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끈한 수비의 힘… 세광고, 청룡을 움켜쥐다
세광고 6 - 2 경북고


우익수 뜬공으로 27번째 아웃카운트를 잡는 순간, 1루 쪽 더그아웃에 있던 세광고 선수들이 일제히 뛰쳐나갔다. 그라운드에 있던 9명은 자신의 모자와 글러브를 하늘로 던졌다. 선수들은 서로 물을 뿌리고 얼싸안으며 장장 72년을 기다린 청룡기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세광고가 12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제81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조선일보·스포츠조선·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공동 주최) 결승에서 경북고를 6대2로 이겼다. 1954년 야구부 창단 이후 첫 청룡기 우승이다. 종전 청룡기 최고 성적은 2020년 4강이었고, 전국대회 우승도 한국 프로야구 최다승(210승) 투수 송진우가 활약한 1982년 황금사자기 이후 44년 만이다.
세광고는 경기 초반 짜임새 있는 공격으로 리드를 잡았다. 1회초 김우진의 볼넷과 전영훈의 안타, 상대 투수 폭투로 만든 2사 2·3루에서 5번 타자 서정휘가 좌전 적시타를 날려 선취점을 뽑았다. 2회에는 볼넷 3개로 만든 1사 만루에서 황동민의 희생플라이와 김우진의 2타점 우전 적시타를 묶어 4-0으로 달아났다. 5회 2점을 내주긴 했으나 세광고는 9회 이상준과 대타 황재윤의 적시타로 두 점을 보태 승리를 굳혔다.

마운드에선 2학년생 투수 두 명이 우승의 발판을 놓았다. 오른손 언더핸드 김동유는 선발로 4와 3분의 1이닝을 6피안타 2실점으로 막았다. 5회 1사 후 마운드에 오른 박상민은 9회까지 안타 3개와 볼넷 1개만 내주며 무실점으로 경북고 타선을 틀어막았다. 7회 1사 1·2루 위기를 좌익수 뜬공과 3루수 땅볼로 넘겼고, 8회에도 선두 엄태욱에게 안타를 맞은 뒤 다시 병살타를 끌어냈다.
세광고 내야진은 5회와 8회 각각 병살타를 완성하며 뛰어난 수비로 우승의 밑거름이 됐다. 2학년 유격수 김우진은 이날 여러 차례 고등학생이라고 믿기 어려운 뛰어난 수비를 선보였고, 타석에서도 3타수 2안타 2타점을 올려 수훈상을 차지했다. 1학년 이시윤도 1루수와 3루수를 오가며 호수비를 펼쳤다. 방진호 세광고 감독은 “8강부터는 결국 수비 싸움이라고 생각해 수비 훈련에 집중했다”며 “결승전도 수비 덕분에 여러 차례 위기를 넘겼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으로 청룡기를 품에 안아 학교와 동문 전체의 염원을 풀어낸 것 같아 정말 기쁘다”고 덧붙였다.

세광고 3학년 2루수 서정휘는 안정적인 수비는 물론 날카로운 타격으로 대회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결승전 선제 타점을 비롯해 이번 대회 5경기에서 모두 안타를 치며 타율 0.529(17타수 9안타), 7타점 7득점, 5도루를 기록했다. 서정휘는 “시즌 초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욕심이 있었는데, 부담감을 떨쳐내자 제가 잘하는 플레이가 나왔다”면서 “목이 터져라 응원해 준 가족과 동문, 친구들에게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남은 목표는 프로에 지명되는 것”이라며 “프로에서 차근차근 배워 최대한 빨리 1군에 올라가고 싶다”고 했다.
결승전 승리 투수가 된 박상민은 4경기에서 1승, 평균자책점 0.82를 기록하며 우수투수상을 받았다. 박상민은 “내년에도 다시 청룡기 우승을 차지할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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