨어러블 로봇에 대한 수요가 지속 증가하는 추세다. 현대차ㆍ기아는 웨어러블 로봇 시장에 진출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그 첫 걸음으로 현대차ㆍ기아 생산 부문에 엑스블 숄더를 우선 공급할 계획이다. 이어 2025년부터 현대차그룹 27개 계열사는 물론 건설/조선/항공/농업 등 다양한 분야의 타기업까지 판매처를 확대한다. 2026년에는 국내 판매 경험을 바탕으로 유럽, 북미 등 해외 시장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구매 희망 기업은 28일부터 현대차ㆍ기아 로보틱스랩 홈페이지를 통해 문의 및 상담이 가능하며, 현대차ㆍ기아는 내년 상반기 중 순차적으로 제품을 출고할 계획이다.
로보틱스랩은 구매 희망 기업에게 ‘엑스블 숄더 통합 컨설팅’을 제공해 해당 기업이 엑스블 숄더 도입 여부에 대해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지원한다. 하드웨어 제품을 판매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각기 다른 산업 현장 상황에 최적화된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모션센서를 활용, 작업자의 실제 동작을 측정하고 인체모델 동역학 분석을 통해 작업중 근육과 관절의 부하를 수치화해 제시하는 동시에 해당 공정에서 엑스블 숄더 적용시 부하 경감 정도를 나타내는 평가지표 등을 제공한다.
한편, 현대차ㆍ기아 로보틱스랩은 지난 6월 서울 성수동에 위치한 ‘팩토리얼 성수’ 빌딩에 자체 기술인 딜리버리 로봇, 전기차 자동 충전 로봇, 첨단 안면 인식 등을 활용한 서비스를 시작했다. 로보틱스랩은 인간과 로봇이 공존하는 사회를 현실화하기 위해 제품군을 확장하고 ‘로보틱스 토탈 솔루션’ 구축을 지속해 나갈 계획이다.
고양=김태진 에디터 tj.kim@cargu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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